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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Jul 12. 2023

이민자 교육의 예시와 필요성, 그리고 예측

SFI C과정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상황에 빗대어서

 이민자를 위한 스웨덴어 교육 강의인 SFI(Swedish For Immigrants)의 시작 단계인 Course C의 지난 9주 간의 과정을 오늘 드디어 마쳤다. 다양한 SFI 강의들 중에서 나는 Intensive 과정을 수강하였기 때문에 매일 오전 강의 + 주 3회 오후 강의를 들었다. 또한 일반적인 SFI 강좌의 18주에 비해서 절반의 기간이라 꽤나 빡셌다. 간단한 강의 설명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이제 강의를 듣고 난 다음 느낀 점과 이민자를 위한 교육 강좌의 필요성, 그리고 우리나라의 이민자 교육에 대한 예상을 다루겠다.

 다시 말해, 이민자 교육이라는 주제로 스웨덴의 사례를 분석하여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이민자를 더 많이 받는다는 지금 우리의 선택이 불러올 미래에 대해 적겠다.


  

 우선, SFI 강의를 들으면서 우리나라와 정말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들을 적어보겠다. 첫째로, 자율적인 수업 참석 여부였다. 미수강의 기준이 15일 결석이었다. 9주 교육인데 그중 3주 가까이 결석해도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개인적인 일이 있다면 별 걱정 없이 강의에 빠져도 되었다. 또한, 지각을 따로 체크하지 않아서 마지막 3주 정도는 늦잠으로 매일 15~30분가량 지각했다. 이렇게 자율적인 참여는 교사에게도 적용되어, 어느 날에는 교사의 두통으로 인해 그날 오후 수업을 2시간 중에서 30분만 하고 마치기도 했다. 이렇게 출석에 관해서 엄격하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둘째로, 수업 진행 중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아무래도 교사가 강의한 뒤, 주어진 질문 시간에 문의하는 문화에 익숙했다. 그런데 SFI에서는 교사가 말하는 도중이라도 궁금한 점이 있으면, 교사의 말을 끊고 이해가 가지 않거나 궁금한 점을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모습을 보고 '이래도 되나' 싶어서 어색했지만, 나중에는 질문을 너무 많이 하는 모습에 '좀 고민 좀 해보고 질문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정도로 질문을 자유롭게 하고, 또 그렇게 맥을 끊는 학생의 질문을 방해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신경 써서 답하는 교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셋째로, 알레르기나 다양성에 대한 관심을 꼽고 싶다.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있어서 학교에 그런 음식을 가져오는 것은 일절 금지였고, 생선 종류도 수요일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또한, 종교나 성별로 인한 차별이 있는 경우에는 무관용 대응이 원칙이므로 그런 행위를 조심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먹어도 안 죽어'라거나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여기 문화는 이런 문제들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을 되새겼다. 이 세 항목에서 우리나라의 교육현장과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제 이민자를 위한 교육 과정의 필요성에 대해 다루겠다.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우리나라도 앞으로 외국인 이민자를 더 많이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상적으로는 별 다른 교육 없이도 노동 현장에 투입되고 한국 문화에 자연스럽게 융화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민자를 받아온 스웨덴의 경우를 살펴보자. 현지 문화 적응이 어려운 이민자들은 있기 마련이고, 자연스럽게 이런 이민자들끼리 모여 사는 지역이 스톡홀름 곳곳에 생겼다. 일명 OOO 타운처럼 이런 지역이 생기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지만, 스웨덴에서는 이런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겨났다. 그로 인해 현지인들은 그 지역들을 기피하게 되어 슬럼화가 진행됐다. 비슷한 사례로는 우리의 신도림이나 대림 지역을 떠올리면 된다. 이렇게 되면 이민자와의 갈등이나 자국민 우선주의가 심해질 수 있다. 지난 선거에서 자국민 우선주의를 강조하여 약진한 스웨덴 민주당 (The Sweden Democrats) 사례도 이런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이민자의 적응을 돕는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자국의 언어 교육이 대표적이다. 문화에 융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언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스웨덴에서는 SFI의 다양한 강의를 이민자에게 제공한다. 글자를 읽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기초 과정, 업무와 병행할 수 있는 온라인 과정이나 직장 내 과정, 집중 과정인 Intensive, 전문직을 위한 SFX 등의 과정들이 있다. 언어 이외에도 건설 산업 종사 노동자 교육처럼, 인력이 부족한 분야별 직업 교육이나 학사, 석사, 박사 등 학위 관련 지원 프로그램도 있다.


 하지만, 이런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세금이 필요하다. 또한, 이런 교육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민자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다. 게다가 이런 교육에 참여하느라 이민자의 근로 시간이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이에 더해 이민자마다 천차만별인 교육 정도, 경제적인 능력, 전문적인 경력 등을 고려하여 개인에게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기는 정말 어렵다. 스웨덴의 직업 관련 기관인 arbetsförmedlingen 이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은 이곳에 온 이민자라면 한 번쯤은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요약하면, 이런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노동력 증가를 위해 이민자를 받았는데, 그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가 증가하거나 세금이 더 많이 들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이민자 교육에 대한 예상을 다루겠다. 이민자로 인한 갈등을 다르게 해석하면, 이민자 적응을 돕는 교육의 제공이 오히려 문제의 원인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온 이슬람교도가 고된 노동으로 인해 종교적 규범에서 벗어나 돼지고기를 먹는다는 일화와 같이, 당장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 문화에 적응하려는 의지가 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많은 이민자가 한국에 왔지만 현재의 3시간가량의 이민자 조기적응 프로그램만으로도 큰 갈등 없이 유지되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적응 교육과 같은 이민자 지원의 확대가 되려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격이 될 수 있다.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면 스웨덴과 달리 효율성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 적합한, 이민자 관련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 다른 방안을 떠올려볼 수 있다. 굳이 세금을 써가며 이민자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기보다는, 본인의 노력으로 한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이민자들의 사례를 부각하고 적응에 실패한 이민자들은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치부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런 문화에 이민자들이 융화된다면, 적응하지 못한 이민자들도 사회적인 갈등을 일으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현재의 우리와 유사한 선택을 할 것이다.


 다만 불안한 점은 지금까지 잘 작동해 왔던 효율성 위주의 성공 공식이 앞으로 변화할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인력은 넘치고 자본은 부족한 환경에 적합한 공식이 인력은 적지만 자본은 충분한 환경에서도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물론, 이민자를 받아들임으로써 인력은 넘치고 상대적으로 자본은 부족한 상황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지금보다 자본이 줄어드는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 게다가, 어쩌면 자본보다 인력이 더 부족해진다는 예상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글을 마무리하기 전 우리가 이민자를 더 받고자 하는 이유인 노동력 부족의 원인을 되짚어보자.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저출산이 있다. 저출산의 원인으로 말하는 다양한 이유들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힘들다"일 것이다. 살기 힘드니 태어나는 아이들은 적고 떠나는 사람들은 많다. 이렇게 사람들이 줄어드니 노동력 감소라는 문제가 생겼다. 이제 우리는 글의 시작점으로 돌아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살기 "힘들다"라는 난해한 문제에 대한 해법보다는, 그냥 이민자를 많이 받자는 손쉬운 대안을 선택하려 한다.


 하지만, 현재의 쉬운 대안이 스웨덴의 사례처럼 나중에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또한, 문제를 불러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과연 언제쯤 우리는 살기 "편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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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6 원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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