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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치즈 Jul 15. 2020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슬기로운 리뷰 #0

슬기로운 의사생활 보셨어요?
아뇨.. 제가 의사 나오는 드라마는 안 봐서..


 내가 의대생 혹은 의사라는 사실을 알게되면 흔히들 그 당시 유행하고 있던 의학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지 묻곤했다. 드라마가 실제를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 궁금했을까, 하지만 그 때마다 나의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어려서부터 드라마 자체를 별로 안 보기도 했었고, 특히 한국 의학드라마는 의사가 나오는 멜로물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혀 있어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외과의사 어쩌구, 골든타임, 뉴하트 등등 여러 의학드라마가 나왔지만, 기본적으로 병원 생활은 드라마가 되기 힘들다. 왜냐하면 갈등이 생기려면 감정의 변동 및 축적 폭발이 있어야 하는데, 의사들은 자신의 감정을 죽여오는 연습을 학생 때부터 해오기 때문이다. 사실, 그 과정은 하고 싶은 것을 참고 공부만은 해왔던 그들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된 것일 수도 있겠다. 때문에 병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 만큼의 극적인 장면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을 억지로 드라마화 하려는 것 때문에 코웃음치며 등한시해왔던 것이 아닌가 싶다. 애초에 소설도 현실에 기반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러던 와중 슬기로운 의사생활 1편을 보게 되었다. 소아외과, 흉부외과, 일반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의사라니. 기피하는 과 의사들을 너무나 잘 선택해서 작가 중에 의사가 있었나 싶었다. 그리고 이에 현혹(?)된 2020, 2021년도 예비 의과대학생 꿈나무들이 자신들이 얼마나 헌신적이고 성실한 수술과 의사가 될 것인지를 써놓을 자기소개서들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그래도 나름 흥미롭게 봤던 점은 드라마 속에 의사와 환자 사이에 생길 수 있는 갈등들을 세심하게 그려나갔다는 점이었다. 내가 이전 의학드라마를 유심히 보지 않아서 명확한 구분을 할 순 없지만, 보통 어느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오면 주인공 의사가 듣도 보도 못한 질환명을 말하면서 자신의 천재성을 시청자에게 웅변하거나 교수의 명령에 항거하며 자신의 도덕성을 피력하는 레지던트를 기대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물론 말도 안되는 설정도 많았다... 그만큼 한국 의학드라마에 기대하는 바가 적어서 놀랐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마침 휴가도 받았겠다 의사가 보는 슬기롭다는 의사생활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어져 이렇게 다시 브런치를 찾게 되었다. 


P.S 의사 된지 2년차밖에 안됐고, 지금은 환자를 안 보는 전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재미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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