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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May 28. 2023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총점: 3.5 -> 5.5/10


- 한 줄 서평


달리기를 통해 공황 장애와 공존할 수 있게 된 여성의 수필


- 내용 정리


 이전에 읽었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시와 같은 책이어서 내용을 정리하지 않았다.

달리기라는 사소한 성취를 통한 자존감 회복 과정을 다룬 이 책도, 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득 보다 실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성장기를 다룬 그저 그런 책이라고 요약하고 싶지 않다. 인생을 멀리서 바라보면 모두 비슷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희로애락이 모두 다른 것처럼.



- 감상


1. 나는 이런 책이 싫다. 특히 초반부는 읽기 힘들었다. 지질하고, 부정적이고, 비관적이다. 그냥 노답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나를 짜증 나게 한다. 왜일까? 공감이 가서 그런 것 같다. 내 속의 지질함,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태도를 보는 것 같아서 피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을 잘 못한다. 이해하지 못하고 막히는 모습에서 내가 떠오를 때, 짜증이 난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꺼낸다. 계속해서 다른 방식으로 말을 건다. "이렇게 못난 나도 불안증과 우울증에 맞서고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 너무 힘든 당신도 맞설 수 있어요!" 앞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어! 힘내라는 격려보다는, 나도 이렇게 힘들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되자.


2.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가벼움과 느껴지는 페미니즘에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있다. 67p "박사 논문도 거뜬히 쓸 수 있을 듯하다."가 농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논문을 쓰려면 배경 지식, 아이디어, 검증 및 구현, 다른 논문과의 비교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말하는 것인지 의심이 된다. 70p의 여성의 히스테리를 다룬 부분, 92p에서 95p까지의 성차별적인 인식과 같은 부분에서는 저자가 갖고 있는 페미니즘적인 시각이 느껴진다.

 여성들이 왜 페미니즘에 공감하는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남성 대 여성의 시각으로는 남성이 같은 남성을 차별하는 사건들은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힘을 가진 자가 힘을 가지지 못한 자를 어떻게 억압했는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남성이 힘을 가져왔기에 여성을 억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힘을 가진 남성은 힘을 갖지 못한 남성도 억압했다는 점을 무시하고 넘어가지 말자.


3. 저자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랐기에, 불안증과 우울증이 빠진 것 같다고 생각한다. 122p의 "그렇게 많은 지원과 친절과 사랑을 받았음에도" 부분이나, 부모님에 대해 부유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고 언급하는 부분에서 저자가 과보호를 받고 자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자는 부모님의 보호를 벗어나 실제로 부딪히고 깨지면서 불안증과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11번째 법칙 "아이들이 스케이트 보드를 탈 때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가 생각난다. 강한 감정적 유대감으로 연결된 모녀가 생각나 이 부분에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


4. 힘든 초반 부를 넘어가면, 이 책의 좋은 부분들이 나온다. 136p에서 달리기를 시작하고, 143p에서 상상이 아닌 실제 세상을 보고, 169p에서는 안도감까지 느낀다. 175p "아무리 작은 성취라도 자축해야 하고, 오늘 뭔가가 잘 안 된다고 함부로 자책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178p "딱 1분만 더!", 189p "삶의 태도가 바뀐 기분이었다.", 195p "원래 인생은 고통스러운 것이다." 201p "위기를 겪으면서 수년간 잠자고 있던 충동이 눈을 뜬 경우가 많다.", 208p "지배력을 가지려고 한다", 214p "한쪽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달까?", 221p "달리기는 저 푸른 초원으로 영영 달아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242p "도움이 되는 수단을 찾아야 한다.", 259~260p "집념을 인정하지 않았다. ~ 내가 더 행복해진 것이었다.", 272p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와 같은 부분들에 정말 공감한다.

 성장과 발전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그들을 관통하는 맥이 있다.


5. 성장을 겪었으니 이제 다시 못난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 않기 위한 조언들이 눈에 들어온다. 275p "내게 자신감이란 게 없다는 생각은 한 번도 못 했다.", 284p "걔한텐 좋아도 나한텐 아니잖아.", 307p "달리기로 내 지랄 같은 문제들을 싹 다 고칠 수 없다", 316p "몸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자." 등등.


6. 영국적인 그 지질한 듯하면서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책이다. 미국 영화에서 "나는 쿨해, 멋있어, Swag"가 느껴진다면, 영국 영화 그 특유의 따뜻하면서 약간 찐따 같은 감성이 느껴진다. 나도 좀 그런 경향이 있어서 그런 찐따미가 느껴질 때마다 미소를 지으면서 읽었다.



씽큐베이션 두 번째 책은 읽기 수월하고 따뜻한 책이어서 좋았다. 베스트 셀프가 고민하느라 한 장을 넘기기 참 어려웠다면, 이 책은 동화를 읽듯 스르륵 책장이 넘어갔다.

 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달리기를 한다. 취준생 시절, 석사 논문을 쓸 때, 부서 배치를 받았을 때 등등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바람을 쐬며 달리기를 했다. 감기 기운이 거의 다 나은 오늘, 오랜만에 달리기를 하러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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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7 원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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