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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고스 Jun 26. 2022

원칙이라는 말만 들어도 버겁게 느껴질 때

기업의 원칙은 어떻게 적용되어야 할까요?

레이 달리오의 원칙(Principles)을 읽어보신 분이 계신가요? 원칙이라는 책은 레이 달리오가 생각하는 경영의 원칙을 정리한 책입니다. 그 책을 살짝 훑어보면 한 챕터에도 수십 개의 큰 원칙과 수백 개의 작은 원칙들이 나와요. 그런데 이 큰 원칙들이 서로 상반되는 경우는 없을까요?


제가 중학생 시절 도덕책에 "도덕적 딜레마"로 수록되었던 글이 기억납니다. 안중근 의사를 예시로 든 설명이었는데요. 안중근 의사는 분명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살인" 행위를 했습니다. 또 많은 문화권에서 살인은 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금기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러면 삼단 논법에 따라 안중근 의사는 살인을 한 살인자가 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제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물어본 결과 당연히 시대적인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야 하지 않느냐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어떤 원칙들이 서로 충돌할 때,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과 맥락을 고려합니다. 아니, 충돌하지 않더라도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나름의 내부적인 원칙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하고 업무를 진행합니다. 그런데 이 원칙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적용된다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휴가 규정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그 이유를 직원들의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원칙에 따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 넷플릭스의 휴가 규정을 국내의 스타트업이 그대로 자사 휴가 규정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우리도 똑같이 자율성을 존중하자는 원칙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죠. 가장 먼저 생각해볼 문제는 우리가 넷플릭스만큼 높은 인재 밀도를 가지고 있는지, 높은 자율성을 추구하는 문화를 이미 가지고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또 해당 휴가 규정으로 인해 누군가가 휴가를 법에서 보장하는 것보다 적게 사용한다면, 국내의 실정법에 위배되지 않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심지어 이 제도를 처음 고안하고 도입한 넷플릭스 조차도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 팀원들이 휴가를 가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는 일이 생기자, 무제한 휴가를 없애버리는 대신 부서에 중요한 일이 있을 경우 리더가 휴가를 내는 것을 제한할 수 있는 규칙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규칙 없음이라는 넷플릭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지만, 해당 사례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규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죠. 이렇게 어떤 원칙이라도 해당 사례에 잘 적용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레이 달리오는 자신의 저서 "원칙"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모든 것은 사례 연구이다"
어떤 유형의 사례인지 그리고 어떤 원칙들이 그 사례에 적용되는지 생각해보라
(중략)
한 사례가 발생하면 나는 문제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기본 원칙을 제시하고, 이런 원칙에 동의하는지, 아니면 더 좋은 원칙을 만들기 위해 수정해야 하는지 사람들과 논의한다.
(중략)
"좋은 원칙과 정책은 언제나 좋은 지침을 제공하지만, 모든 규칙에는 예외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모든 것은 사례연구이고 개별 사례는 원칙을 바꿀 수 있습니다. 원칙이 해당 사례에 적용되는지, 원칙을 바꿀 필요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팀원들과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원칙이라는 말이 너무 버겁게 느껴지시나요? 여러분이, 그리고 여러분의 회사가 원칙을 제대로 적용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세요. 뉴턴의 만유인력 원칙 조차도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과학자들 케이스스터디에 의해 적용할수 없는 많은 상황이 발견되었으니까 말이죠.


[참고문헌]

레이 달리오, 원칙(서울: 한빛비즈, 2018), 584.

리드 헤이스팅스 & 에린 마이어, 규칙 없음(서울: 알에이치코리아, 2020), 107.

정재림, "딜레마 내러티브를 활용한 토론 수업 방안 연구." 교양교육연구 제9권 제3호(2015):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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