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의 방심이 수백만 원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겉보기엔 단순한 교통사고처럼 보이지만, 뒤에서는 철저히 계산된 ‘보험사기 시나리오’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2025년 들어 보험사기 적발 규모가 3년 연속 1조 원대를 넘어서면서, 이제 보험사기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한순간의 방심이 수백만 원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겉보기엔 단순한 교통사고처럼 보이지만, 뒤에서는 철저히 계산된 ‘보험사기 시나리오’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2025년 들어 보험사기 적발 규모가 3년 연속 1조 원대를 넘어서면서, 이제 보험사기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일반 운전자들이 의도치 않게 가해자로 몰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더 큰 문제는 보험사기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접촉사고를 ‘입원 사기’로 부풀리고, 경미한 부상을 과장해 치료비를 청구하는 것은 이미 고전적인 수준이다.
보험사기는 더 이상 일부 범죄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022년 보험사기 적발 규모는 최초로 1조 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조 1502억 원까지 늘었다. 적발 인원도 10만 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300명에 가까운 사람이 보험사기로 적발되는 셈이다.
최근엔 운전자의 습관과 심리까지 계산한 ‘맞춤형 사기’가 등장했다. 예를 들어 차선 변경이 잦은 운전자를 노려 차량 사이에 끼어드는 방식, 혹은 초보 운전자가 많은 도심 주차장에서 문콕 유도 사고를 만드는 식이다. 전문 브로커, 의료기관, 심지어 일반 시민까지 연루된 조직적 범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10월에는 친구·선후배 관계의 배달기사들이 교통사고를 위장해 보험금 3100여만 원을 상습적으로 타낸 사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서로 짜고 고의로 사고를 내는 방식으로 보험금을 편취했다.
보험사기범들은 대부분 피해자를 ‘죄책감’으로 조종한다. “괜찮습니다, 병원만 잠깐 다녀올게요”라는 말로 안심시킨 뒤, 몇 주 후엔 수백만 원의 치료비 명목 합의금을 요구한다. 순간의 불안감과 미안함에 합의금을 건네면, 이미 그들은 다음 타깃을 찾는다.
심지어 사고 순간 가족이 동승한 경우엔 “우리 애가 다쳤다”, “어머니가 충격을 받았다”며 감정적으로 몰아붙이는 경우도 있다. 2025년 9월에는 여자친구 계좌에 돈이 부족할 때마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사로부터 6억 원 넘게 가로챈 4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기범들이 상대방의 죄책감과 불안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다”며 “사고 직후 침착하게 대응하고, 현장 증거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건 이후 피해자는 종종 “그냥 병원 가보라”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브로커에게 연락하게 된다. 이때 사기꾼들은 “보험 처리되니까 걱정 말라”며 입원을 유도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실제로 입원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서류상으론 입원 상태지만, 실제론 외출·외박을 반복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한다. 병원은 환자 수만큼 보험금을 챙기고, 브로커는 환자 한 명당 일정 금액의 리베이트를 받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령 환자 명단’이 보험사로 송금되는 순간, 사기는 완성된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대표적인 보험사기 사례를 보면 브로커, 병원, 환자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허위 입원과 서류 조작을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 한 사례에서는 A씨가 여러 병원에 3년이 넘게 입원한 뒤 보험금 1억 4000여만 원을 받기도 했다. 결국 A씨는 범죄사실로 사기죄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근에는 오토바이 보험을 악용한 사례도 급증했다. 배달 기사들이 영업용이 아닌 일반용으로 가입해 보험료를 줄인 뒤, 사고가 나면 ‘출퇴근 중 사고’로 위장 신고한다. 보험사는 처음엔 정당한 청구로 판단하지만, 조사 결과 영업 활동 중 사고임이 드러나면 보험금은 전액 환수된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나 동료 라이더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다수 포착되고 있다. 11월에는 경기북부경찰청이 상습적으로 보험사기를 벌여 온 배달기사 11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고의사고를 내거나 허위로 사고를 접수하는 방식으로 보험금을 편취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SNS를 통해 보험사기 가담자를 모집하는 수법까지 등장했다는 점이다. “단기 알바로 고수익”, “쉽게 돈 벌 수 있다”는 식의 게시글로 청년층을 유혹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11월에는 전남경찰청이 고가의 스마트폰을 개통한 후 허위 분실 신고해 휴대전화 보상 보험금 등 46억 원을 편취하고, 대포폰으로 전환 후 해외 범죄조직에 밀수출한 보험사기 조직 일당 60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대규모 보험사기를 저질렀다.
특히 2025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보험사기 양형기준 강화안’에 따라, 사기범죄 중 보험사기가 별도 유형으로 분류됐고, 300억 원 이상 조직적 사기의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받을 수 있다. 의료인이나 보험업 종사자가 보험사기에 가담하면 가중처벌을 받는다.
보험사기는 단순한 개인의 부정행위가 아니다. 사기 적발이 늦어질수록 전체 운전자의 보험료가 인상된다. 실제로 지난해 허위 청구된 자동차 보험금 규모는 8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로 인해 보험사는 손해율이 악화되고,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
게다가 ‘사기꾼이 탄 차’와 사고가 나면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릴 위험도 크다. 즉, 한 사람의 사기가 전체 운전자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보험사기로 과도하게 지급된 보험금 부담은 결국 전체 보험 가입자에게 돌아간다. 성실히 보험료를 납부해 온 다수의 가입자들이 사실상 피해자로 전락하는 셈이다.
‘다들 이렇게 보험금을 받는다’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누군가의 부정 청구가 결국 본인의 보험료를 올린다는 사실을 더 강하게 인식해야 한다.
보험사기 피해를 예방하려면 다음 세 가지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1. 블랙박스 점검
사고 전후 상황을 명확히 기록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영상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화질이 나쁘거나 녹화가 중단되면 증거 능력을 상실한다. 블랙박스는 보험사기를 막는 가장 확실한 증거 자료다.
2. 현장 증거 확보
사고 직후에는 사진, 영상, 목격자 진술을 확보해야 한다. 상대방이 과도하게 합의를 종용하거나 감정적으로 압박할 경우 즉시 경찰에 신고한다. “그냥 합의하자”는 말에 절대 넘어가서는 안 된다.
3. 의심스러운 병원·브로커 거절
“입원하면 돈 더 준다”, “전화로 입원 가능하다”는 말은 전형적인 사기 신호다. 의료기관과 브로커가 결탁한 경우가 많으므로 금융감독원에 신고해야 한다. 절대 합의보다 증거, 감정보다 냉정함이 필요하다.
현재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존재하지만, 형량이 약해 실질적인 억제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기 전담 수사팀을 확대하고, 병원과 브로커 간의 거래 내역을 실시간으로 추적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일반 운전자 대상의 예방 캠페인과 신고 포상제 확대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025년 7월부터는 관련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대폭 강화됐으며, 조직적·대규모 보험사기(300억 원 이상)의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서는 법적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험사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만 한다.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보험사기는 단순히 누군가의 이익을 위한 범죄가 아니다. 결국 사회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는 경제적 기생 범죄다. 누군가의 ‘쉽게 돈 버는 방법’은 다른 누군가의 억울한 고통이 된다.
교묘해진 수법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합의보다 증거, 감정보다 냉정함’이 필요하다. 보험사기 없는 세상은 제도보다 시민의 경각심에서 시작된다. 보험사기 근절은 단순히 보험사의 수익성을 위한 일이 아니다.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보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보험사기가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 당신이 다음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블랙박스를 점검하고 사고 대응 매뉴얼을 숙지해야 한다. 법적 처벌 강화와 함께 시민 의식의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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