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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May 08. 2023

스웨덴의 정치 교육

이민자를 위한 스웨덴어 교육 (SFI) 과정에서 겪은 정치와 관련된 경험과 그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한다.


스웨덴어 교실의 지도 1



스웨덴 사람들은 의외로 일상에서 정치 얘기를 꽤나 많이 한다. 정치도 스포츠, 투자, 취미처럼 대화에서 자주 다루는 화두다. 한국에선 의도적으로 정치 얘기를 피했던 나는 이들의 그런 모습이 신기해서 한 친구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정치 얘기는 말해도 답이 안 나오는데 왜 그렇게 많이 얘기하냐?"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인상적이다.

그들은 "Agree to Disagree" 하기 위해 정치에 대해 얘기한단다.


한 줄로 설명하면, 설득하기 위해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의견에 대한 서로의 근거를 알기 위해 대화한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나한테 반문한다.

"투자나 취미처럼 일상적인 얘기를 하다 보면 정치 얘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너네는 정치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있냐?"


스웨덴어 교실의 지도 2



이렇게 일상적으로 정치에 대해 말하는 문화에는 분명히 교육의 영향도 있다. 내가 듣는 SFI D 스웨덴어 교육 과정은 대략 초등학교 4~6학년 수준이다. 어학 과정을 시작한 지 3달 만에 수업 시간에 각 정당들과 그들의 의제들에 대해서 배웠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 1년 넘게 어학당에 다녔던 아내는 한국어 교육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정치 체계나 정당들, 그들의 의견들에 대해서 배우지 못했다. 한국과 스웨덴의 문화 차이를 이런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상의 순간에서 가끔씩 느낀다.

물론 이렇게 각자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이유에는 읽기와 듣기 위주가 아닌, 말하기와 쓰기 교육도 동등한 비중으로 다루는 어학 교육의 차이도 있다. 하지만 스웨덴어 과정에서 말하기와 쓰기를 어떻게 교육하는지에 대해선 다음 글에서 다루겠다.


출처: Fatta Sveriges demokrati: Ideologi | UR Play


다음으로 스웨덴에서는 정치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는지 짚고 넘어간다. 우선 한 축으로 좌파와 우파에 대해 설명한다. 그들의 차이를 열기구와 낙하산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열기구는 안전하게 떠오를 수 있지만, 비좁고 어디로 갈지 조정하지 못한다. 반면에 낙하산은 자유롭게 목표 지점을 선택할 수 있지만, 위험 부담과 그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개인에게 있다. 결국 정치가 성공적으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좌파와 우파의 정책이 모두 필요하다.

다른 한 축으로 큰 정부와 작은 정부에 대해 설명한다. 큰 정부는 더 탄탄한 복지 제도를 제공하는 대신 세금을 많이 걷는다. 작은 정부는 복지 제도를 축소하는 대신 개인의 자유를 더 보장한다. 이외에도 다른 축으로 환경주의나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다룬다. 좌파와 우파의 경우처럼 큰 정부와 작은 정부, 혹은 환경주의나 페미니즘도 정치에 골고루 반영되어야 사회가 잘 작동할 수 있다.


출처: Fatta Sveriges demokrati: Välfärden | UR Play


이런 정치 교육을 바탕으로 은퇴한 스웨덴 노인들을 초청하여 외국인 학생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폭력에 관한 각 정당의 제안들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재미있게도 영국에서 온 흑인 아주머니께서는 스웨덴에서 두 번째로 큰 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을 두고 그들은 나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 당의 시작은 분나치와 관련되어 있고, 그 당 소속의 일부 사람들은 유대인 관련 혐오발언을 하거나 나치가 연상되는 행위로 논란이 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 대척점에 선, 스웨덴에서 가장 큰 정당인 "사회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말하며 민족주의자들인 "스웨덴 민주당"은 악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그런 극단적인 주장에 대해 반대파 사람들이 꺼내드는 주장으로 나는 아주머니에게 반박했다. 그런 논리라면 "사회 민주당" 역시 공산주의자들이다.  당의 시작은 분공산주의와 관련되어 있고,  당 소속의 일부 사람들은 공산주의가 연상되는 발언과 제안들로 논란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스웨덴 민주당"이 나치라면, "사회 민주당" 역시 공산주의자라고 불려야 한다.

이 말을 듣자마자 아주머니는 언성을 더욱 높이며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다르며, 자신은 정치학 석사를 가지고 있다고 대응했다. 나도 그 말을 듣고 정치학 석사가 그 주장이 옳다는 보증은 아니라고 답하며, 사회주의가 공산주의가 다르기 때문에 "사회 민주당"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는 논리면 "스웨덴 민주당"이 나치가 아니다는 논리도 성립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그분은 "너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라고 성을 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학생이 내가 이해는 한 것 같다고 끼어들자, 아주머니는 더욱 성을 내면서 "그러면 나는 너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라며 말을 마무리했다.


스웨덴어 교실의 지도 3



나도 이민자이기 때문에 민족주의에 기반해 이민자를 배척하려는 제안들을 주장하는 "스웨덴 민주당"을 지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은 나치고 민족주의는 악이라는 극단적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그렇게 대화의 단절로 토론을 마무리했다.

스웨덴에서는 이렇게 이민자를 위한 어학 교육에서도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럴 정도니 이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친구들이나 친척들과 모였을 때도 자주 정치에 대해 얘기한다. 가끔 언성이 높아질 때도 있지만, "Agree to Disagree"의 태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대화는 서로 간의 의견차를 재확인하는 방향으로 끝난다.

물론, 스웨덴에서 영국인과 한국인이 나눈 정치 토론은 스웨덴 사람들의 일반적인 정치 대화와는 사뭇 달랐다. 한국에서 나눴던 정치 대화도 주로 이렇게 결론지어졌기 때문에 나는 정치에 대해 말하기 꺼려왔다.


대비되는 두 사람의 말로 글을 마무리한다.

"I don't understand you"

"Agree to Disag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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