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10명 중 9명이 모르는 자동차의 숨겨진 기능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단 4초만 손잡이를 당기면 작동하는 이 기능, 알고 나면 “내가 지금까지 뭘 한 거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의 기능은 바로 ‘2단계 도어 오픈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차문을 열 때 손잡이를 한 번에 확 당기는데, 사실 현대 자동차 대부분에는 2단계로 나뉜 정교한 개폐 시스템이 숨어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도어락이 해제되고, 4초 이내에 두 번째로 당기면 문이 열리는 구조다. 이 사이 4초라는 시간 동안 차량은 내부 압력을 조절하고, 윈도우를 살짝 내려 문틈 압력을 해소한다.
자동차 정비 전문가 김모(43)씨는 “특히 고속 주행 후나 에어컨을 강하게 틀었을 때 차 내부와 외부의 압력 차이가 커지는데, 이때 무리하게 문을 열면 도어 씰과 힌지에 무리가 간다”며 “2단계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면 차량 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운전자가 이 기능을 모른 채 한 번에 문을 확 열어버린다는 것. 특히 급하게 차에서 내릴 때나 짐을 싣느라 정신없을 때 이런 습관이 반복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5년 이상 된 중고차의 도어 관련 고장 중 32%가 ‘부적절한 도어 개폐 습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프리미엄 세단의 경우 도어 힌지 교체 비용만 80만원에서 150만원까지 치솟는다.
“처음엔 문 여닫을 때 ‘뻑뻑하다’ 정도로만 느껴지다가, 나중엔 문이 제대로 안 닫히거나 주행 중 소음이 발생하는 단계까지 간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왜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런 중요한 기능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걸까?
업계 관계자는 “매뉴얼에는 분명히 나와 있지만, 영업 현장에서는 ‘번거롭다’는 이유로 잘 설명하지 않는다”며 “고객이 불편함을 느낄까봐 의도적으로 단순하게만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자동차 브랜드 5곳의 오너스 매뉴얼을 분석한 결과, 도어 개폐 방법에 대한 상세 설명은 평균 2페이지 분량에 불과했다. 대부분 “손잡이를 당겨 문을 여세요”라는 한 줄 설명으로 끝났다.
본인의 차량에 이 기능이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특히 2020년 이후 출시된 준중형 이상 차량의 약 87%가 이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제네시스, BMW, 벤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이고, 쏘나타, K5, 그랜저 같은 대중적인 세단에도 대부분 적용됐다.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이 사실이 알려지자 “10년 넘게 탔는데 처음 알았다”, “왜 이런 걸 판매할 때 안 알려주나”, “당장 오늘부터 습관 바꿔야겠다”는 반응이 폭주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중고차 팔 때 도어 상태 때문에 20만원 깎였는데, 진작 알았으면 손해 안 봤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자동차 전문 유튜버 박모씨는 “요즘 차들은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니라 정밀 기계”라며 “매뉴얼 한 번 제대로 읽어보고, 올바른 사용법을 익히는 게 결국 내 지갑을 지키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단 4초, 이 작은 습관 하나가 몇십만원, 많게는 백만원 이상의 수리비를 아낄 수 있다. 오늘부터라도 차에서 내릴 때, 그 4초를 기억해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차가 당신에게 고마워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