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세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 아우디 A8이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독일 3사 중에서 가장 저평가된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대형 세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 아우디 A8이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독일 3사 중에서 가장 저평가된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아우디 A8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가격이다. 2025년 현재 국내 출시된 A8 55 TFSI 콰트로 모델의 가격은 1억 3천만원대 초반. 반면 S클래스 S500 4MATIC는 1억 8천만원대, 7시리즈 740i는 1억 6천만원대를 호가한다. 동급 사양 기준으로 최소 3천만원에서 최대 5천만원까지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비싸면 좋은 거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실제 스펙을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8에 탑재된 3.0리터 V6 터보 엔진은 340마력, 51.0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7시리즈 740i의 3.0리터 직렬 6기통 터보(380마력)보다는 다소 낮지만, S500의 3.0리터 직렬 6기통(435마력)과 비교해도 체감 성능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게 실사용자들의 평가다.
아우디는 A8에 자사의 모든 기술력을 쏟아부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프레딕티브 액티브 서스펜션’ 시스템이다. 전방 카메라가 노면 상태를 미리 인식해 각 바퀴의 서스펜션을 개별적으로 조절하는 이 기술은 S클래스의 에어매틱 서스펜션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 놀라운 건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이다. A8은 전 세계에서 최초로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을 양산차에 탑재했다. 물론 국내에서는 법규 문제로 레벨 2까지만 활용 가능하지만, 하드웨어 자체는 이미 한 단계 앞서 있다는 의미다. 경쟁 모델들이 아직 레벨 2+에 머물러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실내 공간 역시 A8의 강점이다. 특히 뒷좌석 레그룸은 3,128mm에 달하는 휠베이스 덕분에 S클래스와 거의 동일한 수준을 자랑한다. 여기에 4존 에어컨, 뒷좌석 전동 조절 시트, 발 마사지 기능까지 기본으로 제공된다. “오히려 S클래스보다 편하다”는 후기가 나오는 이유다.
구매 가격만 저렴한 게 아니다. 유지비 측면에서도 A8은 경쟁력을 갖췄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중에서도 아우디는 상대적으로 부품 가격이 저렴한 편에 속한다. 실제로 2024년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동급 모델 대비 연간 정비 비용이 평균 15-2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A8 55 TFSI 모델의 공인 복합연비는 9.4km/l. S500(9.1km/l)이나 740i(9.3km/l)와 비교해도 우수한 편이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실제 주행에서는 공인연비를 상회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오너들의 전언이다.
보험료 역시 차이가 난다. 차량 가격이 낮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험료도 낮게 책정된다. 같은 조건에서 S클래스 대비 연간 약 80-100만원, 7시리즈 대비 약 50-70만원 정도 저렴하다. 3년만 타도 수백만원의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A8은 S클래스나 7시리즈만큼 인기를 끌지 못할까? 업계 전문가들은 “브랜드 이미지의 차이”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대형 세단 시장은 성능이나 가격보다 상징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국내에서는 “사장님 차”로 통하는 S클래스의 이미지가 워낙 강력하다 보니, A8이 아무리 실속을 갖춰도 따라잡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분위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2025년 1분기 국내 수입차 판매 통계를 보면, A8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S클래스는 8%, 7시리즈는 11% 증가에 그쳤다. “이제는 실속을 따진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40-50대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서 A8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의사, 변호사, 기업 임원 등 “차를 과시용이 아닌 실용적 이동 수단으로 보는” 계층에서 A8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다는 게 딜러들의 귀띔이다.
중고차 시장에서의 잔존가치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에는 “아우디는 감가가 심하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3년간 출고된 A8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2022년식 A8 55 TFSI 모델의 현재 중고 시세는 신차 대비 약 65-70% 수준. S클래스(75-80%)나 7시리즈(70-75%)보다는 낮지만, 초기 구매 가격 차이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손실액은 오히려 적다.
더욱이 A8은 풀체인지 주기가 경쟁 모델보다 길어 중고차 구매자들에게도 매력적이다. 현행 5세대 A8은 2017년 출시 이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어, 2-3년 전 모델을 구매해도 구형 티가 덜 난다는 장점이 있다.
아우디 A8은 분명 S클래스나 7시리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플래그십 세단이다. 성능, 기술, 편의성 어느 하나 뒤처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격 대비 가치로 따지면 더 앞선다고 평가할 수 있다.
“명함 돌릴 때 차키 내려놓는” 문화가 여전한 한국 시장에서 A8은 다소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차는 타는 사람이 만족하면 되는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떠올린다면, A8은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2025년 하반기에는 전기차 버전인 A8 e-tron의 국내 출시도 예정되어 있다. 전동화 시대를 맞아 대형 세단 시장의 판도가 또 한 번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클래스와 7시리즈만 보던 시선을 조금 돌려, A8이라는 “숨겨진 보석”을 발견하는 소비자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요한 건 브랜드 로고가 아니라, 운전대를 잡았을 때의 만족감이다. 그리고 그 만족감에 실속까지 더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럭셔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