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받아준 곳이 있었다
왜 사업을 했냐고, 왜 쿠팡에 갔냐고 — 그 질문에 답하려면 더 앞으로 가야 한다.
공무원 시험을 5년 봤다. 5년. 그 시간 동안 다른 것은 거의 하지 않았다. 공부를 했고, 시험을 봤고, 또 공부를 했다. 그 루틴이 5년이었다.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합격도 없었고, 경력도 없었고, 자격증도 없었다. 5년이 지나고 나서 손에 남은 것이 없었다.
그 허탈함이 어떤 것인지는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를 것이다. 틀린 것이 아니라 부족한 것이고, 부족한 것이 4년 동안 증명된 것이니까. 그 감각이 오래 남았다.
시간을 흘려보냈다는 것을 아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 오면 시간이 이미 없다.
* * *
사업을 시작했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 공무원 시험에서 뒤돌아선 뒤 갈 수 있는 방향이 많지 않았다. 사회 경험이 없었고, 경력이 없었고, 자격증도 없었다. 누군가 뽑아줄 만한 것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했다. 그래서 사업이었다.
그게 공짜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돈이 들어갔다. 그리고 망했다. 망하는 것만으로 끝났다면 그나마 나았는데
— 건물주와의 분쟁이 생겼다. 재판이 시작됐다. 3년이 걸렸다. 그리고 졌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재판을 끌고 가면서 무언가를 더 잃었는지, 아니면 버티면서 얻은 것이 있는지
— 지금도 잘 모르겠다.
다만 끝났을 때 남은 것이 없었다는 것은 안다. 초라함, 허무함. 그 단어들이 정확했다. 어쩌면 무능을 증명한 시간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는 것이 한 번이면 충격이고, 계속되면 어느 순간 그것이 자신의 크기인가 싶어진다.
* * *
그래서 첫 직장이 쿠팡이었다. 서른 넘어서, 사회 경험 없이. 공무원 시험 4년, 사업 실패, 재판 패소 — 그것들을 다 거치고 나서 처음 입사한 직장이 반품 센터였다. 그 순서가 이상한 것은 안다. 그렇게 될 줄 몰랐다고도 할 수 없다. 그냥 그렇게 됐다.
경험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불리한지, 막상 현장에 들어가서 알았다. 지게차를 잘 못 탄 것도, 사수들한테 욕을 먹은 것도 — 돌아보면 사회 경험 자체가 없었으니까. 눈치도 없었고, 버티는 법도 몰랐고, 언제 참아야 하는지도 몰랐다.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들을 했다. 도망치듯 나온 것도 그중 하나였다.
* * *
재입사 퇴사 후 한 달을 거의 아무것도 못 했다. 정확하게는
—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지원을 해도 답이 없었다. 경력이 없으니까, 자격증이 없으니까.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을 먼저 뽑을 이유가 없다. 그것을 알면서도 불러주는 곳이 없다는 현실은, 알고 있는 것과 별개로 무거웠다.
그당시 개인회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업이 공짜로 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 빚이 남아 있었고, 갚을 방법이 없었다. 개인회생 서류를 만지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지옥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때는.
아무도 안 부른다는 것이 이렇게 무거운 것인지, 그전에는 몰랐다.
* * *
그때 또 공고가 뜬 것이다. 쿠팡 입고 관리자. 세 번째였다. 지원서를 냈다. 어질어질하다고 쓰면서도 냈다.
쿠팡밖에 갈 수 없는 사람인가, 싶었다. 슬프다는 감각과 고맙다는 감각이 동시에 왔다. 이상한 조합인데, 실제로 그랬다. 이런 사람을 또 받아주는 곳이 있다는 것이
— 자존심을 건드리면서 동시에 살게 해줬다.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참을성도 없고 경험도 없고 판단력도 흐릿한 사람이었다. 그것이 멍청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사람이 겪는 수업료인지
— 지금도 완전히 판단이 서지 않는다. 멍청했다고 하면 맞는 말이기도 하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했다고 하면 그것도 맞는 말이기도 하다.
* * *
지금 이라고 다른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그 말이 정직하다. 갑자기 사람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것인데, 쌓이는 속도가 느린 사람이 있다. 나는 그런 쪽인 것 같다. 빠르게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몸으로 여러 번 겪어야 아는 사람.
그게 단점이기만 한지는 모르겠다. 느리게 배운 것이 더 깊이 남기도 하니까. 공무원 시험 4년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것 같아도, 그 4년이 없었으면 사업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사업을 하지 않았으면 쿠팡에 가지 않았을 것이고, 쿠팡에 가지 않았으면 지금 여기 없을 것이다. 그 연결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참을성이 없었다는 것, 멍청했다는 것 모두 인정한다. 하지만 그 모든 실패를 거쳐 내가 도착한 곳이 결국 다시 붉은 조끼가 아닌 파란 조끼를 입어야 하는 이 물류센터의 컨베이어 벨트 앞이라 할지라도,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고 버텨볼 생각이다. 속도가 느린 사람은, 온몸으로 맞는 수밖에 없으니까."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