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시험, 수능 시험을 위한 시 해석의 기본 지침서
(3) 화자, 상황, 사건 중 사건 알아보기
국어 쌤이 쉽게 풀어쓴 시를 이해하는 방법
지난 시간까지 화자와 상황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제 사건만 정리하면 시의 전체 스토리를 짜 볼 수 있겠네요.
화자, 상황, 사건을 이용한 시의 전체 스토리 짜기. 그 마지막 사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은 크게 벌어진 일(과거), 벌어지고 있는 일(현재), 벌어질 일(미래)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벌어진 일은 앞서 설명한 대로, 화자를 정리하면서 이미 이해한 내용입니다.
“한국 전쟁 후, 가정의 경제적 궁핍 상황에 놓인 화자가
이른 새벽, 생선 장사를 마치고 돌아오며”
한국 전쟁,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과거의 사건은 이미 정리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벌어지고 있는 일은?
우선, 다음 시를 한번 봅시다.
설움도 넘어서게 달은 밝아
나오는 노랫가락 저절로 읊조리다
찌르르 찌르르
배고픈 소리에
짚신도 벗겨지는 신(辛) 새벽
집으로 뛰는 발은
매운 줄도 모른다
위 시의 화자는 가난으로 인한 ‘설움’을 겪지만 ‘달은 밝아’서 ‘노랫가락 저절로 읊조리’며 잠시 설움을 잊고 있다가 ‘찌르르’ 우는 풀벌레 소리에 ‘배고픈 소리’를 내고 있을 식구들 걱정에 ‘짚신도 벗겨지는’ 줄 모르고 집으로 달려갑니다.
이 시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건은
“밝은 달빛과 노래로 걱정을 잠시 잊고 있다가 식구들 걱정에 급하게 귀가”하는 것입니다.
앞 내용과 연결해 정리해봅시다.
“(화자) 한국 전쟁 후, 가정의 경제적 궁핍 상황에 놓인 화자가
(상황) 이른 새벽, 생선 장사를 마치고 돌아오며
(사건) 밝은 달빛과 노래로 걱정을 잠시 잊고 있다 식구들 걱정에 급하게 귀가한다”
여기까지만 정리해도 시의 전체 스토리 중 90%는 완성된 셈입니다.
어떠세요? 어려운가요?
어렵고 쉽고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학교 선생님과 참고서가 여러분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시를 이렇게 접근해보려는 시도이고 노력입니다.
사실 이 이해에 필요한 자료는 얼마든지 많습니다.
수업 시간에 배우는 시라면 선생님께 배울 수도 있고, 인강이나 인터넷, 참고서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겐 자료보다 그 자료를 통해 화자의 사연을 파악해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미래의 사건, 벌어질 일은 무엇이고, 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다시 한번 시를 볼까요?
설움도 넘어서게 달은 밝아
나오는 노랫가락 저절로 읊조리다
찌르르 찌르르
배고픈 소리에
짚신도 벗겨지는 신(辛) 새벽
집으로 뛰는 발은
매운 줄도 모른다
이렇게 마무리된 시에서 미래의 사건을 찾으라면 사실 ‘잘 알 수 없다’가 답이겠죠?
그런데 신(辛)이란 한자어 어디서 자주 보지 않았나요?
맞습니다. 빨간 라면 봉지에 검고 굵은 한자로 적혀있죠? 맵다는 뜻입니다.
아마 이 시를 수업 시간에 가르친다면 이 한자어를 통해 '이른 새벽이 고통스럽다, 매서운 현실을 자각한다, 식구들 걱정에 놀란다' 등으로 해석할 것 같습니다.
위 시에서 화자가 발이 아픈(매운) 줄도 모르고 집으로 달려간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이 시의 화자를 어머니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발이 아픈 줄도 모르고 화자가 집으로 뛰어간 이유는 주린 배를 움켜잡고 자신을 기다리는 아이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게 집으로 달려간 어머니는 아이를 위해 먹을 것을 준비할 거예요. 시장에서 팔고 남은 생선을 구울지도 모르죠. 아이를 위해 음식을 준비할 것이라는 미래의 일은 가족에 대한 사랑, 헌신의 의미를 내포하게 됩니다.
물론 미래에 대한 전망이나 발생할 사건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하는 시들도 있습니다.
또 지금처럼 감상자가 이를 유추해야 하는 시들도 있고요.
그런데 미래의 사건을 발견하거나 유추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일련의 일들이 지닌 의미를 밝히는 것입니다. 이를 파악하는 것은 시의 주제 의식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시는 특정 주제 의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실 그것이 시를 쓰는 근본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과거 현재 미래의 연결 고리를 통해 그것을 유추해야 합니다. '시의 맥락을 이해한다'라는 말이 바로 이것을 말하는 거예요.
복잡한가요?
잠깐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는 과거에 겪은 일 때문에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고, 과거가 현재에 그랬듯,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미래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물론 의도치 않은 우연이 미지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기도 합니다. 필연과 우연의 결합이 우리 삶의 총체인 법이니까요. 하지만 삶은 결국 우연이 잠시 끼어드는 필연의 과정이지, 끼어든 우연이 결코 주연이 될 수는 없습니다.
아, 잠시 엇나간 듯하네요.
더 복잡해지기 전에 미래의 사건까지 넣어서 시의 스토리를 정리해봅시다.
"한국 전쟁 후, 가정의 경제적 궁핍 상황에 놓인 화자가
이른 새벽, 생선 장사를 마치고 돌아오며
밝은 달빛과 노래로 걱정을 잠시 잊고 있다 식구들 걱정에 급하게 귀가한다
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족 간의 사랑의 소중함을 잃지 않는 주제 의식을 나타낸다
(또는 이를 통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잃지 않는 가족 간의 사랑의 고귀함을 드러낸다)”
시의 스토리를 정리하면서 이렇게 시의 주제의식까지 이해해보는 거예요.
그래서 시의 스토리 마지막에는 미래의 사건을 파악 또는 예측함으로써 이 시의 주제 의식이나 지향하는 바를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하면,
화자 : 어떤 상황이나 사건에 처한 화자가
상황 : 현재 어떤 배경 속에서
사건 : 어떤 일을 겪으며 앞으로 어떤 태도나 지향을 갖게 된다
이렇게 화자와 상황, 사건을 정리한 것을 시의 전체 스토리라고 하는 것입니다.
시의 스토리를 간략하게 표현하면,
“어떤 상황에 놓인 화자가 어떤 일을 하면서 무엇을 지향하게 된다.”
시를 읽고 바로 스토리를 정리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시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이해해야만 스토리를 정리할 수 있는 학생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공부에서 이를 적용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시는 밑줄 치고 주석 단 것을 달달 외워야 하는 대상에서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문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물론 시험 성적도 따라 오르겠지요?
그래도 아직 어려운가요?
그럼 다음 장에서 알려드릴 스토리 파악의 팁을 잘 익혀보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