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은 도시의 특성과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를 잘 보여준다. (화장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따라서, 이 글에서는 스톡홀름이라는 도시에서 교통시스템이 동작하는 방식을 살펴본 뒤, 서울과 스톡홀름 교통을 모두 이용해 본 후기를 남기겠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변화할 서울의 교통체계도 상상하며 글을 마무리하겠다. 물론, 이 글이 스톡홀름 여행을 계획 중이신 분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이제, 스톡홀름이라는 서울과는 다른 도시의 교통체계가 어떻게 동작하는지에 대해 환경적인 부분부터 알아보자.
스톡홀름은 14개의 큰 섬들로 이루어진 도시로 동쪽으로는 발트해에 접하고 있다. 면적은 188km^2으로 서울의 30%, 인구는 98만으로 서울 대비 10%이므로 인구 밀도는 서울의 1/3 정도다. 이런 지리적인 요건으로 인해 페리와 트램과 같은 교통편도 존재한다. 아래 스톡홀름역 사진을 보면 도보와 분리된 자전거도로, 빨간색 버스와 파란 트램의 앞부분과 같은 교통의 특징들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런 대중교통들은 SL이란 공기업에 의해 통합되어 운영되므로 SL카드를 구매하여 버스, 지하철, 전철, 트램, 페리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요 SL 카드란 녀석이 재미있는데 약 5천 원을 내고 75분 동안 이용하거나, 약 12만 원으로 한 달 이용권을 구매할 수도 있다. (기간 내 횟수는 무제한이고 1일 권부터 1년 권까지 다양한 종류의 티켓이 있다.) 또한, 학생이나 노인은 1회용 3천 원, 한 달 권 8만 원 정도로 할인된 가격에 구매 가능하다. 즉, 정기권이 1회용보다 저렴하며 학생들과 노인들은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공유 킥보드나 택시, 우버 등을 이용할 수 있는데, 공유 킥보드의 경우에는 1.8km 10분 거리에 5천 원 정도이고, 공항에서 스톡홀름 역까지 우버를 이용하면 41km 30분 거리에 7만 원 정도 든다. (시간대, 차종에 따라 가격 변동.) 인천공항에서 서울역까지 59km에 50분 거리에 5만 6천 원이 드니 교통비는 확실히 스톡홀름이 비싸다.
이제 두 도시의 교통을 모두 이용해 본 후기를 적어보면, 확실히 스톡홀름 도심이 보행친화적이고, 자전거나 킥보드 같은 개인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편리하다. 또한, 페리나 트램 같은 색다른 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어서 신기했다. 여기에 더해 앞서 본 스톡홀름역 사진의 도로를 보면 우리의 서울역이나 강남에 비해 차량도 적고 차선도 적다는 의문이 들지 않는가? 역시 선진국이라 사람들이 환경을 생각해서 자가용보다는 도보나 자전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일 리가 없다. 이곳 사람들도 편하게 자차로 이동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면 왜 이렇게 차량이 적을까? 그 이유는 역시 돈이다. 스톡홀름 도심부를 드나들 때마다 편도에 천 오백 원에서 5천 원가량을 내야 한다. (시간대와 시기에 따라 가격은 다름.) 이렇게 비용이 추가로 들다 보니, 부자거나 필요한 일이 있을 때만 도심에 차를 끌고 가게 된다. (만약, 우리나라에 이런 제도가 도입된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반면에, 불편한 점도 많다. 스톡홀름에 겨울철 눈이 내리면 걸어 다니기가 영 사납다.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작은 돌들을 뿌려놓는데, 이게 또 걸어 다니다 보면 신발 속으로 들어가서 꽤나 신경 쓰인다. 게다가 겨울엔 해가 떠 있는 시간도 짧으니 오로라나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이벤트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스톡홀름은 무조건 여름에 와야 한다. 또한, 대중교통 비용이 저렴한 편이 아니다 보니 도심부에 사는 친구들은 SL카드를 구매하기보단 걷거나 자전거, 공유킥보드를 이용하여 출퇴근하거나 놀러 다닌다. 또한, 공기업이 독점하여 대중교통을 운영하다 보니 버스나 지하철의 운행 편수가 아쉬울 때도 있고, 버스의 경우에 예정된 시간보다 5분 내외로 빠르거나 느릴 때가 많으며, 지하철이나 전철의 경우에 사고로 인한 운행 지연이 상당히 빈번하다. 대신, 서울 인구 밀도의 1/3 정도인 도시에서 한 달에 12만 원가량으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으며,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야간에도 꽤나 교통편이 많다는 점은 좋다. (역시 이사를 할 때처럼, 국가가 기업보다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대신 가성비가 괜찮다.)
추가로, 스톡홀름 외곽의 주거지역에 위치한 차량의 속도를 줄이기 위한 장치들도 보자. 도로의 폭을 줄이면서 버스 정류장, 구부러짐, 방지턱 등을 통해 운전자가 차량의 속도를 강제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개인적으로 저 버스정류장은 좀 너무하다 싶기는 한데, 버스가 길을 막고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동안 기다리는 양 방향의 차량들을 볼 때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장치들도 한국에 도입될 수 있을까? 나라면 기다리다 속이 좀 터질 것 같긴 하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인구가 감소하면서 대중교통 체계의 변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 경우에 스톡홀름이란 다른 환경에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구현한 교통 체계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서울은 내륙에 위치하고 경기도라는 넓은 지역과 연결되며 그 대도시권에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산다. 그렇기에 스톡홀름의 교통 체계를 다이내믹한 서울에 그대로 옮겨온다면 분명히 문제가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서울의 환경에 적합하면서도 변화와 함께 요구될 사항들이 반영될 교통 체계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 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