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하다 보면 문득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마음을 빼앗길 때가 종종 있다.
여우비로 젖은 잔디에서 풍기는 물비린내와 풀냄새, 어느새 차가워진 바람이 머리칼을 건들면 그제야 저벅거리는 발소리가 내게 말을 건다.
'어때?'
입을 떼고 나란히 걷는 아내에게 묻는다.
"정말 아름답지 않아?"
그러면 아내도 "그러네, 정말 예쁘네."라고 맞장구쳐준다.
길은 이어지기 마련이고, 이런저런 풍경들은 이따금씩 나를 사로잡는다.
공사장의 인부와 눈을 끔뻑이는 소, 지나쳐가는 자전거 탄 아저씨에 시선이 사로잡혀 평범한 이 순간을 사로잡기 위해 카메라를 켠다.
해 질 녘의 하늘을 볼 땐 때때로 종이에 베인 것 같이 가슴이 아리다.
노을은 어디나 같은데, 여기에 와서야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뭘까?
해가 저물고 나면, 떠나온 곳의 야경이 마음속에 겹쳐진다.
빌딩 숲 사이로 내려다보던 홍대거리도, 익선동 한옥거리의 반짝임도, 그때 아내가 물어보던 "정말 아름답지 않아?"라는 물음도.
이제야 답한다.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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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1 원문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