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7개월간 짓눌러온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됐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극적으로 타결된 관세 협상으로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수출 시 부담해야 했던 자동차 관세율이 25%에서 15%로 10%포인트나 인하된 것이다. 이번 합의로 현대차그룹은 연간 약 3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업계에서는 4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7개월간 짓눌러온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됐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극적으로 타결된 관세 협상으로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수출 시 부담해야 했던 자동차 관세율이 25%에서 15%로 10%포인트나 인하된 것이다. 이번 합의로 현대차그룹은 연간 약 3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업계에서는 4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최종 합의했다. 이는 지난 7월 양국이 관세 인하 원칙에 합의한 지 3개월 만이며, 올해 4월부터 25%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한 이후 7개월 만의 타결이다.
업계에 따르면 인하된 관세는 11월 1일부터 소급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빠르면 11월 중, 늦어도 12월이나 내년 초부터는 낮아진 관세율이 본격 적용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관세 인하 시점을 8월 7일로 소급하자는 제안을 미국 측에 했으나, 미국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관세 비용은 관세율 25%일 때 연간 8조4000억원에 이르지만, 15%로 인하될 경우 5조3000억원으로 줄어든다. 단순 계산으로만 약 3조1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수익성 개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해 3분기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를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3분기 매출은 46조7214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나, 관세 부담으로 인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만 놓고 보면 관세 비용이 약 1조8000억원에 달했으며, 기아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 감소 요인 중 미국 관세 영향이 1조2340억원으로 가장 컸다.
그러나 관세 부담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는 선방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10월에도 미국에서 신기록을 달성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누적 판매량은 145만대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이는 25% 고율 관세와 전기차 세액 공제 종료라는 악재 속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지켜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관세 인하 합의가 현대차그룹의 실적 반등을 견인할 핵심 모멘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관세율 인하로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관세 부담이 합산 기준 8조~9조원에서 5조원대 수준으로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4분기부터는 관세 부담 완화와 함께 신차 효과가 더해지면서 영업이익 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미국 현지 생산 모델을 늘리고 신차 개발에도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차는 연말 대형 SUV 신형 팰리세이드와 전기 SUV 아이오닉9을 연이어 출시할 예정이며, 이들 모델이 미국 시장에서 강력한 판매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일본과 유럽연합(EU)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15% 관세와 동일한 수준이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을 되찾지는 못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일본, EU와 동등한 경쟁 조건이 확보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합의로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한층 안정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의 주가도 관세 협상 타결 소식에 즉각 반응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합의 발표 직후 급등세를 보였으며, 투자자들은 4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의 PER(주가수익비율)이 4배대로 저평가되어 있는 상황에서 관세 부담이 대폭 완화되면 주가 재평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관세 인하 합의는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품 관세 역시 25%에서 15%로 낮아지면서 완성차와 함께 수출하는 부품업체들의 부담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관세 인하로 원가 경쟁력이 개선되면 미국 수출 물량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관세 인하를 계기로 미국 현지화 전략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에 공장을 운영 중이며, 앞으로 현지 생산 물량을 확대하고 부품 현지 조달률도 높여나갈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생산과 부품 모두 미국에서 조달하는 완전한 현지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관세 악재를 털어낸 현대차그룹의 4분기 질주가 주목된다. 연간 4조원에 달하는 비용 절감 효과와 함께 신차 출시,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등 여러 호재가 겹치면서 연말까지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최대 걸림돌이었던 관세 문제가 해결되면서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향후 행보에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