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갈래 길
세 갈래 길
차에 내비가 없다.
20만 킬로 넘은 LPG 차다 옵션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다. 깡통. 그 단어가 가장 정확하다.
처음 한두 달은 폰 네비를 켜놓고 다녔다. 혼잡도 낮은 쪽으로 안내하는 파란 선을 따라.
그러다 어느 날부터 켜지 않았다. 귀찮아서 인거 같다.
네이버 기준 세 곳이 나온다.
거리는 비슷비슷하다. 도착 시간은 매번 다르다.
제일 선호하는 건 외곽길이다. 신호등이 많지 않고 타이밍을 잘 맞추면 신호를 모두 한번에 통과 가능하다 . 운이 좋은 날엔 한 번도 안 걸리고 회사까지 직행이다. 중간에 60킬로 제한 구간이 있긴하다. 이동식 카메라가 있는곳이다 . 카메라가 있든 없든 그 앞에서는 늘 60을 유지한다.
뒤차 눈치가 보일 때도 있다. 그래도 속도를 늦춘다.
두 번째는 LPG 충전할 때 가는 길이다. 원주에서 가장 싼 집이 그쪽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그 길을 선택한다. 신호가 많고 차가 많아서 자주는 아니다.
퇴근은 자동차 전용도로다. 많이 돌아가야 하는데 신호 없이 달릴 수 있다는 것 하나로 선택한다.
비가 오는 날은 포기한다. 막히는 길로 그냥 간다.
비오는날 퇴근길, 앞차들끼리 사고가 났다.
바로 뒤에서 봤다. 가벼운 접촉이었다. 멈추지 않았다. 옆으로 빠져서 지나쳤다.
그날도 무사히 집에 도착 하긴 했다 .
오늘 출근길에는 음악을 틀었다.
퇴근길에도 같은 곡이었다.
어떤 길을 고르든
시간은 조금씩 다르고, 상황도 조금씩 다르다.
그래도 결국 도착하는 곳은 같다.
차에 내비가 없는 건 불편하다.
그래도 나는 매일 길을 고른다.
그리고 오늘도, 집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