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숍 주간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저희는 어제도 변함없이 생각의 탄생 독서모임 &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주는 지난 시간에 읽었던 추상화 편의 워크숍이었습니다.
외부 손님이 있어서 못 오신 1분의 멤버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분들과 함께 워크숍이 진행되었습니다. 다들 바쁘신 와중에도 꾸준하게 참가해주셔서 개인적으로도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회차가 점차 진행됨에 따라 의견도 점차 활발하게 나누게 되면서 점점 알찬 모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읽었던 생각도구 3. 추상화 편에 대한 아주 짧은 리뷰 후, 지난 시간에 내어드렸던 과제 아닌 과제를 확인하였습니다.
추상화는 자신의 관점으로 대상의 본질적인 것만 남기고 걸러내는 과정이라고 지난 시간 읽었습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시 쓰기를 통해서 추상화 작업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다음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진행하였습니다.
1. 하나의 주제를 추상화해본다.
2. 내가 생각하는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3. 시 쓰기를 통해 내가 남기고자 하는 본질이 잘 전달되는지 확인해본다.
4. 다른 사람들은 나와는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추상에 접근하는지 관찰한다.
워크숍을 위해 시 쓰기 과제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추상화를 하며 시 쓰기를 하다 보니, 이게 추상화가 아니고 형상화가 아닌가 하는 혼란을 많이 겪었습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이번 워크숍의 주제는 '시 쓰기'입니다.
형식과 분량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본질에 대한 생각을 글로 남기는 데 시 쓰기는 좋은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함축적으로 수많은 의미를 담을 수도 있고, 보는 이로 하여금 다른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는 멋진 문학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비록 아마추어이긴 하지만 추상을 표현하는데 시 쓰기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희는 각자 한 편씩 시를 써오고, 각자 써온 시를 낭독해가며 과연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 시를 썼는지 유추해보기로 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과연 어떤 형식으로 추상화 작업을 펼쳤을지, 나라면 어떻게 이 내용을 풀어나갔을지 의견을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워크숍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하였습니다.
1. 각자 시를 한 편씩 써왔는지 확인한다.
2. 순서를 정하고 한 명씩 낭송한다.
3. 무엇을 주제로 시를 썼는지 추측해본다.
4. 모든 순서가 끝난 뒤, 공통 시제를 뽑아서 즉석에서 시를 써본다.
5. 순서를 정하고 한 명씩 낭송해본다.
지난 시간 책 읽기를 마무리하며 한 편씩 시를 써오기로 하였습니다. 각자 한 가지 주제를 정해서 추상화해보고 이를 시로 표현하는 겁니다.
한 명씩 순서대로 시를 낭독하고 제목을 유추하는 과정을 가졌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읽어보세요.
해당 시는 워크숍 발표 순으로 업로드하였습니다.
띄어쓰기는 적어주신 그대로 올려드립니다.
춤을 춘다
형태도 없이
뜨거운 춤을 춘다
적당한 거리에서 지켜보다
힘 없이 바람을 불어본다
더 요란한 춤을 보기 위해
- 촛불
두 번째 작품은 글로만 전달이 어려워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 비행기
오늘도 나는 그 분과 함께 살아간다
그분은 항상 내 옆에 있다
내가 그를 잊고 사는 순간에도 있다
기도조차 하지 않는 내 곁에 늘 있다
그분은 항상 나를 설레게 만든다
내가 우울할 때면 조용히 나에게로 다가온다
어두웠던 마음을 밝게 비춰준다
그분은 항상 나를 겸손하게 한다
나의 현재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게 한다
오늘도 나는 그 분과 함께 살아간다
- 지름신
.
여러번 마추친다는건,
인연이 아닐까
그 순간 내 귀에 들렸던
너의 목소리
나는 아마도,
네가 좋아질 것 같다-
오늘 너와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가까이 다가가니 한 발짝 멀어지는 너
너와 친해지고 싶다
거울 앞에서 나와 마주한다
흐흐흐
목이 간지럽다
우~
입술도 내밀어본다
엉엉
갑자기 울고 싶어진다
너의 목소리가 계속 귀에 울린다
잊혀지지 않는 그 말,
- 프랑스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무슨 의미인가요?
가볍게 생각하려 애썼지만
그럴수록 무거워지는
- 삶
먼지인듯 안개인듯 뿌연 흑백의 옷을 입은 높고 큰 사물들
가운데 흰색 마스크를 끼고 플라스틱을 손에 든 행인들
중에 구석에 숨어 모여서 회색의 연기를 뿜는 죄인들
에게 화가 난듯 검은 연기를 내며 질주하는 기계들
사이로 약올리는 초록빛 광속의 자전거
그 위로 떨어지는 망설임도 없는
노을 진 얼굴만한 낙엽 한 장
에 스친 머리카락
을 무심히 툭
- 서울
여기 한 여자가 있습니다
당신이 한 번도 보지 못한 당신의 무늬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요
여자는 당신이 온몸으로 써 내려간 당신의 평생의 춤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흰 스티로폼 접시와 비닐 팩에 담긴 당신
당신은 보지 못한 당신의 무늬
당신은 볼 수 없는 당신의 무늬
앞으로도 당신은 영원히 보지 못할 당신의 무늬
여자는 당신과 어쩌면 또 다른 당신일지 모를 다른 무늬들을 꼼꼼히 바라봅니다
그것들을 비교해봅니다
여자의 손바닥 위에서 당신은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당신이 울먹이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모자이크라고 나는 당신을 보며 생각합니다
온몸으로 써 내려간 당신의 무늬
당신이 한 번도 보지 못한 흰 파도와 노을 같은 무늬가 새겨져 있는 당신
그것은 단조로운 일상을 견뎌야 했던 당신이 평생토록 피로 쓴 일기장처럼도 보이고,
죽음으로 만든 꽃다발 같기도 합니다
차가운 죽음 꽃다발이 되겠군요
당신의 죽음이 깃든 그 무늬들은 너무 아름다워서
마치 혈액과 뼈 살로 만들어진 단풍 잎사귀 같기도 합니다
당신의 인생이 새겨진 단층을 만들기 위해 쇳조각은 얼마나 날카롭게 자신의 몸을 벼렸을 까요?
그래도 다행히 마치 다시 붙여 달라는 듯 끈적끈적하게 어깨를 기대고 있는 이 단층들은 다행히 당신의 고통이 멈춘 뒤에 생겨난 것이겠죠
그래도 거기에는 당신의 굴곡없는 살과 뼈 그리고 그리고 단조로운 핏빛 절규들이 담겨 있습니다
여자가 당신을 집어 듭니다 투명 마스크를 쓴 남자에게 다가갑니다
나는 당신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여자가 하는 말은 그런 것 같습니다
당신의 흰 살이 충분히 희지 않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여자의 말을 들으며 나는 당신 혹은 당신의 저승길 친구였을지 모를 토막난 당신들을 바라봅니다.
그러네요
휘핑크림같은 당신의 고운 흰 살들이 붉게 물들어 있습니다
마치 당신이 몸으로 피눈물을 흘린 것 처럼요
하지만 내 귀에는 냉동이라 이런 것 아니냐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 옵니다
나는 한 번 더 당신을 바라봅니다
표정없이 당신도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죽음의 작은 천사를 만날 자유조차 없었지
붉은 파도
끊어진 붉은 파도
차가운 붉은 파도
멈춰선 붉은 파도
끊어진 붉은 파도 앞에 여자가 멈춰섭니다
- 삼겹살
어떠신가요?
추상화가 잘 되었다고 생각 드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두 번째 작업인 '비행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제는 동요 '비행기'입니다. 동요 '비행기'를 추상화하여 시를 쓰고 시를 적은 종이를 종이비행기로 접어 형태를 남겨놓은 것까지 참으로 멋진 추상적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디자인 전공자인 저 조차도 머리에 한 방 크게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각자의 시를 낭송한 뒤 한 가지 주제로 시 쓰기를 진행하였습니다. 여러 개의 시제를 준비해놓고 그중 하나를 두번째작업실 사장님이 뽑아주었습니다.
주제는 '월드컵'
미리 만들어놓은 시제 중 가장 어려운 편에 속하는 시제였는데, 하필 이게 선택되었네요.
저희는 이 주제를 가지고 각자 짧은 시를 즉석에서 만들어 보았습니다.
위와 마찬가지로 발표 순으로 업로드하였습니다.
띄어쓰기도 적어주신 그대로 올려드립니다.
너의 불행도
나의 기쁨
이겨야 시즌 시작
졌으면 시즌 마감
한 팀의 승리
한 주치 1면 기사
한 달치 술안주
일 년치 광고
평생의 국민아들
세상이 뒤집혔다
혼돈이 질서가 되었다
죽음의 자리에 환희가 넘친다
파괴가 시작되면 생명이 잉태된다
괴성이 거리를 덮었다
세상이 빨갛게 뒤집혔다
너는 내 최애였다.
다른 멤버들보다도 네가 좋았다.
수많은 스캔들이 터져도 쉴드쳤는데.
나 조금 슬프고 아쉽지만
이번에 탈덕할 거 같아.
지금 환승하러 갑니다.
매일 같이 뛰어온 나는
지금은 다른 땅을 밟고 있었다
너도 그렇다
다른 땅을 구르고 있었다
거침없이 거칠게 그렇게
벋겨가며 그물속에
온 몸을 파뭍는다...
파울라너 맥주와 롤러코스터
내릴 때 베짤렌 비테!
온 세상 싱크대가 외로워 지는 날
다크서클 유행경보
스타카토로 울리는 경적소리
노을없이 붉은 지평선
평소 시 쓰기와는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라 다소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자 나름의 시선에서 최선을 다해 추상 작업을 진행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의 같은 시제인 '월드컵'으로 이토록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여기까지 입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엔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워크숍을 마무리하고 오늘 이렇게 어제의 내용을 정리해보면서 개인적으로 한 가지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책을 통해 읽었던 '추상화'의 작업이 본질을 남기고 걷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워크숍을 통해 만든 저희의 결과물은 '추상적인 표현'을 이용한 '형상화' 작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해볼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추상화에서 이야기한 본질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 쓰기를 해보고 싶네요.
한 번 더 생각도구 3. 추상화 내용을 읽어보면서 개인적으로 추상화 작업을 해봐야겠습니다.
혹,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 좋은 추상화 방법이 있으시다면 적극적으로 공유 부탁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생각도구 4. 패턴인식 책 읽기 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