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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고스 Mar 12. 2022

스타트업에서 사수 없는 개발자로 살아남기-프롤로그

1년 차 주니어의 스타트업 도전기

주니어 때 연봉 400만 원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종종 "당장의 연봉 몇백만 원 보다 장기적인 커리어를 생각해라", "돈보다 꿈을 좇아라" 이런 말을 쉽게 내뱉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주니어 개발자에게 처음 연봉 몇백만 원은 생각보다 큰돈이다. 개발직군은 지방으로 내려가면 일자리 숫자가 급감한다. 근무 여건도 열악해진다. 가진 게 없는 주니어 개발자는 한 번 내려가면 다시 올라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어찌어찌 수도권에 붙어있어야 하긴 하겠는데 월세가 장난이 아니다. 이직이라도 한번 하려고 하면 밀린 회사일을 뚫고, 온전한 나만의 시간은 거의 없는 채로 면접과 공부에 시간을 투자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월에 30만 원이 더 생긴다고 생각해보자. 방을 조금 더 넓고 조건이 좋은 곳으로 옮길 수 있다. 반지하에 사는 사람은 지상으로 올라올 수도 있고, 집이 너무 좁아 침대와 책상 하나만 경우 들어가는 공간에 사는 사람은 부엌 공간을 조금 더 확보해 매일 저녁을 직접 해 먹을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월 30으로 자기 계발이나 취미 클래스를 들어 개인 성장의 발판으로 삶거나 정서적 풍요로움을 느낄 수도 있다. 보통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은 본인 연봉에서 1000만 원 2000만 원이 추가된다고 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주니어는 다르다. 연봉이 400만 원만 인상이 되더라도 우리에게는 큰 차이다. 연봉이 4000만 원인 사람에게 400만 원 인상은 거의 10%나 다름없다. 그래서 대부분 우리 주니어 개발자에게는 오히려 연봉이 가장 큰 고려 요소가 된다.

그런데 스타트업에 간다는 것은 연봉적인 측면에서 조금 불리할 수도 있다. 스타트업은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가 매우 큰 나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에 가야 할 이유는 존재한다. 그 이야기를 이번 시리즈를 통해 풀어보고자 한다. 아래는 그 고민 중 첫 번째 이야기이다.


사수가 없는 회사를 가야 할까?

블라인드나 타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다 보면 사수가 없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현 직장에서는 사수가 없다.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본인의 업무에 최선을 다 하는 동료들은 많다. 하지만 내가 하는 업무를 리딩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면 나는 왜 사수가 없는 회사로 오게 되었을까? 


선택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회사로 오기 전, 나는 현재 회사를 포함, 두 회사를 놓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나는 개발자다 A 회사의 경영진 및 CTO는 국내 한 명문대의 컴퓨터 공학 전공 박사 졸업생들이었다. 면접을 하며 나와 팀을 이루게 될 동료와 페어 코딩도 하게 되었다. 내가 다루는 기술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있는 개발자였다. 만약 A회사에 합류하게 된다면 나는 기술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꽤 많았을 것이다.


B회사는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는 내가 느끼기에 기술적으로 뛰어난 매력은 없었다. 과제 전형으로 개발 능력을 확인하고, 면접 때 기초적인 개발 지식을 물었다. 면접 때 면접관의 개발 역량을 가늠해 본 결과 A회사와 비교해 뛰어난 점은 없었다. 아마 사수(또는 내 영역에서 나보다 한 레벨 이상 뛰어난 동료)도 없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다만 프리 시리즈 A 규모의 초기 스타트업으로(입사 지원 당시는 투자가 확정된 상황은 아니었다.) 빠른 성장 곡선을 그리는 중이었다. 무엇보다 수 십만 명 규모의 자발적인 유저를 확보하고 있었으며 해당 사업 카테고리에서 양대 스토어 1위 경험이 있었다. 대표는 마케팅 전문가였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둘 다 매력적인 회사였다. 두 회사 모두 비슷한 사업 도메인에 속해 있었고 모두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였다. 직무도 두 회사가 정확히 일치했다. 어떤 회사를 가더라도 빠르게 성장할 것이 확실했다. 다만, 성장의 방향성이 많이 다를 것으로 생각되었다.

A회사는 B 회사보다는 규모가 큰 편에 속해 이미 많은 부분들이 정해져 있을 것 같았으나 기술적으로 큰 성장이 예상되었고, B회사는 기술적인 면에서는 도움을 받기 쉽지 않으나 초기 스타트업의 사업 감각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민 끝에 B 회사를 선택했다. B2C 사업을 하고 있어 많은 유저로부터 유 무형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점이 매력 포인트였다. 더욱이 마케팅 쪽으로 역량이 있는 회사라 더 관심이 갔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는 기술적인 역량이 뛰어난 회사였는데, 뛰어난 기술이 꼭 고객만족이나 많은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똑똑이 확인했던 터였다. 개인적으로 B2B나 B2G보다 B2C 도메인을 훨씬 선호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기술 측면에서는 당장 많은 것을 알진 못하지만 누구보다 깊게 파고들고 시간을 투자할 자신이 있었다.

당시에 내가 조금 더 작은 규모의 회사를 선호한 영향도 있었다. 작은 회사에서 큰 회사로 옮기는 것은 적응하기 어렵지 않지만, 큰 회사에서 작은 회사로 옮기면 적응하기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초기단계였던 두 번째 회사가 끌렸다. 시리즈 B의 50명 규모 정도만 되어도 이미 쌓아 놓은 것이 많아서 운신의 폭이 좁을 것 같았다.


어쨌든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결국 사수가 없는 회사를 선택하게 되었다. 물론 사수가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은 일찍부터 있었다. 면접 때 이미 솔직하게 말씀해 주셨기도 했고, 초기 단계인 스타트업 인터뷰에 나랑 같은 직무를 담당하고 있는 시니어가 나타나지 않은 것만 봐도 이미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설레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했다. 하지만 역시 상황은 썩 좋지만은 않았다.


혹시 주변에 스타트업에 합격해 가야 할지 고민하는 지인이 있나요?

- 충분히 좋은 선택입니다. 다만 회사에 대해 많은 정보를 확인 후 결정하신다면 더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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