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구 3. 추상화

책 읽기 주간

by 돈원필

시간이 엄청 빠르게 느껴집니다. 전체 26주간의 독서모임 & 워크숍 일정 중 1/5 정도의 여정을 지나왔군요. 벌써 5주 차를 보내고 곧 6주 차에 접어듭니다.


어제는 아프셔서 못 오신 한 분을 제외한 전원이 참석했습니다. 코로나가 재유행하는 듯하고 독감도 한창인 요즘 건강 관리가 더욱더 중요하다고 느껴집니다. 전원이 다 모이는 그날까지 모두들 건강 관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시간도 마찬가지로 지난주에 진행했던 형상화 워크숍에 대해 다시 한번 리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워크숍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 다시 떠올려도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리뷰를 간단히 마친 후 이번 주에는 생각도구 3. 추상화 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모든 멤버분들이 사전에 1-2회 정도 미리 읽어오십니다. 회차가 지나가면서 개념도 점차 모호해지고 어려운 부분들이 많이 나옵니다. 현장에서 다 같이 읽는 것만으로는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는데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함께 읽기를 하는 20분 외에도 사전에 미리 읽기를 해오시기를 권해드리고 있습니다.


사전에 미리 읽기를 마쳤더라도 현장에서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은 중요합니다. 여러 차례 읽어가면서 깨닫는 부분도 있고 지난번 읽기 때 말씀드렸듯 집중력이 한껏 올라가서 안 보이던 부분도 새롭게 보입니다.


오늘도 함께 읽는 20분간의 시간을 가진 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생각도구 3. 추상화는 본질적인 것만 남기고 걸러내는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지난 형상화 편이 구체화하는 과정이라면 추상화는 형상화의 정반대에서 구체화된 것들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고 하나씩 지워나갑니다.


생각의 탄생에서는 시각적 추상 외에도 오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추상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 소리, 촉감, 향, 움직임 등 우리가 살면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모든 것들이 추상화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책에서 제안하는 생각도구의 순서대로 관찰 - 형상화 - 추상화의 과정을 거쳐가면서 우리는 무언가에 대한 본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추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본질'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본질을 찾아야 그것을 위한 추상화가 가능할 테니까요.


저희는 20분간의 책 읽기를 한 뒤 추상화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멤버들의 이야기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 추상화를 읽으면서 계속 웃음이 났습니다. 이 파트를 읽으면서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성대모사'였습니다. 상대방의 말투나 목소리, 제스처 등에서 꼭 필요한 특징만을 남겨서 재현하는 성대모사도 일종의 추상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책 초반에 나온 시각적 추상만이 추상이 아니라고 한 부분에서 뜨끔했습니다. 시각적 추상 외에도 다른 감각들을 이용한 추상화가 충분히 있는데 생각을 못한 부분에서 간파당한 느낌이었습니다.


- 개념 자체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추상화란 어떤 한 가지의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만을 남긴 채 나머지를 버리는 작업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본문에서 나온 뒤샹의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라는 작품을 보면 움직임이라는 동작만을 남긴 채 표현하였듯이 말이죠.

SE-c6d8e919-ce5c-4c03-818e-f87404a9efa9.jpg 뒤샹의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 셜록 홈즈가 떠올랐습니다. 추리를 하는 과정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수많은 정보들 중 필요한 정보만을 걸러내는 것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내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일종의 추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 추상화란 현실에서 너무 동떨어진 채 관념적인 쪽으로만 나가려는 게 아닐까요?


- 추상화 편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현실에서도 제법 적용 가능하다는 겁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미니멀리스트가 떠올랐습니다. 나에게 가치 있는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걸러내는 것이 미니멀리스트들의 특징입니다. 미니멀리스트란 삶을 추상화하는 사람들인 것 같네요.


- 아이들의 놀이 과정도 일종의 추상인 것 같습니다. 놀이하는 모습을 관찰하다 보면 '놀자'라는 단순한 목적을 위해 굉장히 다양하게 방향을 잡는다는 겁니다. 단순한 블록조차 수많은 용도로 변경되는 모습을 보면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 놀이 과정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저 역시 어릴 때가 생각납니다. 어린 시절 놀이를 할 때에도 무의식적으로 선과 악의 개념을 나누어서 구분하여 놀이를 즐겼는데요, 이런 선악의 개념을 구분하는 것도 일종의 추상화 과정인 것 같습니다.


- 추상화가 어렵게 느껴진 이유는 뻔한데 뻔하지 않아야 할 것 같아서입니다. 구채적인 사물의 어떤 모습을 표현함에 있어서 다른 사람과 동일하게 표현되면 안 될 것 같다고 할까요? 추상화를 잘하려면 되게 뻔한 것 같지만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로 표현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 책을 읽으면서 추상 - 형상 - 상상의 개념이 모호해졌습니다. 추상에서 형상으로, 형상을 위한 상상이 때로는 추상으로, 각 개념들이 마구잡이로 옮겨져 가는 게 생각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다 보니 각각의 개념이 모호해지면서 이해하기 더욱 어렵게 느껴집니다.


- 생각의 과정에서 추상 - 형상 - 관찰 등 모든 과정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고 느껴집니다.


- 추상화를 트렌드와 엮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요즘은 더더욱 추상화 방법이 트렌드와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니멀리즘, 긴 글이나 영상 대신 간단한 요약본 보기, 쇼츠 등 짧고 간결한 것들이 최근의 트렌드입니다. 추상화는 최신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주역이 아닐까요?


- 확실히 요즘 트렌드와 추상화는 함께 가는 것 같습니다. 추상화의 과정을 통해 나온 것들은 대부분 낯설게 느껴지니까요. 그런 낯섦이 또 힙하다고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 유튜브 리뷰어들도 추상화를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이겠군요.


- 맛집 리뷰도 힘들어요.


- 그렇다면 PPT를 만드는 과정 역시 일종의 현대적 개념의 추상화가 아닐까요? 잘 만든 PPT는 중요한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본질만을 남겨놓고 사족은 빼버리게 되니까요.


- 책 앞부분에 나온 에드워드 E. 커밍스의 시가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형태도 인상 깊지만 약간의 말장난 같기도 합니다. 한 편으로는 퀴즈 같기도 하고 방탈출 게임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꼬아서 비틀어놓은 문제, 혹은 암호 같다고도 느껴졌습니다.

be8c26f4423b2427fd5344487aba7c2e83cd371c.png 에드워드 E. 커밍스의 시


- 수학과 과학도 추상화 방법이라는데 공감했습니다. 학창 시절 반에서 수학이나 과학 과목에서 뛰어나던 친구들은 추상화가 잘 되었을 것 같네요.


-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어렵고 난해한 내용이 쭉 있어도 마지막에 가이드와 함께 정리해 준다는 점입니다. 챕터 마지막 부분에 어떻게 추상해야 하는지 쉽게 설명이 되어 있네요.


- 본질을 잡아내는 힘이 중요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이건 앞서 우리가 읽었던 관찰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본질을 잘 캐치하기 위해서는 관찰이 필수일 것 같습니다.


- 추상의 재미있는 점은 '본질'을 잡아내는 방법 혹은 시각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겁니다. 각자 살아온 세계관, 인생의 서사나 시각에 따라 같은 것에서 시작하더라도 서로 다른 본질을 발견할 테니까요. 그 본질에서 개념을 추출한다면 추상의 결과는 어마어마하게 달라질 겁니다.


- 회사에서 일하면서 추상화의 과정을 많이 겪는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하다 보면 정리가 잘 안 되고 뭔가 산만하게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럴 때에는 본질을 다시 한번 잡아서 정리합니다. 그러면 놀랍게도 문제가 해결되곤 하죠. 일상에서도 충분히 추상화는 적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전시장에 가면 작가가 이야기하는 본질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작품 설명이나 이해를 위한 무언가가 필요한데 그마저도 공감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 제가 생각하는 현대 추상 미술의 장점은 작가의 본질이 아니라 관람객이 그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본질을 찾을 수 있는 여지를 주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추상 미술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그냥 보고 느껴지는 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라는 이야기는 작품이 관람객들에게 추상을 통해 연상할 수 있는 자신만의 느낌, 혹은 무언가를 발견해보라는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보면서 누군가는 감동을 받지만 누군가는 무덤덤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나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게 몇억이나 한다고?' 라며 그냥 지나칠 수도 있듯이 말이죠.


- 일상에서 삶의 본질을 생각하다 보면 어렵게 느껴집니다. 추상화의 과정 자체가 일종의 고통 같은 거라고 느껴져요. 저는 배낭여행을 즐기는 편인데 여행지에선 무엇을 먹을지, 오늘은 무엇을 할지와 같은 원초적 고민만을 하게 됩니다. 추상에서 벗어나면 좀 더 행복할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되네요.


- 왜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면 삶을 이어나가기 어렵다고 합니다. 태어났으니 사는 것이라는 마인드처럼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삶을 이어나가는 지혜라고 합니다.


한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추상화라는 개념이 다소 어려웠지만 그 속에서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특히 현대의 추상화 개념으로써의 PPT 제작이나 각종 요약본 등은 저 역시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라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주에 저희는 어떻게 추상화를 몸으로 익혀볼 수 있을까요?


책 앞부분에 나왔던 에드워드 E. 커밍스의 시가 멤버들 모두에게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의 추상화 워크숍은 '시 쓰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시는 추상화를 익히는 데 좋은 방법입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본질만을 남기고 불필요한 문장들을 걷어내는 과정을 통해 추상화의 개념과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워크숍 방법

1. 각자 시 한 편을 써옵니다.

2. 제목을 제외하고 써온 시를 낭독합니다.

3. 멤버들은 낭독한 시를 듣고 무엇을 추상화하였는지 제목을 유추해봅니다.

4. 단, 시를 써올 때 제목은 최대한 한 단어로 된 것으로 결정합니다.

5. 제목 맞추기 이후 현장에서 주어진 키워드를 바탕으로 즉석에서 시를 써봅니다

6. 각자의 시를 낭독하고 어떤 방식으로 추상화가 이뤄졌는지 이야기해봅니다.


다음 워크숍이 기대됩니다. 오랜만에 문학 소년(?)의 느낌으로 시를 적어봐야겠습니다.

좋은 시 주제가 무엇이 있을지도 고민해봐야겠네요.


다음 주에는 생각도구 3. 추상화_워크숍 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번 글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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