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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치즈 Jul 19. 2020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슬기로운 리뷰 #9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학교 입학하고부터 쭉 해왔으니 벌써 8년째다.

이젠 꽤나 잘 맞추는데, 그럼에도 항상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이런 사람일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달랐다든지, 이렇게 될거라 생각했는데 완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일이 전개된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인생이 풍요로운 것은 본인이 예상하는데로 흘러가지 않는데 있다.

거북이의 '빙고' 노래 가사처럼 한치 앞도 모르는게 인생이며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는 것 또한 인생 아니겠는가?


1. 어려운 의학용어(35'40''~37'20'')

이 드라만 여러 에피소드가 있지만 크게 보면 선과 악이 대립하고, 어리숙한 등장인물이 발전해나가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꽤나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이다. 외과 수련의로 나오는 장겨울 선생은 점점 발전해나가는 캐릭터를 맡았는데 가끔 보면 너무 극적인 느낌이 있다. 

기본적으로 동의서를 받을 땐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야한다. 보통 중학생이 들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용어를 선택하라고 한다. 의학 용어는 가끔 같은 의사들이 들어도 헷갈릴 때가 있다. 특히 해부학 구조물의 한글 단어는 필자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요즘 국산화의 일환으로 의사 국가시험에서 의학용어를 한글로 내긴 하지만 본과 4년 교육과정이라든지 논문을 읽을 때 영어 단어를 활용하게 되는데 그 많은 용어를 다 한글로 다시 외우긴 쉽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림을 활용하는 것이다. 요즘은 IPAD등을 이용해 동의서를 받기 때문에 동의서 위에 그림을 바로 그릴 수 있기도 하고, 이렇게 설명하는게 모든 사람을 한 번에 이해시키는데 가장 좋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터득했기 때문이다. 인턴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기에 동의서를 다시 설명하게 되는 끔찍한 일을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2. 외래 대기 시간(45'40''~46'20'')

큰 대학병원에서 환자 1명에게 배정된 외래 시간은 길어야 5분이다. 한 사람당 5분을 넘지 않아야 제 시간에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재진을 보거나 중하지 않은 분을 2분 정도로 끝내고 초진이거나 상태가 악화되어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분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쏟는 분도 계시고, 그냥 시간이 늦어져도 한 사람당 5분 rule을 깨트리는 교수님도 계신다. 후자일 경우 같이 일하는 수련의가 아주 힘들어진다. 이 드라마에선 수련의가 외래 때 참관하는 것처럼 그려지지만, 인력이 매우 부족한 병원 환경에서 그럴 일은 절대 없다. 간호사와 수련의 모두 EMR(전자 기록)에 외래 방문 기록을 작성하고 교수님께서 불러주시는 오더를 작성하는데 급급한 시간을 보낸다. 때문에 외래가 늦어지면 이들도 같이 늦게 끝나게 되는 것이고, 가끔은 점심을 챙겨 먹지도 못한 채 다음 스케쥴로 팔려갈 수도 있게된다.

필자도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대학병원 진료를 보고 있는데 어차피 근무지라 이동하는데 부담이 없어서 그런지 이야기 잘 들어주고 충분한 시간 외래 봐주시는 교수님이 좋더라. 역시 의사 입장과 환자 입장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또 느끼는 하루!


3. SHAVING (46'50''~48'10'')

인턴 때 털 깎는 것도 많이 해봤다.

일단 이 드라마와 다른 점은 수련의가 인턴한테 직접 뭘 하라고 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서로 대화를 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고, 그렇기에 오더가 생기면 인턴이 해야할 일을 메모로 적어 판때기에 붙여놓는다. 인턴들은 그곳에 자기가 해야할 일이 쌓여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메모장을 하나씩 떼가며 하루를 보내게된다.

실제로 개두술을 하는 경우엔 머리를 깎아야하며, 비뇨기과 수술을 하며 샅부위 털도 깎아야 한다. 인상 깊었던 기억 중에 어느 교수님 어머니께서 신경외과 수수을 받아야 하셔서 머리를 깎게 됐는데 옆에 남편 분께서 계속 그 자리에 있어주셨던 것이 있다. 내게 있어 머리카락이란 여성에게 있어 꽤나 큰 의미를 갖는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머리를 깎아드리면서 참 이리저리 많은 이야기를 하고, 들어드렸었다. 

의사의 좋은 점 중 하난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들어드릴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데 있다. 그 지나간 세월을 듣고자 있으면 마치 큰 극장 안에 나 혼자 덩그러니 앉아 흘러나오는 영화를 보는 것 같다. 


P.S 이 드라마는 밴드로 끝맺음을 하는데, 마치 의사가 퇴근 후엔 일반적인 사람으로 돌아온 다는 것을 보여주는 구조적 장치인 것 같아 마음에 든다. 맞다, 의사는 가운을 벗는 순간 일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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