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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헌군주제와 부정부패에 관한 흥미로운 시각

Workshop 저녁 식사 도중에 듣게 된 색다른 관점

by Dominic Cho

유튜브를 보다 보면 스웨덴 관련 영상을 가끔 만난다. 그중에서도 정치/경제와 관련된 소위 "지식 유튜브" 영상들은 대개 "스웨덴은 복지는 좋을지 몰라도 계층 이동은 불가능한 정체된 사회"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래저래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많지만, 이 글에서 전하고 싶은 주제와는 거리가 있기에 "외국인이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들"을 전하는 것으로 간접적인 답을 남긴다.


어느 날 스웨덴인 동료가 "한국의 저출산은 대학교 학비가 비싸기 때문이냐?"는 질문을 내게 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다고 하기에도 애매해 이런저런 예시들을 들어가며 설명했지만, 대학교 학비가 거의 없다시피 한 스웨덴에서 자란 그 동료가 납득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여러 이유들을 다 듣고도 그의 표정은 여전히 '그래도 대학교 학비로 몇 천만 원이나 들어가는데, 그게 출산에 부담이 안 될 수 있나?' 납득이 가지 않 느낌이었으니까.


마찬가지로 "지식 유튜브"의 그런 주장들에 대해 스웨덴의 사회적인 관점에 근거한 풀이들을 적어봐야, 이 글을 읽는 한국인들의 머리와 가슴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그보다는 이번 회식 자리에서 "마케도니아" 출신의 동료가 "지식 유튜브" 내용을 듣고 난 뒤 꺼낸 독특한 주장으로 반문해 보겠다. 참고로, 그는 자신의 조국을 말할 때는 되도록 "북"을 붙여달라고 말했다. 자칫 "그리스" 사람들에게 논란이 수 있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왕은 일종의 정치적인 중립지대 역할을 한다"로 그의 주장을 요약할 수 있다. 좀 더 설명하자면, 국가의 많은 토지와 부를 소유하면서도 정치적으로는 무력한 왕족들이나 귀족들이 일종의 억제제로 작용한 덕분에 스웨덴의 정치가 깨끗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차피 먹을 수 있는 파이가 적기 때문에, 부정부패의 유혹이 스웨덴의 정치인들에게는 덜 매력적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 글을 적다 보니 왕정이지만 부패한 국가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하지만 이 반론마저 예상했는지 그는 그 주장과 함께 신뢰를 강조했다. "결국 정치적으로 얼마나 믿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그의 두 주장을 하나로 요약한다면, "지식 유튜브" 주장에 "스웨덴은 계층 이동이 불가능한 정체된 사회일지 몰라도 그에 기반하여 신뢰도 높은 정치 체계를 마련한 복지국가"라고 답할 수 있다. (두 가지 다른 주장에 담긴 복지와 계층 이동에 관한 미묘한 시각차에 주목하라.)

여기까지 정리해 보니 내가 그의 입장이었다면 궁금했을만한 의문점이 떠오른다. 그렇게 말하는 "지식 유튜브"들은 그러면 "한국의 복지와 계층 이동에 관해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지만 질문 역시 "저출산과 대학교 학비의 상관관계"처럼 한국인들에게 어색하게 느껴질 듯하다. 한국 사회에서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과 같은 "복지"에 관해 논의할 때 "계층 이동"이란 키워드 얼마나 주 언급되는지 의문스럽다.




예전 같았으면 이 글을 적을 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손에 땀이 날 정도로 흥분했을 것이다. 이 글이 두 사회를 연결하고 이해하여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기대감보다는 '아, 시간 지나면 까먹을 테니까 잊기 전에 적어놔야지'하는 의무감으로 글을 적는다. 요즘은 며칠 회사 가고, 또 나머지는 집에서 일하며, 집을 조금씩 꾸며가는 재미에 빠져들고 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이렇게 나도 변해간다.


글을 마치며 지난날 힘들었던 내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네가 그렇게 고민하고 고생한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게 됐는데, 이제는 네가 그때 가졌던 그 바람에 조금 멀어져 버려서 미안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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