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첫 국산 전기차 페로두아 QV-E가 2,840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등장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국내 소형 전기 SUV인 기아 EV3와 현대 코나 일렉트릭보다 최소 1,400만 원에서 최대 2,300만 원까지 저렴한 가격에 책정돼 가격 경쟁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첫 국산 전기차 페로두아 QV-E가 2,840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등장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국내 소형 전기 SUV인 기아 EV3와 현대 코나 일렉트릭보다 최소 1,400만 원에서 최대 2,300만 원까지 저렴한 가격에 책정돼 가격 경쟁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페로두아 QV-E / 사진=페로두아
페로두아가 공개한 QV-E는 현대 코나 일렉트릭, 기아 EV3와 같은 소형 전기 SUV로 분류된다. 전장 4m 초반대의 컴팩트한 사이즈에 200마력대 모터를 탑재했으며,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00km 안팎이다. 실내 구성은 깔끔하고 기능적으로 설계됐으며, 일상 주행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갖췄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가격이다. QV-E의 차량 가격은 80,000링깃으로 한화 약 2,840만 원 수준이다. 이는 국내에서 판매 중인 경쟁 모델들과 비교하면 상당한 가격 차이를 보인다.
기아 EV3는 2025년 기준 세제 혜택 후 3,995만~4,895만 원 사이에서 판매되고 있다. 스탠다드 에어 트림이 3,995만 원, 롱레인지 GT-라인이 4,895만 원으로 형성돼 있다. QV-E와 가장 저렴한 EV3 트림을 비교해도 약 1,155만 원의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최고가 트림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2,055만 원까지 벌어진다.
기아 EV3 / 사진=기아
현대 코나 일렉트릭과 비교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5년형 코나 일렉트릭은 보조금 적용 후 기준 4,352만~4,652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QV-E보다 약 1,512만~1,812만 원 비싼 가격이다. 체급과 성능이 유사한 두 모델과 비교했을 때 QV-E의 가격 경쟁력은 확실히 돋보인다.
QV-E의 가격이 이처럼 저렴한 이유는 배터리 구독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차량 구매 시 배터리를 제외한 본체만 구매하고, 배터리는 월 구독료를 내는 방식이다. 소유주는 9년간 매달 67달러, 한화 약 10만 원의 배터리 렌탈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9년간 총 배터리 구독 비용은 약 7,236달러로 한화 약 1,084만 원에 달한다. 이를 차량 가격과 합치면 총 3,924만 원이 된다. 그래도 여전히 기아 EV3나 현대 코나 일렉트릭보다는 수백만 원 저렴한 수준이다.
이러한 배터리 구독 방식은 초기 구매 부담을 대폭 낮춰준다는 장점이 있다.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높은 초기 비용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젊은 소비자나 전기차 입문자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현대 코나 일렉트릭 / 사진=현대자동차
현재 페로두아는 한국 시장 진출 계획을 공식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말레이시아 내수 시장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우선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QV-E와 같은 저가 전기차가 한국 시장에 진입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가격대로 한국에 들어온다면 EV3와 코나 일렉트릭 사이의 틈새 시장을 파고들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특히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층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한국 시장 특성상 단순 가격만으로 경쟁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있다. 보조금 체계, 충전 인프라 호환성, 브랜드 인지도, A/S 네트워크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배터리 구독 방식이 국내 제도와 어떻게 맞물릴지도 불확실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이 차량 구매 시점에 지급되는데, 배터리가 분리된 차량에 대해서는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가 명확하지 않다.
QV-E의 등장은 단순히 한 제조사의 신차 출시를 넘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최근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도 3,000만 원대 전기차를 앞다퉈 출시하며 저가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BYD는 2025년 1월 소형 전기 SUV ‘아토3’을 3,000만 원대에 국내 출시했고, 샤오펑은 중형 SUV ‘G6’를 3,500만 원에 선보였다. 지커도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며 5,000만 원 초중반 가격대의 ‘7X’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처럼 가성비를 앞세운 전기차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가격 재조정 압박을 받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해 수차례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으며, 일부 모델은 최대 2,000만 원대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는 “2025년을 기점으로 전기차 시장은 기술 경쟁에서 가격 경쟁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긍정적인 변화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가격 경쟁보다는 기술력과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기아 EV3는 2025 세계 올해의 차에 선정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출시 1년 만에 국내 전기차 등록 1위를 기록하며 판매 실적도 탄탄하다.
2025년 1~6월 기준 EV3는 국내에서 12,525대, 해외에서 42,582대가 판매됐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의 반응이 뜨거웠으며,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현대 코나 일렉트릭 역시 디자인과 성능 개선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저가 전기차의 공세가 계속되면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중국과 동남아 전기차 브랜드들이 가격 공세를 강화하면 국내 업체들도 일부 모델에서는 가격 인하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무리한 가격 인하보다는 옵션 구성 조정이나 할인 프로모션 확대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도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보조금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서울시는 전기승용차 구매 시 최대 63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자체별로 추가 보조금도 제공된다. 충전 인프라 확충도 속도를 내고 있어 전기차 이용 환경은 갈수록 개선되고 있다.
페로두아 QV-E의 등장은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다. 한국 시장 진출 여부와 무관하게 저가 전기차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소비자들은 더 많은 선택지와 합리적인 가격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과 품질, 기술력의 균형을 맞추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