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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원필 Feb 21. 2020

부동산을 찾아 헤메이는 하이에나들

두번째작업실 분투기 - 부동산 계약

아내와 둘이 같이 일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결혼 전, 연애할 무렵부터 둘 다 프리랜서 생활에 익숙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회사를 만들어 기본적인 디자인 업무는 제가 진행하고, 일러스트는 아내가 맡아 진행하는 외주 프로젝트 경험도 제법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둘이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를 결정하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공간 비즈니스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몇 년 전, 일본의 친구로부터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매우 생소한 코워킹 스페이스에 대한 이야기였죠. 신주쿠에 터를 잡고 한 번에 30여 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공간으로 시작했습니다. 탄탄한 팬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를 시작으로 '장'을 만든다는 개념을 통해, 부동산 디벨로퍼로서 공간에 대한 기획과 운영까지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수백 명의 직원들이 함께하는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공간'을 통해 '사람들과의 관계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의 모습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아내와 시작하게 될 새로운 일은 '공간'을 가지고 시작하길 바랐습니다. 그간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사무실 없이 집에서, 혹은 카페에서 일하면서 굳이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만큼은 그동안 꿈꿔왔던 공간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을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개념의 공간 비즈니스들이 우리 주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카페부터, 최근 부상하고 있는 위워크와 패스트파이브로 대표되는 코워킹 스페이스, 취향관과 같은 살롱 등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공간들이 많습니다. 이런 여러 공간 비즈니스 카테고리 중 우리의 공간은 ‘카페’라는 형태를 빌려 운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 둘 다 미술 관련 전공자이지만, 프리랜서로 외주를 받아서 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였고, 적더라도 꾸준하게 수익이 날 수 있는 캐시카우로써의 일이 필요했습니다.

아내가 지역의 개인 카페에서 근 1년간 일하면서 카페 운영의 노하우를 어느 정도 경험한 것이 카페를 선택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지역 사람들이 선호하는 메뉴부터 일하면서 쌓인 개인적으로 친분관계까지, 그간 카페에서 익힌 경험들이 우리가 직접 운영하는 공간을 만드는데 크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제가 하고 싶었던 기획을 마음껏 실행할 수 있는 공간 비즈니스 모델이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투자를 받는 데는 실패했지만, 제가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던 사업계획이 커뮤니티를 베이스로 한 공간 비즈니스였습니다. 여러 사람들을 모으고, 그 안에서 재미있고 다양한 이벤트를 하면서 수익구조를 만들어나가는 형태였습니다. '카페'는 직업, 나이, 성별, 학력 등의 구분 없이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좋은 공간 비즈니스의 표본이었습니다.


카페 80 : 커뮤니티 20 정도의 비중으로 공간을 구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가장 걸맞은 형태의 공간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목적이 분명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부동산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몇 가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조건들이 생겼습니다.  


- 공간의 넓이가 최소 80m² 를 확보할 것 : 바를 제외하고,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의 넓이가 어느 정도 넓어야 우리가 생각하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 굳이 대로변이 아니어도 될 것 : 유동인구가 많으면 좋지만, 굳이 많지 않더라도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홍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른바 목 좋은 상권에 들어가면 좋지만,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상승하기 때문에 예산 문제도 고려할 수밖에 없었죠.


- 우리 예산에 맞는 공간일 것 : 모든 창업자들이 그렇듯, 저희가 예산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매우 한정적이었습니다. 한정된 예산을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보증금과 월세가 비교적 저렴하고, 특히 권리금이 없는 곳이어야 했습니다.


-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을 벗어나지 말 것 : 아내가 근 1년여간 집 근처에 있는 개인 카페에서 일해 오면서 쌓은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거리였으면 했습니다. 일하는 동안 아내 나름의 팬층을 확보했습니다. 고객으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네 친구와 같은 이미지를 제대로 구축해나가고 있었습니다. 이는 새로 카페를 오픈하게 될 경우, 초기 고객을 확보하는데 강력한 무기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 판단되었습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조건을 염두에 두고 본격적으로 부동산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1차적으로 네이버와 다음에 올라온 부동산 매물들을 확인하고 부동산에 직접 가보기 전에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무더운 여름, 우리는 부동산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가 되어 밤낮으로 온 동네를 어슬렁거리기 시작했죠.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매물은 금촌역에서 조금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곳에 위치한 오래된 2층으로 된 단독주택이었습니다. 오래된 주택을 매입해 개조하여 2층은 거주하고, 1층과 지하를 터서 카페로 활용하면 파주 금촌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형태의 멋진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는 우리의 오랜 꿈이기도 했습니다. 둘 다 미술계열 전공자인지라 이런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사용하는데 대한 환상도 충분히 있었습니다. 또한 오래된 것과 새것이 교차되는 대비되는 느낌에 큰 매력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너무 오래된 건물이라 과연 이 건물을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받을 수 있는지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우리는 낮이고 밤이고 이 건물 근처로 가서 유동인구를 살펴보고 틈틈이 시청으로 찾아가 허가 관련 부분들을 하나씩 확인해나갔습니다.


법적으로는 허가를 받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 이 곳에서 금촌에서의 제2막을 열어보는 거야~!!'라고 생각할 무렵, 큰 벽이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이 건물을 매입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대출하는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건물의 매매가와는 별개로, 은행에서 자금을 대출하기 위해서는 감정가가 필요했습니다. 또한, 당시 바뀐 법으로 인해 최대 대출을 한다 해도 감정가의 60%밖에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는 우리의 예산을 훨씬 초과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이 공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꽤나 마음에 들었던 건물이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미련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드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버린 것이죠.


앞서 이야기 한 허름한 건물을 매매하여 개조하여 운영하는 방법을 포기하면서, 우리는 저렴한 월세 공간을 찾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가 지닌 예산안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 될 것 같았습니다. 7월에서 8월로 넘어가면서 더욱 습하고 더워진 날씨 속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발품을 팔아본 덕분일까요, 마음에 드는 두 군데의 공간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A 공간은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이면도로 쪽 조용한 원룸촌 한복판에 있었습니다. 대략 30평형 정도 되는 사이즈로 제법 넓은 편이고, 1층이었습니다. 직사각형 형태의 공간으로 앞에서 볼 때보다 실제 공간에 들어가면 훨씬 더 깊이감이 느껴졌습니다. 또, 실내에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는 공간이라 처음 본 순간 마음을 끌었습니다. 무엇보다 꽤 긴 기간 동안 공실로 비어있어 권리금이 없었고, 우리가 그동안 찾아본 모든 공간들 중 가장 월세가 저렴했습니다.


B 공간은 금촌역에서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상가건물 1층(이라고 부르고, 10여 개의 계단을 올라서서 들어가야 하는 가파른 언덕에 세워진 건물) 20평형 공간이었습니다. A 공간과는 달리 유동인구가 많고 금촌역에서 퇴근하는 사람들이 아파트 단지를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길목이라 눈에 잘 띄는 공간이었습니다. 기본 20평형 공간 외에도 계단을 3–4개 정도 오르락내리락해야 하지만, 5평 정도의 창고 공간이 보너스처럼 더 제공되었습니다. 공간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매우 재미있고 유니크한 공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공용으로 사용 가능한 화장실이 외부에 있고, 월세가 우리의 예산보다 약간 더 높은 수준이었으며 무엇보다 권리금이 제법 필요했습니다.


두 공간의 장단점이 너무 달라서 우리는 일주일에 걸쳐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두 공간 근처에 머물면서 유동인구 수와 성별, 연령대를 살펴보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또한 서두에 이야기한 기본 조건 이외에 새롭게 체크리스트를 추가 / 정리했습니다. 진짜 우리에게 걸맞은 공간이 어디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최종적으로 한 곳을 계약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 화장실이 공용인가, 독립인가? 개인적으로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선호합니다. 아무래도 공용화장실의 경우, 관리가 잘 되지 않는 편이라 카페에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좋지 못한 경험을 줄 것 같았습니다. 제가 어딘가 카페를 찾아갈 때도, 화장실이 깨끗하고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주로 찾아갑니다.


- 접근성이 용이한가? 유동인구가 얼마나 많은가는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아무래도 접근성이 좋은 장소가 매출을 높이는데 유리하겠죠.


- 우리가 목표로 하는 타겟층이 많이 존재하는가? 저희가 생각한 메인 타깃은 2,30대의 대학생에서 직장인인 젊은 여성입니다. 해당 고객층이 많이 위치 역시 매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가? 파주 금촌은 밀집된 도시지역입니다. 하지만 대중교통이 불편하여 차로 이동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주차 공간 확보도 중요한 입지 선정 포인트 중 하나였습니다.


 - 실제 인테리어 시, 비용절감을 하기 수월한 곳은? 예산과 연관된 부분으로, 아무리 보수적이고 최대한 정확하게 예측하여 예산을 편성하였다 하더라도 의외의 부분에서 비용이 발생할 여지가 많습니다. 또한, 절약한 돈을 예비비로 아껴두었다가 필요한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용절감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생각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 공간 자체가 지닌 매력은? 카페는 시간을 사는 공간입니다. 자주 오고 싶고, 오래 있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기 위해서는 공간이 지닌 매력이 분명히 필요합니다. 저희 역시 일하기 위해 카페를 방문할 때, 매력적인 곳에서 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우리는 결국 A 공간을 선택하였습니다. (물론, 위에서 이야기 한 내용보다 훨씬 많은 고려사항들이 있었습니다. 보다 효율적인 비교를 위해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확인해가며 선택하였습니다.)

체크리스트를 통해 내린 결정도 있지만, 제가 A 공간 쪽으로 하자고 밀어붙인 경향도 상당 부분 있었습니다. A 공간에서 느꼈던 첫인상이 B 공간에 비해 월등히 좋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커뮤니티 관련 이벤트들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데 있어 A 공간이 물리적으로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결정과 동시에 해당 매물을 취급하는 부동산에 바로 전화를 걸었고, 그다음 날 우리는 부동산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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