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ail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minic Cho Dec 22. 2023

[Netflix] 클라우스(Klaus) 톺아보기

이것은 클라우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클라우스ost인 Invisible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영화 "클라우스"의 메시지는 Zara Larsson이 맑고 투명하면서도 파워풀한 목소리로 전하는 가사에 전부 담겨있다.


유튜브 링크를 눌러 음악을 들으며 잠시 눈을 감아 본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한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어딘가에서는 전쟁 중이다. 그리고 "클라우스"는 보이지 않는(Invisible) 무언가를 위해 우리 모두 발걸음을 내딛는다면, 과연 무엇이 가능해질까 상상하는 이야기다.




주인공 제스퍼 요한슨은 고위직 관료의 아들로, 실크 시트에 캐비어와 셰리 포도주를 즐기는데 익숙하다. 쉽게 말해 금수저로, 일하지 않아도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지배층이자 타고난 행운아다.


그런 그에게 단 하나의 불운이 있다면, 꼰대 같은 아버지를 두었다는 점이다. 놀고먹는 제스퍼의 모습이 탐탁지 않았는지, 아버지는 그를 우편학교에 보내 교육시킨 뒤 격오지 중의 격오지인 스미어렌스버그의 우체부로 발령 보낸다.


그러면서 한 가지 조건을 단다. 1년 안에 편지 6천 통을 처리하지 못하면 제스퍼는 상속에서 제외된다. 그는 순식간에 꼭대기에서 밑바닥으로 떨어질 처지에 놓인다.


That boy needs a wake-up call


제스퍼를 떠나보내며, 아버지는 아들에게 기상 알람(wake-up call)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제스퍼는 안락한 삶에서 깨어나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What? No. I'm not lost

Trust me, you are.


스미어렌스버그로 가는 도중 만난 선장에게 제스퍼가 길을 묻는 도중에 나눈 대화의 일부다. 길을 잃어버리지 않았다고(I'm not lost) 말하는 제스퍼에게 선장은 제스퍼가 길을 잃었다고(Trust me, you are) 장담한다.


정말로 우리네 삶은 이렇게 흘러간다. 배를 타고 스미어렌스버그에 가서 우체부 일만 하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앞날이 제스퍼를 기다리고 있다.




스미어렌스버그에는 순수한 폭력과 다툼이 가득하다. 선장의 안내에 따라 마을 중앙의 전쟁 종(Battle bell)을 울린 제스퍼는 그 현장을 두 눈으로 목도한다. 전쟁으로 상처투성이인 마을과 생선 가게가 되어버린 학교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지만, 우리는 이런 묘사들 중에서 "클라우스"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크럼(Krum)과 엘링보(Ellingboe) 가문에서 가장 큰 덩치를 지닌 존재는 각 가문의 후계자인 아이들이다. "클라우스"에서 아이들은 가장 큰 힘을 지닌 존재들이며, 암울한 현재를 변화시킬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하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을 교육시키지 않고 그런 상황에서 선생 또한 돈을 모아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서의 새 출발을 꿈꿀 뿐이다.


대를 이어 전해지는 전쟁에서 문득, 오늘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연상된다. 아이들의 재잘거림 대신 생선 비린내로 가득한 학교에서는 오늘의 초등교육 붕괴가 떠오른다.

"클라우스"는 유쾌한 묘사로 오늘의 아픈 현실을 조심스럽게 엮어낸다.




Are we starting to connect the dots?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제스퍼에게 모겐스(Mogens) 선장은 이제 좀 그림이 그려지시나(Are we starting to connect the dots?)며, 제스퍼가 길을 찾을 때 내뱉었던 말을 똑같이 되돌려 준다.


다 낡아빠진 우체국, 다툼으로 가득한 마을이라는 암울한 현실을 제스퍼와 알바(Alva) 선생님, 나무꾼 클라우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바꿔나갈지는 영화를 보실 독자 여러분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겠다. "클라우스"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재치 넘치 제스퍼를 통해 산타 할아버지가  않아도 어떻게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지,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주고 나쁜 아이에겐 선물을 주시는지, 어떻게 순록 썰매를 타고 날아다니는지와 같은 모티브를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다만,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고 싶은 대목이 딱 하나 있다.




A true selfless act always sparks another


마을의 변화에 대해 떠벌리는 제스퍼에게 클라우스가 들려준 말이다. 진정한 이타적인 행동은 언제나 다음을 불러일으킨다고.(A true selfless act always sparks another)


Everyone is out to get something


제스퍼는 클라우스에게  그런 이타적인 이유가 아니라 누구나 뭔가를 얻으려고 애쓰는 거라고 답한다.(Everyone is out to get something)

하지만, 영화가 끝나갈 즈음 제스퍼는 클라우스의 말을 오히려 "진정한 선의의 행동은 언제나 다음을 불러일으킨다"며 재해석한다.


A true act of goodwill always sparks another


무슨 일을 겪었길래 제스퍼가 저런 말을 하게 됐을까? 그리고 과연 제스퍼는 칙칙한 스미어렌스버그에서 벗어나 실크 시트, 캐비어, 셰리 포도주가 기다리는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혹시 영화를 보고 난 뒤 괜히 눈가가 축축해지거나 가슴이 먹먹해진다면, 아마  속에 담긴 메시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이 우리가 만든 결과라면,
우리는 내일도 바꿀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김치찌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