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한 달 전의 나와 비교하라
나의 사수는 말이 없었다.
첫 직장에서 만난 나의 사수는 개발을 잘하는 편(?)이었다. 어려운 기능도 뚝딱 만들어내고 아는 것도 많았다. 그런데 그는 좋은 개발자였을까? 어떤 면에서는 맞고 어떤 면에서는 잘 모르겠다. 그는 말이 없었다. 내가 실수를 해도 별말 없이 그냥 그 실수를 고쳤고, 잘한 일이 있어도 옆에서 웃으며 "오 빠르게 하셨네요!" 한 마디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는 뭐가 좋고 뭐가 좋지 않은지 말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질문을 해도 단답의 추상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나와 함께 인턴으로 입사한 개발자는 한 달 동안 아무런 피드백도 받지 못한 채, 계약기간 종료를 이유로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개발자는 성장이 느리다
덕분에 나는 거의 아무런 피드백도 받지 못한 채 개발을 해야 했다. 그냥 내가 만든 앱이 잘 동작하면 내가 잘해서 그런 거겠거니, 버그가 있으면 내가 좀 꼼꼼히 봐야겠거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갈 수도 있었다. 피드백이 없으니 모든 걸 내가 알아서 찾아야 했다. 그래서 더디고 느렸다. 하지만 조금씩 알아나갔다. 회사에서 피드백을 받지 못하면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기도 했다. 공식 문서를 읽고 또 읽기도 하고 구글링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졌다.
스스로 피드백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자.
사수의 피드백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QA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작성한 테스트 케이스의 피드백을 받는 것도 피드백이다. 내가 작성한 코드를 스스로 살펴보는 것도 셀프 피드백이다. 커뮤니티에 질문을 올리는 것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고, 남의 작업물과 나의 작업물을 비교하는 것도 피드백이다. 또 독서를 하면서 나는 그동안 어떠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훌륭한 피드백이다. 만약 사내에 동기부여 수준이 높은 동료가 많다면 동료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할 수 있다. 사내에서 어떻게 피드백을 요청하고 아이디어를 확대해 나갈 수 있는지는 이전 포스트에 서술한 적이 있다.
주니어 개발자는 한 달 한 달이 다르다
나는 스스로 개발하는 것이 힘들다고 느껴지거나, 더 이상 성장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한 달 전을 떠올려 본다. 주니어 개발자는 한 달 한 달이 다르다. 1년은 너무 길게 느껴지고, 하루 전은 별로 바뀐 게 없다. 그런데 한 달 전을 떠올려 보면 많은 것을 새롭게 알게 되고, 새로운 경험을 해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니어 개발자에게 적당한 자기 평가의 단위는 한 달이다. 자기 효능감을(Self-efficency)을 느끼고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다.
지금 버티기 힘들다면 한 달 전의 나를 생각해 보자
얼마 전 취업한 지인이 개발이 너무 힘들고 내가 개발을 못하는 것 같다는 말을 전화로 해온 적이 있다. 그런데 당연한 거다. 신입과 3년 차 프로그래머의 차이는 36개월이라는 시간만큼의 차이가 난다. 내가 한 달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했을 때, 엄청난 차이를 느끼는데, 개발자에게 36개월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주니어 개발자는 한 달 한 달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했다. 한 달 전의 너를 생각해봐. 그 속도로 계속 성장하면 너는 3년 후의 분명히 잘하는 개발자라고. 그리고 한 달 후에 다시 만났을 때 그 말 덕분에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이 아니라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겠지만,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혹시 주변에 사수가 없어, 또는 사수로부터 피드백을 받지 못해 고민하는 지인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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