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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치즈 Mar 13. 2020

북적북적 외래-시장

3분만에 이걸 어떻게 끝내지..?

 의사가 되려면 실기시험과 필기시험을 통과해야한다. 실기시험은 크게 2가지로 이뤄져있는데 모의 환자 앞에서 진료하는 파트와 술기를 하는 파트로 나눠져있다. (자세한 것은 나의 글 중 '의사가 되는 마지막 과정' 참고) 그 때 환자 진료를 하는 파트는 한 환자당 10분이 주어진다. 그 10분 안에 질문, 신체진찰, 교육까지 다 진행하려면 정말 속사포 랩을 해야 한다. 중간에 당황하면 거기서 바로 그 주제는 탈락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현실 외래 진료에선 한 환자당 배당된 시간이 3~5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교수님들은 내가 말한 것의 2배의 속도로 이야기하시냐, 그것도 아니다. 도대체 어떠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인가?




 유명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기본 2달, 길면 반년을 기다려야 한다. 또한 한번 진료를 받은 사람들은 계속 오려고 한다. 비단 질환이 심해서 뿐만이 아니라 유명 병원에서 자신의 몸을 체크 받는 것이 위안을 주는 모양이다. 유입은 계속되는데 유출이 되지 않으니 외래에서 봐야하는 환자들이 계속 쌓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수도 있겠다. 

 문젠 이 환자들을 보는 의사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의과대학 교수가 다른 단과대학보다 많다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환자들이 그들에게 자신의 몸을 보이고 싶어한다. 신규 교수님의 경우는 그나마 덜하지만 TV에 출현하시는 유명한 분의 경우 오전에만 80명이 잡혀 있다. 8시부터 12시까지 외래가 있다고 하면 1시간에 20명씩 보는 셈이다. 3분에 1명씩 봐야 밀리지 않는 것이다. 인턴 때 외래 기록 하기 위해 방에 들어갔던 적이 있는데 3분에 환자 1명을 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은 일이다. 일단 인사를 하고, 검사 결과를 확인하면(보통 외래 전에 피검사, 영상검사, 내시경 등을 시행한다) 1분 30초 정도가 지나고 여기에 대한 교수님의 설명 및 다음 외래 날짜를 말하는 순간 3분이 끝난다. 

 여기서 만약 환자가 질문을 하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3분의 법칙이 깨지기 때문에 둘 중의 하나의 결과가 초래된다.

1) 외래 시간이 길어진다 -> 점점 밀린다

2) 다른 환자 외래 시간을 3분 아래로 줄여야 한다.

 일단 2번 부터 살펴보자. 2번을 택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특히 별 이상이 없고, 수술 후 방문과 같이 일상적으로 하는 경우엔 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으면 1분만에 환자를 돌려보낼 수도 있다. 이걸 지켜보면서 '여기까지 오시느라 힘드셨을텐데 교수님 얼굴 1분밖에 못 보시고 가시네'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많았다. 사실 병원에 온다는 것이 상당히 번거로운 일 아닌가? 특히 지방에서 올라오시는 경우는 하루를 거의 다 희생하실텐데 그에 비해 얻는 대가가 너무나 작은 것 같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교수님 입장에선 이렇게라도 해야 다른 더 복잡한 환자들에게 얼마 없는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걸.

 1번은 결과는 2번을 함에도 어쩔 수 없이 택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간혹 2번의 선택지 없이 1번을 택하시는 교수님들도 계신다. 우리 병원의 모 산부인과 선생님이 그런 경우로 유명하신데 보통 오전 외래가 3~4시에 끝나고, 오후 진료는 9시까지도 보신 적이 있다고 하니 환자 한명 한명을 성심성의껏 보는데 치뤄야 하는 비용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외래가 너무 늦어져 화가 나 있던 산모들이 교수님 외래를 보면 마음이 풀어지고, 팬카페까지 있을 정도라 하니 어떻게 보면 그건 환자를 잘 보는 교수님의 능력이 있기에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여튼, 만약 외래에서 빨리 나가게 되더라도 그건 내 건강에 큰 문제가 없어서 그러시겠구나 하고 생각하는게 마음 건강에 좋은 듯 싶다.


 하지만 분명 어렵게 시간을 내서 외래를 왔는데 아무 말도 못하고 가는 것은 좀 서운하지 않는가? 적어도 평상시에 가지고 있었던 의문, 또는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 정도는 알고 가야하지 않은가. 하지만 막상 외래에 오면 그 특유의 북적북적한 분위기 및 바빠 보이는 교수님의 얼굴에 휘말려 네 네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질문할 게 있으면 미리 적어가는 것이 좋다. 그래야 질문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멀리서 외래 보러 온 보람이 있고, 교수님 입장에서도 시간-효율적으로 환자의 Need를 해결할 수 있어 좋다. 간혹 외래 끝나고 물어볼 것이 기억나 다시 외래방에 들어오려는 분이 계신데, 그러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1) 교수님은 몇십명의 진료를 보고 계시기에 그 분이 어떤 분이었는지 기억하기 힘든 경우가 존재한다. 특히 검사수치 같은 것은 외우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시 그 분의 의무기록에 접속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도 있다. 번거롭다는 것은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것이고, 그러면 보통 10에 8의 교수님께선 촉박해지시기 때문에 건성건성 대답하거나 짜증을 내실 수 있다. 어느 쪽이나 환자 입장에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2) 외래에서 있었던 여러 일들은 사실 모두 누군가에 의해 의무기록으로 남겨지고 있다. 그게 인턴일 수도, 전공의 이거나 간호사 일수도 있지만. 의무기록을 작성하기 위해선 다시 그 환자 의무기록에 접속해야 하고, 그것은 몇십명의 기록을 정신없이 적고 있는 사람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보통 외래 보시는 분은 외래 종료 리스트로 넘어가기 때문)

3) 외래 방에 다시 들어가고 싶어도 이미 외래방은 다른 환자가 들어가 있는 상황이 많다. 보통은 환자와 환자 사이에 있는 잠깐의 여유 시간에 질문을 하시지만 간혹 외래를 양방으로 열어 왔다갔다 하시는 교수님도 계신다. 그럴 경우 한방이 끝나면 바로 환자가 들어와있는 옆방으로 가시기 때문에 질문할 타이밍이 애매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즉 자신의 외래 차례 때 질문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특히 자신이 평상시에 깜빡깜빡한다고 하면 메모를 하거나 적어도 보호자와 동행하여 제때 질문을 할 확률을 최대한 높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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