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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뿌리 - 이안 블래치포드, 틸리 블라이스

by Dominic Cho

총점: 7.5/10


- 한 줄 평

영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과학과 예술에 담긴 상상력


- 내용 정리

책 문장처럼 "작은 디테일을 찾아보면, 좀 더 정확한 큰 그림을 그려 낼 수 있을 것이다."란 원칙에 충실하게 내용을 담은 책이다. 원리를 먼저 설명한 뒤 학습 방법들을 엮어낸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와 반대로 접근한 서술로, 이후 서술할 책의 장단점은 결국 이 접근법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20장에 걸쳐서 다양한 작품과 그 배경에 담긴 맥락을 설명해 나가는 방식은 훌륭하다. 또, 이런 서술은, 기존부터 해당 작품들에 관심을 가져온 독자들이라면, 책을 읽으며 호기심과 흥미를 더하고 나아가 그 저변에 공통적으로 담긴 원리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다만, 점이 연결되며 큰 그림이 드러나기 전까지 각 주제들이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점은 아쉽다. 이러한 초반부의 약한 연결고리를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처럼 가벼운 유머로 보강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영국 특유의 너드한 농담 대신 대영제국뽕(?)이 살짝 가미된 문장들이 눈에 띈 것은 아쉬웠다.


그럼에도 "처음과 마지막 이야기들은 순환적이면서도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는 문장처럼 19세기 후반의 이야기와 21세기 초반의 이야기는 과학의 힘과 함께 이를 바라보는 시각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흥미로우면서도 "영양의 비밀"의 다음 문장이 생각나기도 하는 재미있는 구성이었다.

"오만에서 겸손으로, 다시 오만으로 이어지는 첫걸음은 답을 찾았다는 생각이다. 다음 단계는 자신의 혁명적인 답이 지구를 구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 목차

Part 1. 낭만의 시대

CHAPTER 1. 과학적 숭고미-암흑으로부터 온 지식

CHAPTER 2. 스펙터클의 대가-슈롭셔Shropshire 제련소

CHAPTER 3. 과학을 풍자하다-길레이Gillray와 웃음 가스

CHAPTER 4. 공기를 관찰하다-컨스터블의 구름

CHAPTER 5. 진보를 추적하다-증기기관 시대의 터너

CHAPTER 6. 종이 위의 식물-식물학의 미술


Part 2. 열정의 시대

CHAPTER 7. 달에 닿다-사진술의 진실

CHAPTER 8. 전시를 위한 염색-다양성과 활력

CHAPTER 9. 시간의 포착-시각 vs. 현실주의

CHAPTER 10. 속도를 찬미하다-모빌리티와 모더니티

CHAPTER 11. 합리성을 거부하다-항의의 수단으로써의 예술

CHAPTER 12. 산업 기계 속의 인간-솔포드Salford의 굴뚝

CHAPTER 13. 지식의 형태-뮤즈로서의 수학 모형


Part 3. 모호성의 시대

CHAPTER 14. 초음속-가능성 모색의 기술

CHAPTER 15. 원자에서 뽑은 패턴-미래를 디자인하다

CHAPTER 16. 경이로운 재료-일상을 바꾸다

CHAPTER 17. 폴라로이드적 인식-순간을 잡아내다

CHAPTER 18. 지구를 보호하다-스크린 속 정치적 염세주의

CHAPTER 19. 생각의 패턴-인공지능과 알고리즘

CHAPTER 20. 물질을 상상하다-미지의 세계 가장자리에서



- 감상 1.

어린 시절부터 이런저런 전시회에 다녔던 추억이 생각났다. 이 중에서도 영국 작품들을 볼 때엔 뭔가 '읭'하는 기분이 들었었다. 정말 잘 그렸다거나 몽환적이라거나 색감이 강렬하다는 등의 '느낌'이 확 오지 않는 밋밋한 작품들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문명의 혁신을 주도했던 영국의 예술 작품에 담긴 맥락은 유럽의 예술 작품에 담긴 그것과는 결이 달랐다.

책을 읽으며 확실히 유럽인과는 한 발자국 떨어진 영국인의 독특한 정체성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그 배경에 담긴 맥락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맛볼 수 있었다.


- 감상 2.

"폴리매스"나 "영양의 비밀"을 읽으면서 느꼈던 다양한 전문가들의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다만, 이는 '소통'에 방점이 찍혀 있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자는 '폴리매스'와는 결이 다르다는 점을 짚고 넘어간다.

전문화되고 분업화되기 전, 한 개인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화가이자 과학자, 철학자가 충분히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면, 이는 오늘날 한 분야에 일생을 바치는 전문가들에게 그들이 받아 마땅한 존경을 돌리지 못할 수 있다고 느껴진다.

반면에, 분야별 전문가들의 단절은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자각'과 '비판단적 호기심'을 통해 '보편적 인간성'에 도달하여 '소통' 능력을 갖춘 전문가가 되는 것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인 '폴리매스'로 거듭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 감상 3.

Winner takes all, 승자독식은 경쟁이 심해지는 현대의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나아가지 못하면 뒤쳐지게 된다. 책의 초반부에서 산업혁명을 선도했던 영국 산업이 책 후반부에서는 그 활력을 잃고 뒤쳐져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살아야겠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그렇게 살아왔다. 대학, 군대, 대학원, 취업 그리고 전배까지. 인생이 던지는 예상치 못한 커브볼은 매번 내 뒤통수를 얼얼하게 때렸고,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나는 이전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각자의 커브볼에 뒤통수를 쎄게 맞으며 달라진 친구들을 만나면,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공감하며 서로에게서 배울 점을 찾아 함께 발전하는 시간을 갖는다. 반면에 '나는 틀리지 않았어'라며 자신의 신념과 자존심을 지킨 사람들을 만나면, 대화는 시비를 나누거나 잘잘못을 따지게 되어 헤어지고 나면 피로감만 남는다.


그걸 인연이라고 부르나 보다. 내 노력과는 관계없이 멀어질 사람과는 멀어지고 가까워질 사람과는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 다만, 욕심 많은 나는 이게 너무 아쉽다. 달라진 내 모습을 보면, 나는 나 자신을 좀 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기에 이전보다 더 많은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자신의 '믿음'을 추구하며 스스로의 단점과 장점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지 못한 이들과 대화할 때면, 안정감과 만족감보다는 결핍과 갈망을 느낀다.

소통을 통해 다른 사고방식을 제안할 때면, 이들은 내 주장의 단점이나 나와 관련된 부족함을 언급하는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마도 그 이유는 내 소통 능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클 것이고 다음으로는 그들이 바뀔 만한 시간과 관심을 쏟기에는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또한, 난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기에 신뢰도도 떨어진다. (원인이 내게 있지 않는 요인들도 있겠으나, 이는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요소이므로 따로 언급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인생의 커브볼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금씩 달라진다면, 앞으로는 더 많은 인연들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투자를 시작하신 아버지, 외국어 공부를 시작하신 어머니, 직장 경력을 이어가는 누나를 보며 예전의 나였다면 불가능했을 변화를 지금은 이뤄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내게 부족한 점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보완해 나가자. Trial & E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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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9 원문 작성]

[2025/11/16 편집 후 재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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