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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Jun 13. 2023

영화 일어서는 인간 - 김미영

2016-04-30 오전 10:30분 관람


주말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 영화 보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선택한 일어서는 인간이라는 영화.

조조라 저렴하고, 학교 근처에서 볼 수 있었기에 별 기대 없이 극장에 들어섰다.


보고 난 느낌은

인자한 산은 아픈 진호를 품어줬다.

연출자는 진호를 아픈 기억과 마주시켜 성장시켰다.

사랑 역시 그랬다.




영화의 흐름대신, 기억나는 대로 사건의 흐름 위주로 적는다. 다른 글씨체는 개인적인 경험을 적었다.

-스포일러니까 영화를 보실 분들은 읽지 마세요.-

-문제가 있으면 삭제하겠습니다.-

-기억나는 대로 적어서 오류가 있어요.-




2막 2장.

무엇을 말하고 싶기에 시작부터 검은 화면에 흰 글씨로 집중시켰을까?


24개월 전,

극단에서 공연을 시작하는 일행들은 손을 모아 파이팅을 외친다.

소라를 바라보며 웃는 진호의 클로즈 업 된 얼굴은, 사랑에 빠진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보았을 때 짓는 미소다.


가장 행복할 때, 언제나 슬픔이 찾아온다.

기뻐하고 슬퍼하기를 반복하며 배운 간단한 이치.

극에 달하면 지기 시작한다.

진호의 행복한 얼굴이 걱정된다.



극이 끝나고, 진호는 시골에 한 달간 내려가 연락을 끊고 어머니를 돕는다.


가끔 시골에 내려가면 보는 낡은 집. 흙벽에 창호지를 바른 집을 보면서 어디서 저런 세트를 구했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시골은 지친 도시 생활의 휴식처.....로 그려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

도시의 삶이 힘든 만큼 시골의 삶은 다른 면으로 힘들다. 새로울 뿐이지 어디나 힘들 텐데...

왜 시골(고향)은 안식처로 그려지는가?

....

하지만 그래야겠지? 어린 시절의 그리운 어머니의 온기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이니까.

쉬어가는 호흡은 한 시간 반 가량의 영화 진행에 필요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진호가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소라를 놀라게 해 주기 위해, 한 손엔 꽃다발을 들고 그녀의 집 문 앞에 선다.


그 떨림. 사랑하는 사람의 집을 찾아가는 가벼운 발걸음.

하지만 진호는 보지 못해도 난 예감한다. 사랑이 사랑이 아닐 것임을.



 초인종을 누르고, 문 안에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나가 볼까?"


전 여자 친구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소식,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아릿한 고통이 심장을 스치는데,

진호의 가슴은 얼마나 미어질까?



진호는 황급히 복도에 몸을 숨긴다.


아..... 그러지 말지.

아픈 경험을 돌이켜보면, 당황해서 물어보지도 못하고 내 식대로 생각하다 우물쭈물 거리며 끝났을 때 일어났었다.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면 숨지 말고 물어봤어야 한다. 문이 열린 남자를 마주했어야 한다.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처음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해하기보단 이해받을 거라 바라고, 표현하기보단 알아주길 바란 그런 어린 사랑.

다시 첫사랑을 만나도 이어지지 못할 것은 아는 건 오늘의 나는 그 어린 사랑을 할 수 없기에.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은 다시는 그 어린 사랑을 할 수 없기에.

어린 날의 나를 진호에게서 보았다.



돌아가며 꽃다발을 망가뜨려 버리는 진호.

한 달이나 연락이 안 되어 걱정했을 소라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하는 진호.

남자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배신감에 몸서리 칠 진호.


진호는 다음 극을 준비한다.

이런저런 글을 써보지만 돌아오는 "너 자신의 얘기를 써! 판타지 말고"라는 연출자의 말


진호는 싫었던 기억을, 글을 마주한다.

새로운 대본을 읽고 형식이 새롭다는 연출자의 평에 진호는

형식이 지루했다는 답을 한다.


사랑.

그 뻔한 소재와 뻔한 형식. 하지만 우리는 결국 그 사랑을 다시 보고 싶어 한다.

살아가는 이유가 사랑이기에. 삶도 뻔하다면 뻔하겠지만, 그래도 그 삶을 살아가니까.

그런 것처럼 뻔한 사랑도, 사랑해야지



당연히 소라는 이 대본을 싫어한다.

하지만 연출자는 강행하고 어쩔 수 없이 따르는 소라.

자신의 이야기라 말하는 소라에게 연출자는

이 대본에는 네가 없다.

라고 말한다.


2막 1장

공연 전 엠티에서 술에 취한 소라는 진호에게

넌 이기적이야. 그래서 대본 속 인물들도 다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진호는. 그래 나 이기적이다! 화를 낸다.


이기적이다. 진호도, 나도.

내가 사랑했던, 사랑하는, 사람들.

내 눈에 비치는 그 모습을 사랑하지 그 사람 전부를 알진 못한다.

어쩔 수 없지만, 나는 너를 사랑할 수 없다. 내 눈에 비친 너를 사랑한다. 나를 바라보는 널 사랑한다.

그렇다 해서 퇴색되는 것도 아니다.



사실을 알게 된 소라의 새 남자 친구 민규는 처음엔 좋던 대본이 싫어진다. 나중엔 진호를 비난한다.

막내 미나는 지난 사랑을 대본으로 쓴 진호를 지질하다고 말한다.

진호는 묵묵히 듣는다.


가슴 아픈 사랑을 이겨내기 위한 것은 사람도, 여행도, 새로운 사랑이 아니었던 것 같다.

내 잘못들을 돌이켜보고 지질했던 나를 받아들이는 것.

사랑하는 동안 참 멋있는 자신을 보기도 하지만

밑바닥을 보기도 하는 게 사랑이다.


그랬던 내 사랑을 직면하고, 남의 비난을 들어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지난 사랑으로부터 성장한 것이고 감사하고 미안한 추억이 된다.



3막 1장

공연이 시작되고 진호는 공연의 대본을 조금씩 다르게 손본다.

마치 이런 결말은 어떨까? 저런 결말은 어땠을까 후회하듯.


공연이 끝나고 현석이라는 선배가 다가와 조언을 한다.

진호는 답한다.

형은 형대로 살고 나는 나대로 살자.

현석은 진호에게 작가 다됐다고 답한다.


작가만 그런 건 아니겠지.


소라는 진호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진호는 답한다.

지금 이렇게 네가 먼저 말을 걸어줬잖아.


공연이 끝나고 다시 시골로 내려간 진호는 산에 오른다.

어머니는 평소 타박하던 라면을 챙겨주시며

뭐라도 먹는 게 낫지

라고 말하신다.

진호는 산에 올라가 라면을 맛있게 끓여 먹는다.

솟아오른 암산을 바라보며 영화는 끝맺는다.




진호의 대본 제목은 산에 가서 말하라였다.

생략한 부분이 많지만 몇 자 더 적자면


인자한 산은 아픈 진호를 품어줬다.

연출자는 진호를 아픈 기억과 마주시켜 성장시켰다.


사랑 역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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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30 원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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