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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치즈 Jul 18. 2020

슬기로운 의상생활의 슬기로운 리뷰 #8

필자도 한 때 수술과 의사를 꿈꿨던 적이 있었다.

수술 한번에 죽을 병을 앓는 사람을 한번에 낫게하는게 너무 멋있었다.

그래서 인턴 때 1년 중에 절반을 수술과를 돌았다.

그 때 흉부외과 교수님께서 외과의사는 너무 힘들고 대우도 좋지 않지만 환자 보는 낛 하나로 사는거라고 하셨다. 이후 수술과를 3번 정도 더 돌면서 꿈을 바꿨다. 그런 삶을 당분간은 할 수 있겠지만 10년, 20년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드라마에서 이런 의사 캐릭터를 보면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난다. 내 이상향으로 남아있던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1.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만든다(17'4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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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면 왜 저럴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당신이 당직을 서서 어제 밤 1시간 정도 잤고, 아침에 회진을 돌다가 교수님께 엄청 깨졌다. 밥은 대충 김밥 1줄로 때우고 이제 환자 오더도 내고 새로 들어온 환자 초진도 내야한다. 이 때 한 환자는 수술한 부위에 이상이 생겼는지 열도 나고 염증 수치도 엄청 올라와있어 신경이 쓰인다. 한편 내일 교수님들 앞에서 케이스 발표할 것 때문에 골치가 아픈 상황에서 드레싱을 하는데 어떤 환자가 자기 이렇게 아파 죽겠는데 주치의란 의사가 잘 보러 오지도 않고 약도 제대로 안 넣어준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케이스가 한번, 두번, 세번 반복이 된다.

사람이 마음에 여유가 생겨야 좋은 말도 해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수술과, 특히 큰 병원에서 의사는 마음에 여유가 없다. 병동 환자도 봐야하는데 수술방도 들어가야 한다. 왠만한 마음 수양을 한 사람이 아니라면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예전엔 의사가 슈퍼갑이고 환자가 슈퍼을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환자가 어느정도 의사의 의견에 따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점점 의료행위가 서비스화 되면서 환자의 권위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과연 어느 의사가 환자에게 친절하지 않고 싶을까? 이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큰 병원은 중환 환자만 보고, 그만큼 1명의 의사가 보는 환자 수가 적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접근성이 높은게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그만큼 서비스 질의 저하가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 남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67'50''~70'50'')


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돌아가시고 장기기증 열풍이 일었던 때가 있었다. 

장기기증은 다른 생명을 위해 희생하는 아주 고귀한 행위이다. 하지만 유교적 뿌리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거리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새로운 장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신장기능이 망가져 인공투석기로 연명하는 사람들, 간이 망가져서 얼굴이 검해지고 눈이 노래진 채로 누워있는 사람들, 심장이 뛰지 않고 폐가 펴지지 않아 죽을 날만 바라보는 사람들... 이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자신에 맞는 새로운 장기를 이식 받는 것이다.

국민적인 공감대가 펼쳐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교육 및 기여자를 존경해하는 사회적 분위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도움이 필요하다.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의과대학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당신의 몸을 허락해주신 시신 기증자분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달해드리고 싶다.


3. 화목한 가족(74'20''~78'10'')

요즘들어 굳이 결혼을 해야하나 싶다가도 병들어 병원에 오는 사람들을 보면 또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할거면 정말 좋은 가족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보면 정말 열심히 환자를 챙기는 보호자도 있는가하면, 포기하고 거의 방치하다싶이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보호자가 방치하는 환자는 의사도 관심을 덜 갖게 되어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지만 정작 정승이 죽으면 텅텅빈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 지는 그 사람이 바닥을 찍을 때 알 수 있다.

그리고 바닥을 여지없이 볼 수 있는 곳이 병원이다.

잘 살아야 한다. 잘 살기도 짧은 인생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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