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RUTHERFORD AND FRY'S COMPLETE GUIDE TO ABSOLTELY EVERYTHING - Hannah Fry and Adam Rutherford
총점(Score): 9.5/10
- 한 줄 평(My comment)
지각(관념)과 실재의 차이를 인식하여, 직관의 한계를 바로잡으려는 태도를 기르자.
- 감상(Impression)
이민을 앞둔 이 순간,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주는 책이다.
세상이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바꾸어야, 바뀌어야 한다. 지난 10년은 그 방법을 찾기 위한 시행착오였다. 그리고 그 끝에 답을 찾았다. 바꿀 수 없다. 바꿀 수 없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으므로 일일이 적지 않겠다. 다만, 그 흐름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세상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점엔 많은 이들이 각자의 이유로 동의할 것이나, 이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다시 말해,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세상이 바뀌기를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다'가 보다 정확한 표현이다.
그러므로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그를 원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우선 내가 바라는 세상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그려야 한다. 또한, 사람들이 원하고 싶어 할 만한 모습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주관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근거로, 그 세상이 작동하는 원리와 매력성을 뒷받침해야 한다. 그런데 이 책은 말한다. 세상을 온전히 객관적으로 볼 수는 없다고.
"물론 객관적인 우주가 존재하지만, 움벨트는 인간이 개들과 환경을 공유하더라도 우리의 주관적 세계는 그들과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다만, "오직 과학만이 우리에게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서 주관적이 아니고 정말로 객관적인 관점을 부여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책의 다른 문장 "이 모든 것의 결론은 과학이 편향되었다는 것이다."을 고려해 보면 정말로 애매한 표현이다.
편향된(주관적인) 과학이 객관적인 관점을 부여할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주관적 세계는 객관적인 세계일 수 없다는 말이다. 복잡해 보이는 이 말을 곱씹어보면 다시 말해, 내가 바란 세계의 객관성을 뒷받침해 줄 근거를 혼자서는 찾을 수 없다는 뜻이고, 더 나아가 세상이 잘못되었다는 가정부터가 주관적이라는 뜻이다.
어깨에 들어간 힘이 빠지는 말이다.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지난 내 10년의 시도는 허무한 노력이었다. 하지만, 내가 바란 세상이 지닌 주관성이란 한계를 인식하니 새로운 길이 보인다. 방향을 돌려, '사람들은 어떤 세상을 원하는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한다면 여전히 주관적이지만 그나마 객관적인 세상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열쇠 구멍으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지만, 보다 다양한 열쇠 구멍으로 바라보는 편이 하나의 열쇠 구멍으로 보는 편보다는 더 객관적인 관점이리라.
이제 낯선 세상으로 나아가, 열쇠 구멍마다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알아볼 시간이다.
- 내용 정리(Summary)
정리하기 어려운 책이다. 아직 내 유머력이 떨어지기 때문일까? 책은 1장부터 제목을 비트는 유머를 던진다. 영어 원제는 '절대적으로 모든 것에 대한 완벽한 가이드'이지만 "모든 가능한 지식을 갖춘 도서관은 지식이 전혀 없는 도서관이나 마찬가지다."라는 말로 초반부터 예상을 벗어난다. 자잘한 드립들로 피식거리며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지만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모순과 역설의 웅덩이 한가운데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꾸안꾸 스타일로 빌드업된 책의 내용을 정리하려니, 마치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다룬 책의 내용을 정리할 때처럼 막막하다. 한 조각이라도 빠지면 완성이라 부를 수 없는 퍼즐을 설명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내용을 각 부분별로 정리하는 대신, 읽는 내내 머리에 맴돌았던 "스펙트럼"이라는 키워드로 책을 풀어보는 편이 흥미로울 것 같다.
"스펙트럼", 듣기만 해도 애매하다.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편이 익숙한, 인간이란 주관적인 종이 놓인 객관적인 우주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또 한 번 만난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가슴 한 편이 아려온다. 인간이란 하드웨어가 지닌 한계로 인해 우리는 스펙트럼적인 특성을 갖는 우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주관을 통해 이분법적으로 이해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도구가 과학이라고 책은 말한다. 주관적인 인간과 객관적인 우주 사이에 놓인, 건널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논하며 저자들은 슬퍼하거나 좌절하거나 한탄하지 않는다. 다만, 9가지 장을 통해 각각 가능성, 환경, 원, 역사, 시간, 자유의지, 편향, 사랑, 직관이라는 익숙하지만 모호한, 마치 시계 문제처럼 느껴지지만 자세히 보면 구름 문제인 주제들을 하나씩 다루며, 우리가 지닌 한계를 유머를 통해 유쾌하게 풀어낸다.
이들이 담담하게 전해준, 객관적이진 않지만 객관적인 관점을 부여할 수 있는 과학에 의지하여 앞으로 나아가라는 말이, 바꿀 수 없는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미친 짓을 하려는 내게 역설적인 위안을 준다. 그 말속에는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이에게, 그 한계 앞에서 느껴지는 좌절감보다는 그럼에도 다시 한번 해 볼 때 드는 즐거움에 주목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마치 모두 언젠가 죽지만, 그럼에도 오늘을 즐겁게 살아보려는 태도가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목차
들어가는 글
1장 끝이 없는 가능성
절대적으로 모든 것 l 너무 많은 지식은 위험하다 l 지식의 원 l 폐차장의 토네이도
2장 생명, 우주 그리고 모든 것
상상력이 부족한 종과의 근접 조우 l 크기가 중요하다 l 익숙지 않은 가계도 l 갑각류 연대기 l 크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l 스파이더-맨, 앤트-맨 그리고 맨-맨 l 외계인은 얼마나 높이 뛸 수 있을까? l 죽거나 부서지고 곤죽이 되기 l 우리는 믿고 싶다
3장 완벽한 원
4차원 구는 어떻게 생겼을까? l 완벽하게 둥근 물체가 있을까? l 지구가 평평하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 알까? l 지구는 정말로 구형일까? l 우주의 구체들
4장 태고의 바위
지구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l 지구는 얼마나 오래전에 존재하게 되었을까? l 6,000년의 지구
5장 시간의 간략한 역사
지금 몇 시야? l 1초란 무엇인가? l 흔들리는 세계 l ‘그것이 상대성이다’ l 신체 시계 l 영원한 하마 l 100피트 낙하 l 시간의 흐름을 헤쳐 나가기
6장 자유롭게 살라
최면 마인드 컨트롤 좀비화 마법 l 빠르게 일찍 생각하기 l 악마 l 혼돈 l 양자 영역 l 다중 세계 l 운명인가 자유인가?
7장 마법의 난초
세상이 끝난 후 l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아는 것을 좋아한다 l 초자연적 활동 l 우리는 모두 호구일까? l 파일 서랍 열기 l 지루함을 무시하고
8장 내 개가 나를 사랑할까?
다윈의 프랑스 친구가 노인의 얼굴을 감전시킨 실험 l 내 포-포-포-포커페이스를 읽을 수 없다 l 놀랐지! l 감정의 범위 l 다른 동물들 l 몇몇 후회도 있었네 l 이것이 사랑일까? l 개들이 우리를 사랑할까?
9장 열쇠 구멍으로 본 우주
네 개의 F l 냄새 맡을 것이냐 맡지 않을 것이냐 l 치명적인 질병의 냄새를 맡는 방법 l 당신의 눈을 검사할 시간 l 내가 보는 것이 보이는가? l 보이는 것을 넘어서 l 감독판 l 실재를 향하는 진정한 안내자
감사의 글
그림 출처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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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 원문 작성]
[2026/01/10 편집 후 재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