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구 6. 유추

생각의 탄생 독서모임 : 책 읽기 주간

by 돈원필

이제는 완연한 겨울인가 봅니다. 매서운 칼바람에 뚝 떨어진 기온이 옷을 점점 꽁꽁 싸매게 만드네요. 이런 때일수록 건강 관리에 힘써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나 이번 주말은 어느덧 다가온 크리스마스네요. 크리스마스 하면 늘 설렜는데, 이제는 덤덤해진 게 이렇게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는 건가 봅니다.


지난 수요일, 파주에는 엄청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오랜만에 제법 쌓인 눈 때문에 오는 길이 걱정스러웠는데 야근 때문에 참가 못하신 한 분을 제외하고 모든 멤버들이 독서모임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열심히 참가해주시는 멤버분들 덕분에 더욱 힘내서 독서모임을 운영할 수 있게 됩니다.


벌써 여섯 번째 생각도구인 유추 편에 접어들었습니다.

앞서 읽었던 다섯 가지의 생각도구들을 잘 익혀온 멤버들이라면, 이번 유추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느끼리라 생각하면서 독서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유추는 우리가 평소에도 많이 사용하는 생각도구이기 때문에 좀 더 쉽게 다가올 거라고 생각했죠.


지난 패턴형성 편을 대체로 쉽게 느꼈기 때문에 이번 유추 편도 잘 이해하리라고 생각했으나, 의외로 많은 멤버들이 굉장히 어렵게 느끼시더군요. 특히 유추 편의 시작부터 양자역학과 관련한 내용으로 시작하니 처음부터 벽에 막힌 느낌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20분간의 함께 책 읽기 시간을 마치고 자유롭게 유추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번 주에는 어떤 이야기들을 나눴는지 정리했습니다.






생각도구 6. 유추는 서로 다른 대상에게서 비슷한 점을 찾아내 잘 알지 못하는 미지의 부분을 채워가는 방법이라고 설명합니다. 양자역학으로 시작해서 헬렌 켈러 이야기, 아이들의 놀이방법까지 다양한 예시를 보여주면서 유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유추는 새로운 지식을 익히는 데 매우 중요한 도구라고 설명합니다.


헬렌 켈러 이야기는 새로운 지식과 통찰을 얻는데 유추가 얼마나 유용하고 중요한지 강조합니다. 어린 시절 고열로 인해 보지도, 듣지도 못하게 된 헬렌 켈러는 설리반 선생님의 헌신적인 교육 덕분에 감각을 이용하여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본인이 경험한 감각이 시각적으로 언어적으로 어떤 식으로 표현이 될지, 서로 다른 감각들 간의 비슷한 점을 발견하여 추측해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감각과 유추를 통해서 세상을 그릴 수 있게 된 거죠. 유추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예시였다고 생각합니다.


책 읽기 시간을 마친 후 멤버들과 유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제는 제가 굳이 여쭤보지 않더라도 본인의 생각과 의견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해 주셔서 정리하는 게 힘들 정도입니다. 멤버들이 즐겁게 이야기한 유추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 유추라는 생각도구가 기존의 생각도구를 기반으로 하여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엄청 다르다고 느껴졌어요. 이 책 정말 쉽지 않네요.


- 지난 시간에 우리가 패턴에 대한 이야기를 두 번에 걸쳐서 했습니다. 패턴을 찾고, 새로운 패턴을 형성하고, 패턴을 때로는 깨기도 하고, 그래서 이런 패턴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유추해 나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런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자연 관찰을 통해서 무언가를 유추한다고 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앞선 챕터들에서 읽었던 일련의 과정이 없이 갑자기 비약적이고 도약한 느낌입니다. 기존에 우리가 읽었던 생각도구들은 필요 없고, 연관성 없이 '1부는 끝났으니 2부를 시작해 볼게.' 이런 느낌이랄까요?


- 유추라는 단어가 의외로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알려진 것을 토대로 알려지지 않을 것을 유추한다라는 게 매우 낯설었어요.


- 저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하는 게 유추인가 혹은 비유인가 라며 매우 헷갈렸습니다.


-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 중에 양파가 서로 맞닿아 있으면 그 부분부터 썩기 시작하는데, 인간도 너무 가깝게 있으면 상처가 되거나 다칠 수 있다며 거리감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굉장히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이 들면서, 이것은 유추인지 비유인지 너무 헷갈렸어요.


- 혼란이 오는 이유는 이해가 틀려서가 아니라 어려워서라고 생각합니다.


- 유추 편에서 이야기한 것들이 앞서 읽었던 생각 도구들과 뚝 떨어져 있다기보다는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앞에서 읽었던 관찰이나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과 패턴형성 모든 과정들이 우리가 유추를 하는데 필요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알게 된 나의 정보와 알아야 할 것의 유사성을 찾는 것이 유추니까요.


- 이번 챕터를 통해서 기존에 책에서 쌓아놓은 패턴을 깨려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 유추가 어렵다고 느낀 이유가 유추라는 게 패턴 인식과 형성이 필요한데, 이게 또 뻔해서는 안될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 양파 이야기와 인간관계에서의 거리에 대한 비유는 매우 훌륭한 유추라고 생각합니다. 거리에 따라 생기는 현상을 잘 통찰하여 유추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 유추라고 하니까 뭔가 거창해야 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책이 사람을 주눅 들게 한다랄까요.


- 겸손하게 만드는 거죠.^^


- 헬렌 켈러가 과연 어떻게 세상을 인식했을까가 너무 궁금했습니다. 사실 이 책 읽으면 와닿을 줄 알았는데, 그게 잘 와닿지 않았어요.


-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 중에 톨스토이의 미학론인가 정확하진 않은데요, 그 내용 중에 베토벤이 귀가 먹었음에도 음악을 하는 게 굉장히 불합리하다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런데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요소와 감각들을 통해서 음악으로 치환해 냈죠.


- 공감이 유추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관계의 경험이 무언가 비슷한 부분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준달까요.


- 203 페이지에 있는 '다른 누군가의 내부에 자신과 유사한 상태의 존재를 세우는 것'이라는 부분이 공감을 연상시킵니다.


- 저는 페이지 195에 있는 '우리는 종종 헬렌 켈러 같은 장애인이 될 때가 있다.'라는 문장이 너무 와닿았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살면서 내가 잘하는 부분이나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못하는 부분은 그것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일종의 장애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 전장연 시위가 떠오르네요. 언젠가 우리도 몸이 불편해질 수 있는데, 이해와 공감이 안 되는 것도 유추가 안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그렇다면 '역지사지' 태도가 과연 유추일까요?


-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기능이 비슷한 것을 찾을 때 유추라고 했어요.


- 유추는 선천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비슷하다고 판단할 수 없으면 유추할 수도 없을 테니까요.


- 다른 사람의 마음을 유추할 수 없으면.... 사이코패스일까요?


-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지금까지와 다르게 놀게 하라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핼러윈 같은 날 이런 이벤트를 하지 않는 유치원은 아이들이 직접 자기들끼리 무언가를 만들어서 파티를 하기도 합니다. 선생님들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무언가 만들거나 가져와서 이게 핼러윈 호박이라고 하며 즐겁게 노는 것을 보며 아이들은 완전 다른 사물에서 비슷한 부분을 찾아내는 데 뛰어난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 현대 미술이 유추의 집합체라고 생각합니다. 점 하나 찍어놓고 수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는데요, 이것을 유추해낼 수 있는 사람들만 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최우람 작가의 전시가 진행 중인데요, 그중 '원탁'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머리 없는 지푸라기 인형들이 공처럼 생긴 하나의 '머리'를 차지하려고 움직입니다. 머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어서면 공처럼 생긴 머리는 멀어지고 숙이면 머리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욕심과 구조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게 머리가 아니고 돈으로 치환해보면 어떨까요? 가지려고 하면 멀어지는 모순된 상황도 그렇고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서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 유추는 결국 지식과 경험이 아닐까 싶네요. 많이 알아야 유추도 할 수 있고요.


- 이 책을 통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운다고 느꼈습니다. 읽은 것만으로도 배운다고 느껴져요.


- 반면에 앞부분에서는 엄청 어렵게 이야기하고 뒤에서는 너무 쉽게 정리해줘서 요즘 말로 킹 받는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좀 쉽게 이야기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 이 책의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은유나 유추 부분에 우리나라 독립 운동가들의 예시를 넣었다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시가 떠올랐습니다. 시에서 '님'을 사랑하는 사람처럼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독립'의 의미를 담고 있으니까요. 시를 읽는 것만으로 독립을 유추할 수 있도록 표현한 부분이 예시였다면 참 좋았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책을 읽으면서 저는 도리어 명료하게 생각했던 많은 부분들에 물음표가 붙어버렸습니다. 제가 알던 유추라는 개념과 많이 다르다고 느껴졌어요.


- 생활에서 많이 하는 게 유추라고 생각합니다. 버스가 곧 오겠지? 패션의 주기는 20년이지 처럼 다양한 부분에서 유추가 사용되고 있으니까요.


- 발달장애 분들을 만나보면 본인만의 세계에 막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작업을 시키기 위해서는 유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과일을 먹여보기 위해서 지난번에 먹은 딸기랑 비슷한데 먹어보라고 권유하죠. 이처럼 관계성을 서로 연결해서 새로운 세계를 확장시킬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게 유추인 것 같습니다.


- 비장애인은 내일의 장애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장애인 분들 중 선천적 장애는 15%에 불과하고 나머지 85%는 후천적 요인으로 인해 생긴 장애입니다. 아까 전장연 이야기를 할 때 처음에는 부정적으로 생각되었는데, 이야기를 쭉 들어보니 긍정적인 방향으로 공감이 되기 시작했어요. 우리도 언젠가 장애가 생길지 모르는데 이분들의 투쟁이 우리의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역지사지를 할 수 있도록 하게 만드는 것이 '유추'라고 생각합니다. '공감'이 아니라 공감할 수 있도록 행동하도록 만드는 행위 자체가 '유추' 아닐까요?


유추라는 도구로 시작해서 전장연에 대한 이야기까지 아주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자유로운 의견 나눔을 통해서 저를 비롯한 멤버 한 명 한 명의 생각도 보다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희는 연말을 맞이해서 다음 시간에는 유추 워크숍과 더불어 간단한 송년회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송년회 겸 하는 워크숍이라 이번에는 좀 더 재미있게 게임을 해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워크숍에서는 두 가지의 게임을 해보려고 합니다.

1. 텔레스트레이션 : 주어진 단어를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가 그린 것을 추측하고 추측한 것을 또 그리는 형식의 게임입니다. 정답을 적는다 → 정답을 보고 그림을 그린다 → 그림을 보고 답을 유추한다 → 그 답을 보고 다시 그림을 그린다 → 그 그림을 보고 답을 유추한다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2. 라이어 게임 : 라이어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공통된 제시어를 받고, 자신이 받은 제시어에 대한 설명을 합니다. 라이어는 자신이 라이어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의 설명을 듣고 유추하면서 설명해야 하고 나머지 멤버는 라이어를 찾아내는 게임입니다.


가벼운 형태의 유추 게임들을 통해서 즐거운 송년의 분위기를 느껴보고자 합니다.


다음 주에는 생각도구 6. 유추 워크숍 이야기와 지금까지 진행한 독서모임에 대한 감상과 앞으로의 독서모임 진행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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