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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ookReviews

아이들을 놀게 하라 - 파시 살베리, 윌리엄 도일

by Dominic Cho

총점: 10-/10


- 한 줄 평

노는 게 제일 좋아~


- 내용 정리

좋은 책이란 무엇일까?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이런저런 책을 읽어오면서 깨달은 좋은 책의 한 가지 특징은 '평소 가끔씩 의문은 들었지만 그런가 보다~하고 넘어가던 질문들에 대해서 생각지도 못한 풀이를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 책도 그런 책이다. "어떻게 하면 사랑, 성장, 재미란 주제 중에서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재미를 기를 수 있을까?" 고민해 왔다. 이 책은 놀이라는 심플한 답을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관점과 다르지만 더욱 설득력 있는 근거로 뒷받침하여 제시한다. 멋진 책이다. "운명의 과학"이나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을 읽었을 때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각 자체를 비틀어버린 책이다.


이어서 책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블렌디드 와인 같은 책이다. 저명한 교육자인 파시 살베리와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프로듀서인 윌리엄 도일이 만났기에, 기자나 교수 등 한 직종에 국한된 저자들이 쓴 책과는 '도메인' 자체가 다르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인 책이다. 저명한 교육자가 과학적인 이론, 근거, 경험 등을 통해 제시하는 주장을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뛰어난 프로듀서가 구성, 표현, 호소력 등을 더해 한 권으로 녹여냈다. 그렇기에 읽어나가며 섬세하면서도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어떻게 하면 주장을 효과적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전반적인 그림에 대한 설명에 이어서 그 디테일로 넘어가면, 우선 대칭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구성이 매력적이다. 책은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글로 시작한다. 뒤이어 어린이 헌장을 말한다. 책의 마무리는 시작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세계 놀이 정상회담" 글과, 부록의 어린이 헌장에 대한 다음 문장으로 끝난다.

“미국 깃발의 보호 아래에 있는 모든 어린이는 우정과 놀이, 즐거움을 누릴 권리를 가지며, 사회로부터 놀이와 오락을 위한 안전하고 건전한 장소를 제공받을 권리, 교사나 적절히 훈련받은 지도자들과 함께 건전한 신체적, 정신적 즐거움을 누릴 권리를 갖는다.”

위 문장에서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던 시작부와는 달리 마무리의 어린이 헌장을 읽고 나서는 눈물이 핑 돌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저 문장이 얼마나 아름답고도 무거운 문장인지 알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전쟁"을 읽었을 때도 이런 느낌을 받았었다. 참으로, 더 많이 알수록 더 깊이 느낀다.


다만, 단언적으로 서술된 몇몇 문장들은 약간 꺼려진다. 설득력과 전달력을 높이기 위함임을 알지만서도 개인적으로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다른 책들과는 구별되는,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책이 아닐 수 없다. 지식과 감동을 잡은 목차로 내용 정리를 마무리한다.


- 목차

켄 로빈슨 경 추천사

1 어린 시절의 황금기는 올 것이다

2 두 아버지의 이야기

3 놀이가 가진 배움의 힘

4 놀이를 죽이는 세균, GERM

5 어린이들은 왜 더 이상 학교에서 놀지 않는가?

6 미국의 비극 - 쉬는 시간의 종말

7 세계, 놀이와의 전쟁을 벌이다

8 핀란드식 놀이실험

9 위대한 글로벌 놀이 실험

10 미래 학교의 놀이

부록: 어린이 헌장

=> 1장은 낙관적 미래 설명, 2장 핵심 주장 설명, 3장 디테일한 구성 설명.

4장은 반대하려는 기존 관념, 5장 문제점 디테일한 설명, 6장 미국 예시. 7장은 세계 예시.

8장은 핀란드 교육이라는 해결책의 예시, 9장은 예시의 변주, 10장은 낙관적인 희망.



- 감상 1. 교차 검증

"교사들은 “아이들을 놀게 하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환호하거나 눈물을 흘렸지만,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은 마치 식물인간이라도 된 듯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책의 위 문장이 정말 참인지 궁금해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아이들을 놀게 하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그러자 그 친구가 정말 맞는 말이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이어진 그다음 말이 뇌리에 남는다.

"수업을 시작하면 영혼이 사라져 가는 아이들의 눈을 바라볼 때마다, 선생님을 관두고 싶어."



- 감상 2-1. 놀이에 대한 경직된 시각

친구의 말에서 우리 사회가 경직된 시각으로 놀이를 바라보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나도 그래왔다. 보드 게임이나 컴퓨터 게임, 드라마나 영화처럼 정형화된 형태만을 놀이라고 생각해 왔다. 즉흥적으로 춤추고 노래하고 장난치며 놀이를 일상적으로 즐기는 아내와 함께해 오면서도 말이다.



- 감상 2-2. 어른이에게도 놀이를

놀이를 바라보는 경직된 시각을 부드럽게 풀어보자, 삶의 많은 면들을 놀이로 바라볼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내가 마음 가는 대로 쓰는 서평도 자기 주도성, 내재적 동기, 긍정적 감정, 과정 지향, 상상력의 발현이 담긴 심층놀이였다. 업무도, 집안일도 심층놀이였다. 내 삶에 재미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이유는 내게 놀이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 감상 2-3

그렇게 창의성을 발휘하는 일종의 놀이로 일을 바라보자 맨먼스(Man-Month)로 인력을 관리하는 현 직장과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로 관리하는 구글의 차이를 보다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었다. 개인별로 목표와 구체적인 결과를 정해 평가의 근거로 활용하는 구글의 OKR은 심층놀이와 닮아있었다. 반면에 맨먼스는 표준화된 시험과 닮아있었다. 이것이 IT기업과 제조업의 차이인가 싶어, 제조업 회사를 다니고 있음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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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2 원문 작성]

[2025/12/07 편집 후 재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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