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숍 주간
생각의 탄생 독서모임을 시작한 지 벌써 4주 차가 지났습니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아 다시금 깜짝 놀랐습니다. 비록 두 번째 워크숍 시간이지만, 주차로 따져보니 벌써 4주,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네요.
어젯밤에도 독서모임 멤버들과 함께 두번째작업실에서 모였습니다. 11월에 접어들면서 야근 등의 사유로 못 오신 멤버분들이 조금 있었지만 나머지 멤버분들과 알차게(?)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저희는 언제 모든 멤버가 함께 만날 수 있을까요? 다음 시간에는 모두 모일 수 있겠죠?
지난주 읽었던 생각도구 2. 형상화에 대해 간단히 리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독서모임 이후에도 다시 한번 책을 읽어가며 각자 생각 정리를 하기도 하고, 본인의 생활 속에서 형상화를 연습하는 시간을 가져본 멤버도 있었습니다. 매주 이렇게 적극적으로 독서모임에 참가해주시는 멤버분들 덕분에 좀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요.
형상화는 무언가를 떠올리면서 점차 구체화해 나가는 방법이라고 지난 시간 책 읽기를 통해 익혔습니다. 그래서 이번 워크숍에서는 형상화 방법을 몸으로 직접 실천해보고 나와 다른 사람들의 형상화 결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야기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다음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진행되었습니다.
1. 머릿속에 있는 모호한 형태를 기록과 그리기의 방법을 통해 시각화해본다.
2.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구체적인 형상을 만들어본다.
3. 왜 이런 형상이 나오게 된 건지에 대한 이유를 명확히 해본다.
4. 나의 결과물과 타인의 결과물을 비교해보며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본다.
형상화라는 단어 자체가 어렵다는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특별한 것이 아니고 일상적으로 우리가 하고 있는 생각 방법입니다. 모두가 최대한 형상화에 대해 쉽게 익혀볼 수 있도록 워크숍의 주제와 방법을 결정하였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우리 동네가 사람이라면?'이라는 주제로 동네를 페르소나화 해보았습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생활하는 '우리 동네'라는 넓은 공간의 특성을 인격화하여 어떤 사람처럼 느껴지는지 형상화해보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동네의 성격을 정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형상화를 통해서 우리 동네가 나에게 어떤 느낌인지 구체화시켜봄으로써 '형상화'에 대한 이해도 높이고 동네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워크숍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1. 준비된 종이를 한 장씩 나눠 갖는다. : 종이에는 흐릿하게 사람의 형태가 그려져 있습니다.
2. 맨 위에 내가 사는 동네를 적는다
3. 내가 사는 동네가 사람이라면?이라는 주제로 우리 동네를 사람으로 구체화시켜 그림을 그려본다.
4. 그림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성격이나, 취향, 기타 정보는 글로 적어본다.
5. 완성된 우리 동네 페르소나에 이름을 지어본다.
6. 결과물을 발표하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 동네를 어떻게 느꼈는지 의견을 나눠본다.
7.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왜 이런 형상으로 그려졌는지, 이유를 명확하게 한다.
지난주 책 읽기 주간을 마무리하면서 멤버 분들께 과제 아닌 과제가 하나씩 주어졌습니다. 바로 내가 사는 동네를 관찰해보고 어떤 느낌인지 생각해보라는 것이었죠. 이번 워크숍을 위해서 동네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라는 취지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각자 생활하고 있는 동네를 사람의 형태로 그려보고 어떤 성격의 사람일지 구체적으로 적어나가 보았습니다. 이번 워크숍에는 저를 포함한 총 5명의 멤버가 참여하였으며, 파주 금촌동이 3명, 파주 야동동 1명, 서울 은평구 신사동 1명이었습니다.
발표는 사진의 순서대로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두 번째 그림인 50대 전후의 윤촌삼씨를 금촌동의 페르소나로 그려보았습니다.
제가 동네를 거닐면서 본 거리의 풍경을 윤촌삼씨에 많이 대입해 보았습니다. 금촌동은 긴 역사를 지닌 구도심이죠. 그래서 약간은 나이가 있는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40대인 제가 느끼기엔 나이 있는 아저씨 하면 50대 이상이 떠오르더군요. 길도 아파트 단지 앞을 제외하면 좁고 금촌 시장을 중심으로 상권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제법 고집 있는 아저씨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금촌동은 파주 시청을 비롯하여 경찰서, 세무서 등 주요 관공서들이 밀집한 곳이기도 합니다. 파주의 행정 요지이죠. 파주의 중심지로서의 나름의 자부심이 있는 동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비교적 날씨가 추움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허세 때문에 한겨울에도 반팔티를 즐겨 입는 편이며, 그래도 추우니까 패딩 조끼를 껴입고 다니는 듯한 이미지를 느꼈습니다. 시계를 차고 다닌다면 시계 알을 바깥쪽이 아니라 보기 편하니까 안쪽으로 차고 다닐 것 같은 고집도 느껴집니다.
금촌동은 서울과 가까운듯하면서도 제법 먼 동네입니다. 동네에 사는 구성원들은 나이가 많은 어르신부터 젊은이들과 아이들까지 고른 분포를 하고 있으며, LG 디스플레이 단지가 있어 사람들의 이동이 잦아 생각보다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동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트렌드에는 예민한 편입니다. 하지만 예민함과는 다르게 트렌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에 비교하면 약 3-5년 정도 유행이 뒤쳐지게 따라온다고 할까요? 특정 브랜드가 서울에서 유행한 뒤 몇 년이 지나서야 금촌에서 잠깐 유행하고 사라지는 것을 보며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윤촌삼씨는 트렌드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있어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타입이라고 느껴졌습니다. 트렌드를 놓치고 싶진 않아서 주로 멜론 TOP 100을 들을 것 같은 사람일 것 같습니다. 올드한 것 싫어하고 세련된 것을 선호하지만 본인은 그런 스타일을 잘 표현할 줄 모르는 것 같은 사람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금촌동은 트렌드에 예민한 편입니다. 젊은 구성원들이 많은 편이라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권도 많이 발달해있습니다. 서울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이 있다면 금촌동에도 약간은 늦더라도 결국 들어와서 유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뭔가 항상 살짝 아쉬운듯한 디테일로 들어온달까요? 완성도라던가 디테일 부분에서 미묘한 차이를 늘 느끼게 됩니다.
그런 부분도 윤촌삼씨 페르소나에 담았습니다. 미묘하게 가품을 입고 있다거나, 바지의 핏이 어정쩡하다거나, 분명 개별 아이템들은 훌륭한데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매치한다거나 하는 디테일의 아쉬움이랄까요. 그런 부분들이 윤촌삼씨의 외적 특징인 것 같습니다. 금촌 시장에도 자주 가는 편이지만 나랑은 어울리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도 가진 것 같습니다.
금촌동은 현재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확정되어 기존의 판자촌을 없애고 고층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섭니다. 또한 민군 커뮤니티 센터, 시장 활성화 사업 등 다양한 재생 사업이 한창입니다.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윤촌삼씨가 친구들과 주로 하는 대화 주제는 부동산과 재산 증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얼른 개발이 마무리돼서 다 같이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어떠신가요? 금촌동의 이미지가 그려지시나요?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시면 금촌동을 그린 다른 분들의 이미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1번 그림 ) 20대가 느낀 금촌동은 제가 그렸던 것과는 정반대의 이미지인 발랄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소녀입니다. 20여 년간 금촌동에 살면서 겪었던 친구들의 모습이 본인이 생각하는 금촌동의 이미지에 투영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두번째작업실 카페를 찾아주는 20대 친구들의 모습과도 매우 흡사합니다. 한껏 꾸미고 다닐 때와 평소 동네를 돌아다닐 때의 두 가지 모습을 함께 보여준 점도 재미있었습니다.
3번 그림 ) 30대 직장인의 눈으로 본 금촌동은 남성이지만 제가 그린 것과는 달리 30대의 젊은 남성이었습니다. 집에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무채색의 옷을 즐겨 입는 조용한 성격입니다. 앞서 두 개의 페르소나와는 다르게 트렌드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활기찼지만 지금은 다소 침체된 모습의 금촌동이 마치 최근에 실직한 느낌이라고 이야기한 것도 흥미롭습니다.
멤버 중 금촌동에 살고 있는 사람은 저를 포함하여 총 3명입니다. 그렇지만 같은 지역에서 살고 있어도 서로 다른 이미지의 페르소나를 그렸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각 페르소나의 외모나 성별, 나이에서는 제법 차이가 나지만 성격이나 취향이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점도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또한 3명의 나이대에 따라서 같은 동네임에도 느껴지는 이미지가 본인의 나이대와 비슷한 느낌 혹은 약간 더 나이가 있는 연배로 그려졌습니다. 동네에서 받는 느낌에서 동질감도 많이 받고 차이점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4번 그림 ) 파주 야동동을 페르소나화 한 김엘리 여사님의 이미지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주변에 논밭이 많고 한가로운 동네인 야동동을 67세의 싱글 할머니로 묘사한 점이 재미있습니다. 특히 7시 이후면 주변을 지나다니는 차량도 거의 없어 일찍 잠든다는 점이나, 드넓은 하늘과 가을 논밭을 하늘색 니트와 패치 스커트로 표현한 점도 인상적입니다.
5번 그림 ) 서울 은평구 신사동은 저희 멤버들에게 생소한 동네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멤버분들이 파주에 거주하고 계셔서 잘 모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페르소나를 통해 느껴본 신사동의 이미지는 저희 멤버들로 하여금 그 동네를 여행해보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회색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은퇴한 도덕 선생님 같은 동네란 과연 어떤 동네일까요? 무채색의 낮은 건물들이 언덕배기에 쭉 늘어져 있는 모습, 동네에 많이 계신 어르신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마침 그 동네에 에어비앤비를 통해 머물러보았다는 멤버분이 이 페르소나에 대해 많은 공감을 해주셔서 더더욱 이 동네가 궁금해졌습니다.
이번 형상화 워크숍을 통해서 우리는 동네를 인간의 모습으로 '형상화' 해보았습니다.
내가 사는 동네를 사람으로 만들어보면서 그간 생각하지 못했던 동네의 모습을 되새겨보고, 새로운 모습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캐릭터로서의 동네를 구체화해보면서 매력적인 동네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었습니다. 신도시의 모습들이 너무 다 똑같아서 어느 동네를 가더라도 그 동네가 그 동네 같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동네는 동네가 가진 개성이 강한 곳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두 번째 워크숍은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도 종이 한 장 꺼내서 우리 동네를 사람으로 한 번 그려보시길 바랍니다. 형상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늘고 우리 동네를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입니다.
저희는 동네의 페르소나를 만드는 방법을 통해 형상화를 해봤습니다만, 형상화의 방법은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굉장히 다양하고 재미있는 형상화 방법들이 있을 텐데요, 여러분만의 형상화 방법을 공유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는 책 읽기 주간으로 생각도구 3. 추상화 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긴 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