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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nic Cho Aug 27. 2023

혁신의 뿌리 - 이안 블래치포드, 틸리 블라이스

총점: 7.5/10


- 한 줄 평

영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과학과 예술에 담긴 상상력


- 내용 정리

책 문장처럼 "작은 디테일을 찾아보면, 좀 더 정확한 큰 그림을 그려 낼 수 있을 것이다."란 원칙에 충실하게 내용을 담은 책이다. 원리를 먼저 설명한 뒤 학습 방법들을 엮어낸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와 반대로 접근한 서술로, 이후 서술할 책의 장단점은 결국 이 접근법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20장에 걸쳐서 다양한 작품과 그 배경에 담긴 맥락을 설명해 나가는 방식은 훌륭하다. 또, 이런 서술은, 기존부터 해당 작품들에 관심을 가져온 독자들이라면, 책을 읽으며 호기심과 흥미를 더하고 나아가 그 저변에 공통적으로 담긴 원리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다만, 점이 연결되며 큰 그림이 드러나기 전까지 각 주제들이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점은 아쉽다. 이러한 초반부의 약한 연결고리를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처럼 가벼운 유머로 보강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영국 특유의 너드한 농담 대신 대영제국뽕(?)이 살짝 가미된 문장들이 눈에 띈 것은 아쉬웠다.


그럼에도 "처음과 마지막 이야기들은 순환적이면서도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는 문장처럼 19세기 후반의 이야기와 21세기 초반의 이야기는 과학의 힘과 함께 이를 바라보는 시각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흥미로우면서도 "영양의 비밀"의 다음 문장이 생각나기도 하는 재미있는 구성이었다.

"오만에서 겸손으로, 다시 오만으로 이어지는 첫걸음은 답을 찾았다는 생각이다. 다음 단계는 자신의 혁명적인 답이 지구를 구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 목차

Part 1. 낭만의 시대

CHAPTER 1. 과학적 숭고미-암흑으로부터 온 지식

CHAPTER 2. 스펙터클의 대가-슈롭셔Shropshire 제련소

CHAPTER 3. 과학을 풍자하다-길레이Gillray와 웃음 가스

CHAPTER 4. 공기를 관찰하다-컨스터블의 구름

CHAPTER 5. 진보를 추적하다-증기기관 시대의 터너

CHAPTER 6. 종이 위의 식물-식물학의 미술


Part 2. 열정의 시대

CHAPTER 7. 달에 닿다-사진술의 진실

CHAPTER 8. 전시를 위한 염색-다양성과 활력

CHAPTER 9. 시간의 포착-시각 vs. 현실주의

CHAPTER 10. 속도를 찬미하다-모빌리티와 모더니티

CHAPTER 11. 합리성을 거부하다-항의의 수단으로써의 예술

CHAPTER 12. 산업 기계 속의 인간-솔포드Salford의 굴뚝

CHAPTER 13. 지식의 형태-뮤즈로서의 수학 모형


Part 3. 모호성의 시대

CHAPTER 14. 초음속-가능성 모색의 기술

CHAPTER 15. 원자에서 뽑은 패턴-미래를 디자인하다

CHAPTER 16. 경이로운 재료-일상을 바꾸다

CHAPTER 17. 폴라로이드적 인식-순간을 잡아내다

CHAPTER 18. 지구를 보호하다-스크린 속 정치적 염세주의

CHAPTER 19. 생각의 패턴-인공지능과 알고리즘

CHAPTER 20. 물질을 상상하다-미지의 세계 가장자리에서




- 겉바속촉한 문장들

한 가지 원리보다는 다양한 주제를 디테일하게 다룬 책이다. 그렇기에 겉으로는 딱딱하게 보이지만, 내면에는 말랑한 원리가 담긴 문장들을 기억하고 싶다.


"과학자와 예술가가 서로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고, 이런 대화는 어떻게 시작됐는지 등과 같은 작은 디테일을 찾아보면, 좀 더 정확한 큰 그림을 그려 낼 수 있을 것이다."


"예술과 과학의 심장부에는 개인의 상상력이 있다. 예술이야말로 상상력이라는 인간 특유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과학 또한 불꽃같은 창조성을 동력 삼아 도약하는 경우가 있다."


"뛰어난 상상력을 발휘해 후세에 영감을 주는 도약의 순간은, “유레카.”라고 외치면서 깨달음을 한 순간에 얻는 신화적인 모습으로 나타난 적이 없으며, 과학자를 둘러싼 주변의 문화와 떼어 내어 볼 수도 없다."


"독창적인 과학자들은 여타 대다수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현상을 보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찬사를 받는다."


"만약 시대적 정신이 지적 탐구의 물줄기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개인의 정신적 세계가 기발한 사상적 발전을 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혁신가를 우상파괴주의적 반항아로만 봐서는 안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발견은 예술가와 과학자가 세심하게 오랜 기간 공을 들인 힘든 작업 끝에 이루어지기도 한다. "


"이 책에서 다루는 20개의 이야기에서 보여 주듯 사상가들, 그리고 그들이 했던 생각은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해야지, 우리의 맥락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


"이 책에서 앞으로 전개될 내용의 시대 구분은 크게 낭만의 시대, 열정의 시대, 그리고 모호성의 시대로 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 시기부터 과학자들은 관찰자의 주관성을 배제하고 ‘역학적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다룰 수 있는 기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열정의 시대 설명)


"모호성의 시대 동안, 예술가들은 작품의 재료를 선정하고 표현 기교에 반영할 목적으로만 과학을 바라보지 않았다. 예술가들은 과학 자체에 대한 예술의 입장을 취했고, 과학 연구의 주제에 대해서도 주장을 펼쳤다. 따라서 복잡하고 다면적인 관계가 예술과 과학 사이에 형성되었다. 한편으로 예술은 종국적으로는 과학이 세계의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는 신뢰를 보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이 전쟁 동안 보여 주었던 파괴력에 대한 경계심도 늦추지 않았다."


"데이터의 시각화는 의미를 창조하는 데 있어 ‘교육받은 주관성’이라는 요소가 다시 과학에 필요해진 것을 보여 준다. 이런 기술적 발전은 예술가들이 의미를 조사하고 비판할 여지를 더 주었으며, 그리고 비평이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우리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20개의 에피소드는 19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를 배경으로 한다. 처음과 마지막 이야기들은 순환적이면서도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과학과 예술의 관계를 환원주의적이고 단순화된 공식처럼 정의하기는 쉽겠지만,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일반화는 타당할 것이다. 두 분야 모두 호기심과 창의력,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열정, 그리고 실험이 필수 불가결하다. 두 분야 모두 각자의 역사적 조건과 맥락에 놓여 있는 것이 당연하고, 두 분야 모두 진보적인 감각을 포용하거나 때로 이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부인할 수 없는 차이점도 있다. 과학적 진보에 있어 중립적 발견과 이해가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이다. 예술적 진보에 있어서는 특정한 방향성에 변화를 가져오려는 의지가 그런 역할을 한다. 예술과 과학은 세계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상상하고 그에 대해 행동한다. 둘 사이의 상호작용은 긴장과 갈등을 야기하기도 하고, 그들의 언어가 항상 같은 것도 아니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일어난 예술과 과학의 풍요로운 상호 관계를 둘러볼 것이다. 사회와 문화 전반에서 차지하던 이 두 분야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책에서 다룰 20개의 이야기는 인류가 보다 나은 길을 나아가고, 이해하고, 꿈꾸기 위해 창의성과 상상력이 얼마나 중대한지 보여 줄 것이다."


"이 작품은 죽음, 무한함, 창조, 우주의 질서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과학이 던진 질문을 표현했다. 인간이 과학에 대해 이해하면서 생긴 형이상학적 인식의 변화를 반영한달까. 17세기부터 자연철학자들은 우주를 창조하고 유지하는 신의 역할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초자연적인 설명은 설 자리를 잃었고, 실험으로 증명된 기계론적 법칙들이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계몽주의 이후에는 분류에 대한 노력이 시작되었고, 자연의 풍성함이 합리적 논리와 질서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19세기의 대부분 기간 동안, 그림 혹은 사진을 인쇄된 이미지로 만드는 기계화된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다."

=> 기술의 빌전이 놀랍다, 생각해 보니.


"모브는 한때의 유행이었다. 세기말이 되면 모브는 노인의 색이 된다. 미학과 유행에 일가견이 있던 오스카 와일드는 1891년 모브의 종말을 고하는 글을 쓴다.


“모브색을 입는 여성을 믿지 마라. 그 여자들은 과거가 있다는 뜻이다.”8"

=> 변화하기에, 색 또한 시대에 따라 다른 맥락으로 해석된다.


"다다 운동 또한 가변적이고, 국제적이어서 베를린, 하노버, 쾰른부터 파리와 뉴욕까지 방대하게 영향을 미쳤다. 이 모든 그룹들은 비합리성에 대한 약속, 예상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예술, 그리고 전쟁 동안 목도했던 의미 없는 죽음이나 파괴를 거부하는 것을 공통적으로 지향했다."

=> 이게 다다이즘이구나.


"기술의 진보는 억압적인 파괴와 얽매임의 도구였을까, 아니면 해방으로 이끄는 힘이었을까? 이 질문은 지속적으로 정치적, 문화적 긴장 관계의 원천이라 할 것이다."


"버날은 과학과 예술 둘 다 사회적 유용성이 있다고 보았고, 따라서 이 두 분야는 서로 맞설 것이 아니라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버날은 이 두 분야가 분리되어 취급되는 것에 반대했고, “과학자와 예술가는 서로에게 단절되어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 삶에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에서 단절되어 고통받는다. 이러한 고립의 상태를 어떻게 끝내고, 동시에 작품 세계의 통합성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오늘날 예술가들에게 있어 가장 큰 문제이다.”라고 했다. 11"

=> 과학계와 예술계의 대화와 소통의 필요성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을 활용하려는 이 갈망은 어딘가 프로메테우스적인 면이 있다."


"음속을 돌파하려는 시도는 진정 상업적인 일상의 여행을 위한 것이었을까? 영화 〈소리 장벽〉에서, 항공 산업의 거물 존 리지필드는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요점은, 이것은 그냥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스콧 Scott(남극점에 도달한 탐험가)이 남극에 간 목적이 무엇일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리지필드 개인의 천문 관측대에서 보이는 별과 은하를 배경으로, 델타 윙이 있는 비행기 모형을 보여 준다. 초음속보다 더 빠른 속도를 구현하여 인류가 궁극적인 기술적 성취를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목적지, 즉 우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다."


"흰 양복을 입은 남자〉는 영국이 전후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지 사회 전체에 팽배했던 우려를 여과 없이 보여 준다. 영국의 제조업을 과연 적절히 현대화할 수 있을까? 노동자들은 기술 변화에 적응할까? 영국 전체가 미래 지향적인 걸까, 아니면 전통에 얽매여 과거에 갇힌 걸까? 공장의 연구실은 진보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천식환자면서 어딘가 악마적인 구석이 있는 노인 존 키어로 John Kierlaw가 이끄는 기업인 패거리는 스트래튼이 발명한 것을 아예 사서 매장시키려는, 보수 반동주의를 대표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지칠 줄 모르는 스트래튼은 영국의 창의성과 결의를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로는 영국의 산업이 기술 변화에 속도를 맞추어 나갈 능력이 될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듯 보인다. 이렇게 비뚤어진 시선은 맥켄드릭이 이 영화를 끝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으로 진출한 이유를 간접적으로 설명한다고도 하겠다."

=> 혁신은 영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감


"하지만 맥켄드릭 영화 배경의 중심이 된, 아마도 잉글랜드 북부 섬유 기업들의 운명이야말로 가장 슬픈 실패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오늘날 이들은 모두 사라졌다. 값싼 노동력으로 무장한 아시아의 섬유 기업, 혹은 유럽 연합과 미국에서 보호를 받은 이 업계 기업들과는 달리, 이 영화에 나오는 가족 기업들은 신기술로 피해를 입고 오래전에 모두 사라졌다. ICI는 2008년 악조노벨 AkxoNobel이라는 기업에 흡수되었다.흰 양복을 입은 남자〉는 다른 일링 스튜디오 영화들처럼, 오늘날 달콤하고도 씁쓸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로 남아 있다. 그 씁쓸함은 산업적, 기술적 기회를 놓친 이들이 강렬히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 영국인이 바라보는 흥망성쇠. 또한, 중간은 없는 산업 특성을 보여준다. Winner takes all. 전부 아니면 전무.


"랜드의 전기 작가 중 한 명은 “랜드가 특별한 것은 실험을 임할 때의 그의 열정이다. 여기에 더해 그는 모든 것에 대해 질문을 하길 좋아하는 두뇌 회전이 빠른 사람이었고, 특히 그가 직접 세운 가설을 대할 때는 그 열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에게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알려 줄 실험을 진행하고 있을 때 랜드는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라고 적었다. 8"

=> 좋아하는 일.


"즉석 사진에 얽힌 이야기는 다시 한번 예술가와 과학자가 긴밀히 협업한 사례를 보여 준다. 호크니와 랜드 모두 인간이 주어진 장면을 바라볼 때 개개인의 관점이 가지는 중요성을 인식하였고, 둘 다 새로운 기술이 제공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포용하였다. 랜드가 폴라로이드사에서 창조한 기술을 통해, 두 사람 모두 사진과 시각에 대한 자신들의 편견과, 그때까지 사람들이 가졌던 믿음에 도전하였고, 열정적으로 실험하고, 연구했다. 기술을 사용하게 되면서, 호크니의 예술 세계는 단 한 가지의 진실을 주장하지 않게 되었고, 다수의 동적인 관점을 포괄하며 수많은 의미를 담아내게 되었다."

=> 수용, 반발, 다양성 존중


"이렇게 양극화된 시기에는 누구나 거리낌 없이 주제가 인종주의 반대든, 더 큰 성적 자유든, 환경에 대한 자각이나 행동주의든 관계없이 의견을 강력히 피력할 수 있었다."


"〈엣지 오브 다크니스〉 속 에마 크레이븐과 동료 운동가들과 달리, 러브락은 여전히 핵에너지의 열렬한 지지자로 남아 있다. 그는 온실 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지구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보다는 핵에너지가 더욱 안전하고 확실하다고 믿는다. 러브락은 또한, 젊은 과학자들에게 자신의 세부 분야에 얽매이지 말고 창조적으로 일하라고 권한다.

“그런 작업 방식은 정말 놀라운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과학자들이 예술가처럼 창조적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다닌다. 예술가라면, 예술 학교에서 학자들과 다른 종류의 회화 스타일에 대해서 옥신각신하면서 시간을 보내겠는가? 그럴 시간에 차라리 다락방에서 자신의 걸작을 남기는 데 전념하고, 그 과정에서 돈이 필요하다면 관광객들에게 그림을 많이 팔아서 충당할 것이다. 나는 과학자로서 그렇게 살아왔다.”7"

=> Just do it.


"경외감은 인간으로서 예상되는 한계로부터 오는, 독특한 감정이다. 그것은 우리의 인간으로서 잠재력을 넘는 곳에 닿고자 하는 용기와 관련이 있다. … 우리가 듣는 것은 인간의 한계이자, 동시에 그것을 초월하고자 하는 용기이다. 인공지능은 무제한적인 잠재력 때문에, 이런 인간의 능력이 아예 없다. 8"


"인간의 물리적 부재는 우리의 세계가 기계적 알고리즘과 얼마나 깊게 얽혀 있는지를 역으로 보여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이론은 실증적인 필요에 의해 개발된 것이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창의적인 사고로부터 떠오른 것이었다. 그 과정은 예술만큼이나 과학에서도 전진하기 위해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예술이 과학적 사고 자체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있었는데, 과학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관점으로 자신들이 작업하는 대상을 보게 하기 때문이었다. 예술가와 협업을 한 과학자들은 그런 경험이 원래 작업을 새롭게 해석하도록 이끌었다고들 했다. 특히, 개념을 상상하고 시각화할 때 늘 익숙한 방식으로만 하던 분야의 한계를 뛰어넘을 때, 아마도 과학은 신선한 상상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파커는 심지어 과학자들이 때때로 예술가보다 훨씬 아름다운 것을 무심코 창조한다고 말했다.

“나는 과학이 만들어 내는 우연한 예술과 예술가들이 만들어 내는 의도적 예술 간에 연결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이 만들어 낸 우연한 예술의 순수성은 힘을 가지고 있고, 예술가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애써서 만들어 내는 미적인 작품들도 이에 견줄 만하다.”16

우리는 그저 알아보기만 하면 된다."

=> 자각과 비판단적인 호기심.




- 감상 1.

어린 시절부터 이런저런 전시회에 다녔던 추억이 생각났다. 이 중에서도 영국 작품들을 볼 때엔 뭔가 '읭'하는 기분이 들었었다. 정말 잘 그렸다거나 몽환적이라거나 색감이 강렬하다는 등의 '느낌'이 확 오지 않는 밋밋한 작품들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문명의 혁신을 주도했던 영국의 예술 작품에 담긴 맥락은 유럽의 예술 작품에 담긴 그것과는 결이 달랐다.

책을 읽으며 확실히 유럽인과는 한 발자국 떨어진 영국인의 독특한 정체성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그 배경에 담긴 맥락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맛볼 수 있었다.


- 감상 2.

"폴리매스"나 "영양의 비밀"을 읽으면서 느꼈던 다양한 전문가들의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다만, 이는 '소통'에 방점이 찍혀 있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자는 '폴리매스'와는 결이 다르다는 점을 짚고 넘어간다.

전문화되고 분업화되기 전, 한 개인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화가이자 과학자, 철학자가 충분히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면, 이는 오늘날 한 분야에 일생을 바치는 전문가들에게 그들이 받아 마땅한 존경을 돌리지 못할 수 있다고 느껴진다.

반면에, 분야별 전문가들의 단절은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자각'과 '비판단적 호기심'을 통해 '보편적 인간성'에 도달하여 '소통' 능력을 갖춘 전문가가 되는 것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인 '폴리매스'로 거듭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 감상 3.

Winner takes all, 승자독식은 경쟁이 심해지는 현대의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나아가지 못하면 뒤쳐지게 된다. 책의 초반부에서 산업혁명을 선도했던 영국 산업이 책 후반부에서는 그 활력을 잃고 뒤쳐져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살아야겠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그렇게 살아왔다. 대학, 군대, 대학원, 취업 그리고 전배까지. 인생이 던지는 예상치 못한 커브볼은 매번 내 뒤통수를 얼얼하게 때렸고,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나는 이전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각자의 커브볼에 뒤통수를 쎄게 맞으며 달라진 친구들을 만나면,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공감하며 서로에게서 배울 점을 찾아 함께 발전하는 시간을 갖는다. 반면에 '나는 틀리지 않았어'라며 자신의 신념과 자존심을 지킨 사람들을 만나면, 대화는 시비를 나누거나 잘잘못을 따지게 되어 헤어지고 나면 피로감만 남는다.


그걸 인연이라고 부르나 보다. 내 노력과는 관계없이 멀어질 사람과는 멀어지고 가까워질 사람과는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 다만, 욕심 많은 나는 이게 너무 아쉽다. 달라진 내 모습을 보면, 나는 내 자신을 좀 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기에 이전보다 더 많은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자신의 '믿음'을 추구하며 스스로의 단점과 장점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지 못한 이들과 대화할 때면, 안정감과 만족감보다는 결핍과 갈망을 느낀다.

소통을 통해 다른 사고방식을 제안할 때면, 이들은 내 주장의 단점이나 나와 관련된 부족함을 언급하는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마도 그 이유는 내 소통 능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클 것이고 다음으로는 그들이 바뀔 만한 시간과 관심을 쏟기에는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또한, 난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기에 신뢰도도 떨어진다. (원인이 내게 있지 않는 요인들도 있겠으나, 이는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요소이므로 따로 언급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인생의 커브볼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금씩 달라진다면, 앞으로는 더 많은 인연들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투자를 시작하신 아버지, 외국어 공부를 시작하신 어머니, 직장 경력을 이어가는 누나를 보며 예전의 나였다면 불가능했을 변화를 지금은 이뤄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내게 부족한 점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보완해 나가자. Trial & E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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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9 원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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