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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원필 Feb 19. 2020

두번째작업실 이야기를 시작하며...

두번째작업실 분투기 - 인트로

파주 금촌에서 아내와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2018년 여름, 조금은 갑작스레 카페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금촌에서 '두번째작업실' 이라는 작은 카페를 사장님인 아내와 둘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간 카페를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일들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지에 대한 고민들을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합니다.


이 글이 어떤 분들께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 디자인을 업으로 삼아온 사람의 눈으로 동네 카페를 운영하는 이야기와 이를 통해 얻게 된 다양한 인사이트를 나눌 생각입니다. 저희가 카페를 운영하는 이야기는 소규모 창업에 대한 근사한 이론서는 아닙니다. 그냥 조금 신기하고 독특한 동네 카페에서,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분투기 같은 내용이 될 것 같네요. 


다소 어설프고 부족한 내용일지도 모르지만,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저희의 두번째작업실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나 오늘부로 일 그만두기로 했어.”


전화기 너머로 다소 상기된 듯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갑자기 눈앞이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었죠. 

저 역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생활에 접어든 지 약 3개월이 지난 시점이라 아내마저 일을 그만두면 집에 수익이 뚝 끊겨버리는 상황이었습니다. 생활하는데 많은 돈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제 수중에 있는 퇴직금만으로 당분간 생활을 이어나가기에는 많이 빠듯했습니다. 한마디의 짧은 순간의 말은 저를 그렇게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얼른 정신 차리자. 뭐라든 위로의 말을 해주고 다음을 생각해보자.'


아득히 멀어져 가는 정신을 붙잡고, 흔들리는 마음을 들키지 않고자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가다듬었습니다.


“그래. 그동안 거기서 일하느라 고생 많았잖아. 괜찮아. 이번 기회에 쉬면서 같이 뭘 할 수 있을지 찾아보자. 굶어 죽기야 하겠어?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2018년 초여름, 그렇게 둘 다 백수가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아내가 일을 그만두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서로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게 힘들었습니다. 각자의 일 때문에 만나봐야 늦은 밤이었고,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저와 집 근처 카페에서 일하는 아내의 출근 시간 역시 완전히 달랐습니다. 제가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하고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그제야 아내는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했습니다. 아내가 퇴근할 무렵이면 저는 다음날 출근을 위해 잠들어있기 일쑤였죠. 그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던 중, 둘 다 쉬게 되었습니다.


앞의 걱정스러움과는 달리 처음 며칠간은 매우 즐거웠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둘이 같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늦잠도 자고, 그간 못 봤던 영화도 보았습니다. 또,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가보지 못했던 맛집도 찾아가고… 그냥 이렇게만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딱 3일간의 천국이었습니다. 4일째 되던 날, 각종 고지서와 카드값이 날아오면서 우리는 걱정에 휩싸이기 시작했습니다. 마냥 도피하고 싶던 현실적 문제를 먼저 꺼낸 건 역시 아내였죠.


“근데 우리 이렇게 돈 써도 되는 거야? 이제 우리 뭐해서 먹고살지?”

“그러게… 내가 다시 직장을 잡던가…”

“투자받는다는 일은 어떻게 돼가?”

“끝난 거 같아….”


저는 당시 재취업과 창업 양쪽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었습니다. 일을 하기 위해 이력서 발송과 사업기획서 제작이라는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살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100여 장 가까운 이력서를 제출했습니다. 만나보자는 연락은 종종 있었으나 결정적으로 취직이 안되고 있었습니다. 창업 역시 열심히 사업기획서를 만들고, 투자자를 찾아가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며 고군분투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없이 계속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그 자리 그대로인 상태였습니다

.

한참 동안 무거운 공기 속 침묵이 이어지던 중, 아내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습니다.


“우리 그냥 다시 같이 일 해볼까?”


둘이 함께 일하는 새로운 시작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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