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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May 08. 2023

스웨덴의 언어 교육

스칸센 현장학습

SFI 과정에서 스웨덴어를 배우면서 우리나라와 정말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을 꼽자면 말하기와 쓰기 교육이 먼저 생각난다. 학창 시절동안 한국어와 영어를 듣기와 읽기 위주로 배웠기 때문에, 말하기와 쓰기를 듣기와 읽기와 동등하게 가르치는 교육이 신기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말하기와 쓰기 교육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다룬 뒤, 이것이 정치와 같은 민감한 주제에 관한 일상적인 대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까지 짚어보겠다.



스웨덴 국회 천장에 그려진 각 지방을 나타내는 상징들

우선 말하기 교육부터 적어보자. 수업 시간 중 쉬는 시간을 제외한 180분 중 30분 이상은 반드시 말하기를 연습한다. 학생들끼리 그룹 별로 주제에 관해 대화하기가 주를 이루고 가끔씩 교사가 함께 참여하여 피드백을 전달한다. 시험 또한 두 학생이 5분 간 공통 주제에 관해 대화하기와 혼자서 3분가량 개별 주제에 대한 교사의 질문에 답하기로 이루어진다.

영어 과정에서는 원격 교육이라 수업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신문 기사들을 각 4분간 프레젠테이션 하거나 소설을 읽고 3가지 문구를 인용 및 감상을 발표하는 식으로 말하기 시험이 이루어졌다.

이렇게 학생과 교사 간의 개별적인 상호작용을 중점으로 언어 교육이 이루어지다 보니, 한 반의 구성원은 20명을 넘지 않는다.


글쓰기 또한 유사하다. 말하기와 유사한 시간 비중으로 수업 중에 글쓰기를 연습하고, 학생 간 혹은 교사의 글쓰기 피드백이 진행된다. 시험은 100분 내외의 시간 동안 편지 답장 등의 주어진 주제에 대한 글을 쓰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영어 과정 또한 호기심과 같은 주어진 주제에 관해 300 단어 이상 600 단어 이하로 100분 내에 글을 쓰는 시험을 보았다.

단, 스웨덴어 과정은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의 과정이고 영어 과정은 고등학교 과정이라서 이로 인한 난이도의 차이가 있었다.


스웨덴 국회 내부

말하기와 쓰기 교육에 대해 알아봤으니, 이제 교육이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볼 차례인데, 이전 글(스웨덴의 정치 교육)에서 자세히 적었으니 대신에 이번 글에서는 정치 대화에 관한 의문을 던지려고 한다.

흔히 우리는 경제와 정치를 분리해서 생각한다. 그런데 다르게 바라보면 정치경제학이란 용어처럼 정치와 경제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에 딱 나누어 떨어지지 않는 면이 있다. 하지만 난 여태까지 일상적인 대화에서 주식이나 부동산, 환율 같은 경제적인 주제들 위주로 말했지, 이들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인 주제들에 관해서는 의식적으로 꺼려왔다.

어떻게 그랬을 수 있을까? 아마도 정치에 대해 얘기하는 순간 대화가 과열되고 단절로 끝나기 마련이라 의도적으로 피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가 매번 비슷한 결론에서 더 깊이 나아가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현 정부의 정책을 다루지 않고 현 경제상황을 논했기 때문에 해결방안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치에 관해 말한다면, 갈등이 뒤따를 것임은 불 보듯 뻔하기에 여전히 정치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



친구와 맥주 한잔 하며 연애, 스포츠, 음식에 관한 대화를 나누듯 자연스럽게 정치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을 날이 올까? 나는 그런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그것이 좋은 것일 지에 대해서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치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으려면 "상대방과 나의 의견 차이를 인정하고 다름을 존중하는 태도"가 밑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강점이 저런 다양성은 아니지 않나?


어쩌면 말하기와 쓰기를 중요시하는 교육은 우리나라에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만약 다름을 존중하며 다양성을 기르는 태도가 널리 퍼진다면, 우리는 가성비라는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알아갈수록, 개인적인 확신은 옅어지고 대중적인 의견이 더 궁금해진다.

한국 2021 수출 비중 (출처: https://oec.world/en/profile/country/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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