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점 하나만 빼면 아무나 못 가는 회장실이 되지만 사실 누구나 없이 살 수 없는 방은 회장실보다는 화장실이다. 모두에게 꼭 필요한 화장실은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나 문화의 특징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스웨덴의 화장실은 한국과는 어떻게 다를까? 놀랍게도 별로 다르지 않다. 사람이라면 대게 눈코입이 달려 있는 것처럼, 화장실에는 어디나 변기와 세면대가 달려 있다. 하지만, 눈코입은 똑같지만 우리는 성별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화장실을 성별로 나눈다. 반면에 스웨덴에선 많은 화장실이 공용이다. 양성이 더 평등해질수록, 역설적으로 성별을 덜 구별할 수도 있다.
또한, 변기 칸과 세면대 칸이 줄지어 서있는 한국의 화장실과 달리 스웨덴에선 칸마다 변기와 세면대가 같이 들어있다. 크게 보면 스웨덴이나 한국이나 화장실은 똑같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 작지만 큰 그런 차이에서 일상의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좋은 화장실일까? 복잡한 질문이다. 그 답은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화장실은 분명히 우리나라의 화장실이다. 반면에, 사적인 공간을 더 보장해 주는 것은 스웨덴의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느 화장실을 더 '좋은' 화장실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진짜로 '좋은' 화장실에 대한 답이라기보다는, 당신의 더 선호에 대한 답이고, 당신의 개성이자 당신이라는 사람을 나타내는 가치관의 표현이다.
더 자세히 볼 수록 더 흥미로워진다. 화장실도 그렇다. 이제 화장실의 핵심인 변기에 좀 더 집중해서 살펴보자. 차이가 느껴지시는가? '물은 답을 알고 있다.' 사진에선 깊이감이 잘 느껴지지 않지만, 한국보다 좀 더 낮은 수위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변기에 담긴 물이 더 적기도 하고, 그것이 좀 더 오래 날기도 한다. 또한, 변기의 각도가 더 경사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자라면 이것이 무슨 차이를 불러올지 알 것이다.
내용을 마무리하자면, 화장실의 메커니즘은 어디나 대동소이하다. 가기 전엔 급하지만 나온 뒤엔 여유롭다. 그래서 어떤 이에게는 지하철 좌석도 화장실이 된다.
그러므로 당신이 생각하는 화장실은 무엇인가? 볼일을 볼 수도, 화장을 고칠 수도, 고인을 보내드리는 곳일 수도 있다. 외국에선 restroom일 수도, toilet일 수도, water closet 일 수도 있다. 다음으로 "모름지기 화장실이라면 이래야 한다"는 모습은 어떤가? 변기나 세면대, 휴지, 비누, 벽이나 바닥의 마감재까지 상상해 보자. 마지막으로, "이런 화장실이라면 좋겠다"는 모습은 어떠한가? 그 교집합 어딘가가 우리가 만들어나갈 수 있는 화장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