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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Aug 07. 2021

생각을 생각하라.

Think Again 서평.

두 명의 리더


여기 두 명의 리더가 있다. 단호하고 확고한 리더와 확신이 없는 조심스러운 리더. 당신은 둘 중 어느 리더와 함께 일하고 싶은가?


나는 지금까지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사람들을 이끄는 카리스마 리더십을 우월하게 생각했다.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지시를 내려주는 리더가 똑똑해 보였다. 많은 것이 불확실한 시대에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고, 불도처럼 일을 추진하는 리더가 대단해 보였다. 반면에 매번 조심스러우며, 자신의 생각을 계속 점검하고, 다음 날 아침이면 결정사항을 바꾸는 리더를 무능하다고 생각했다. 결정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리더라고 말이다. (사실은 내가 이렇다.) 저자 애덤 그랜트는 말한다. 한 가지의 생각을 옳다고 확신하고, 다른 가능성을 살피지 않는 리더는 자신의 생각을 계속적으로 점검하는 리더보다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기업의 이사들을 놓고 토너먼트로 경쟁을 시켜보면 실제로 최고의 전략가는 단호하고 확고한 사람이 아니라 느리고 확신이 없는 사람이다. 그들은 조심스러운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마음을 바꿀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히 뜸을 들이고 시간을 들인다. 나는 단호함이라는 덕성이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 『Think Again』, 애덤 그랜트, 한국 경제 신문


내 생각을 다시 생각하기.

나는 생각하는 행위를 좋아하지 않는다. 저자 애덤 그랜트는 '자신의 생각을 다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사색하기, 사고하기라는 말만 들어도 질색인데, 거기에 꾸역꾸역 겨우 떠올린 생각을 다시 생각하라니 정말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첫 번째 생각이 옳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자신의 생각을 다시 들여다보고, 다른 이들의 피드백을 통해 생각을 검토하고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수용할 때, 우리는 처음보다 더 나은 생각을 할 수 있다. 


틀릴 때마다 반복해서 올바른 해답으로 나아가는 길이 제시된다면, 틀리는 경험 그 자체는 기쁨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Think Again』, 애덤 그랜트, 한국 경제 신문


기존의 내 생각이 틀렸다고 나 자신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인생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틀림을 받아들임으로써, 그리고 변화를 택함으로써 더 나은 내가 된다는 기쁨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너의 생각을 다시 생각하게 하기.

중 2 사춘기 이후, 부모님께, 혹은 어르신분들께 마음속으로 가장 많이 한 말은 이것이다.

 

저도 이제 애가 아니에요. 제발 알아서 할 테니, 그냥 좀 내버려 둬요.


주변분들이 어떠한 마음으로 나에게 조언이나 충고를 하는지 물론 잘 안다. 내가 잘됐으면 좋겠고, 나를 아끼기에,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말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그런 말들은 듣기 거북할 때가 많다. 속에서 반감부터 치솟는다. 좋은 말이라도 그것이 내 의지가 아닌, 다른 사람의 통제하에 끌려간다는 생각이 들면 수용하기가 어렵다.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것 중에 '충조평판'이 있다고 한다. 충고-조언-평가-판단, 이 4개 단어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누군가를 자신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판단해서 충고하고 조언하지 말라는 것이다.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선 상대방 스스로가 자신의 생각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유명한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처럼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대답을 도출할 수 있도록 말이다.    


사람들이 남에게서 들은 도움말을 무시하는 이유는 그 도움말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때로 사람들은 자신이 내리는 결정을 누군가가 통제한다는 압박감에 저항하고, 이 저항의 결과로 도움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 다른 사람들이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설득하려고 노력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드러내는 본능적인 반응은 보통 말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마음을 열도록 도움을 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상대방에게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이다.

- 『Think Again』, 애덤 그랜트, 한국 경제 신문



우리의 생각을 다시 생각하게 하기.

최근 매체를 통해 양극화된 신념의 충돌들과 관련한 기사를 자주 접한다. 여성인권, 반일주의, 정치적 이념, 빈부, 인종 차별 등의 사례가 대표적일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언론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중립성이라 들었는데, 최근의 언론은 중립성은 밥 말아 드셨는지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해와 일치하는 양극단의 관점에서만 보도를 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우리에게 정말 '이것 아니면 저것' 두 가지의 선택사항 밖에 없는 것일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분법적으로 쉽게 나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세상인 걸까? 나는 전형적인 40대로, 정치적 견해는 보수를 증오해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진보도 아니다. 지금의 진보가 옳지 않다는 생각을 할 때가 정말 많다.(물론 보수도 다르지 않다.) 또한 여성 인권주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 여성주의도 아니다. 최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의 숏컷 논란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현재 이슈가 되는 논쟁 사항에 있어,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지만, 나는 양 극단이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해 있는 것 같다. 이것이 옳고 그르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세상은 흑과 백이라는 양면성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회색도 있고, 연두색도 있고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유일하게 가능한 선택권이 흑과 백 둘 가운데 하나일 때는 '우리' 대 '저들'이라는 대립구도로 빠져들어서 과학보다는 진영 논리를 따르는 것은 인간 심리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이 두 진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받을 때 발생하는 감정적, 정치적, 경제적 압박은 그 문제를 묵살하는 쪽으로 작동한다.

- 『Think Again』, 애덤 그랜트, 한국 경제 신문


마치 세상을 '이거 아니면 저거'라고 호도하는, 내 편이 아니면 나쁜 사람이라고 칭하는 그런 모습들은 상대 집단을 설득하기보다는 오히려 결집을 강화할 뿐이다. 오히려 상대 집단의 생각을 고착화시킬 뿐이다. 두 개의 선택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중간 입장의 존재를 거부하는 것은 상대방이 한 발짝 다가올 수 있는 진로를 차단한 것이다. 


세상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두 개의 대립되는 견해로 나눠지지 않는다. 양극단의 스펙트럼 속에 다양한 생각이 존재할 수 있다는, 다양성의 공존을 떠올리게 할 때, 상대 집단은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 본래 신념은 이렇지만, 이 상황은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라고 말이다.    



마무리하며


최근 '생각, 사색'이라는 주제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나는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수동적인 성향의 나는, 누군가의 명령을 곧이곧대로 따르는 것이, 훌륭한 분들의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편했다. 나보다 경험 많고, 똑똑하신 분들이 하신 말씀이니, 당연히 옳을 테고, 나는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최근 너무나 감명 깊게 읽은 '사장의 철학'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이런 말을 한다. 철학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라고. 배우는 것이라 함은 철학 지식을 학습하는 것이지만, 하는 것이라 함은 기존의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이다. 


지식이 많거나, 유명한 사람이 철학자가 아니라, 기존의 전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구축한 사람을 철학자라고 한다. 기존의 관례, 시대의 흐름, 자신의 생각, 다수에 의한 결정 등을 당연스레 수용해선 안 된다. 다시 생각하고, 점검해야 한다. 


찰스 다윈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무지가 지식보다 더 자주 확신을 안겨준다.


빨리 확신할수록 우리가 더 무지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내 생각을 다시 생각해보고, 상대방의 생각을 다시 생각하게 할 수 있을 때, 조금 더 바라는 상황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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