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남아 있는 새벽 하나
오후 일곱 시에 가게 문을 열곤 했었다
청소를 하고, 손님 받을 준비를 하곤 했다
일찍 끝나면 새벽 두 시. 늦게 끝나면 다섯 시.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매일 끝이 났다.
대학 시절의 이야기이다. 부모님과 함께 일 하던
여자친구는 자주 오곤 했다 나와 함께 있고 싶다며
나는 일하고 있었고, 여자친구는 그 안에 함께 있었다.
부모님은 아무리 바빠도 여자친구한테는 일을 시키지 않았었다.
나 또한 그랬다
한참 놀 나이에 이게 뭘 하는 건지 그 생각이 가끔 씩 들었다
그래도 여자친구는 왔다.
쉬는 시간마다 그 안에서 둘이 얘기했다.
말이 많았던 것은 아닌데, 그냥 같이 있었다. 그게 우리 방식이었다.
고맙고 미안했다. 그 두 감정이 같은 자리에 있던 시간이었다.
일이 끝나면 먹으러 갔다.
삼겹살이거나 24시간 우동집이었다.
새벽에 문 여는 곳이 많지 않았지만
뭔가를 항상 먹었던 거 같다
인형 뽑기도 했다. 새벽에 열려 있는 인형 뽑기 기계 앞에서.
잘 뽑히지는 않았다. 뭔가 하나라도 뽑으면 너무 좋았다.
큰 인형을 뽑고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기뻐한 적이 있는데
소리가 너무 크긴 했다
그 당시 차가 없었다.
많은 걸 해줄 수 있는 나이도 아니었다.
그냥 새벽에 걸어 다녔다. 아무도 없는 골목을 둘이서 그게 우리만의 데이트였다.
새벽에 길을 걷던 뒷모습
내가 뒤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엄마랑 여자친구가 앞에서 나란히 걷고 있었다.
두 사람의 어깨가 나란한 채로.
그 뒷모습을 뒤에서 보면서 걸었다. 새벽에 그 장면이 아직도 선명하다.
소리가 없는 것 같은데 발소리는 들리는 시간
그 시간에 누군가와 나란히 걷고 있었다.
다른 것들은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날 뭘 먹었는지, 무슨 얘기를 했는지. 그런데 그 장면만 아직 선명하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중요한 것을 남기는 게 아니라, 남기고 싶은 것을 남기는 것 같다.
내 물건을 다 버리던 그 시절에도 그 장면은 버려지지 않고 기억되어 있었다.
그때 나는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사업도 망하고, 여자친구도 떠났고, 남은 건 빚이었다.
내 흔적을 지우고 싶었다. 그래서 버렸다. 사진도, 졸업장도, 받은 것들도. 나와 연결된 것들을 없앴다.
버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남아 있었다. 손이 가지 않았다. 뭔가를 버리려면 마음이 먼저 놓아야 하는데 그 새벽 뒷모습만큼은 놓이지 않았다.
그게 내가 버리지 못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끝내 용기를 못 내게 해준 것이었는지도.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그 장면이 거기 있었다는 것은 맞다.
그냥 그 장면이 계속 선명하다.
새벽은 오래 남는다. 낮의 기억은 흐릿해도, 새벽의 기억은 그렇지 않다.
그 새벽 뒷모습은 아직도 선명하다.나는 많은 걸 버렸는데, 그 장면은 남았다.
감정은 그렇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