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구 8. 감정이입

생각의 탄생 독서모임 : 책 읽기 주간

by 돈원필

설 연휴가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한 동안 봄 마냥 따뜻해서 산책하기 참 좋았는데 어제부터 갑작스레 날씨가 추워지면서 따뜻한 커피가 더더욱 생각하는 금요일입니다. 최근 소소하게 일이 늘어나면서 독서모임 후기 쓰기도 쉽지 않아 지는데요, 기록은 중요하니까 좀 더 부지런하게 움직여서 틈틈이 잘 정리해야겠습니다.


13개의 생각도구 중 어느덧 8번째 생각도구인 감정이입 편까지 접어들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 진행했던 생각의 탄생 독서모임이 생각도구 7. 몸으로 생각하기 편에서 중단되었다가 새로 시작했으니 감개무량합니다. 특히나 단 한 분의 이탈도 없이 모든 멤버들이 꾸준하게 참석해 주시는 게 가장 큰 기쁨입니다. 긴 시간 함께 책 읽어가는 만큼 끝까지 모두 함께 책 마무리 할 수 있길 바랍니다.


1월 18일 수요일 저녁 8시, 금촌에 있는 두번째작업실에서 변함없이 독서모임 멤버들과 함께 모여 생각의 탄생 책 읽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후 근무 때문에 못 오시게 된 한 분을 제외하고 모두 모여서 즐겁게 책도 읽고 다양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에 함께 읽은 생각도구 8. 감정이입은 앞서 읽었던 다른 편들에 비해서 읽기가 수월했던 편입니다. 특정 대상에 이입하고 내가 그 대상이 되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려운 예시보다는 연기와 같은 쉬운 예시들이 주가 되었습니다.


15분간 함께 책 읽는 시간을 가진 뒤,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감정이입 편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생각도구 8. 감정이입 편은 앞에서 이야기했듯, 내가 특정 대상이 되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 보는 생각의 한 방법입니다. 저는 이번 편을 읽으면서 재미있게 본 만화책 '유리가면'이 유독 생각났습니다. 주인공 마야는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내가 연기해야 할 캐릭터 자체가 되어버립니다. 단순히 캐릭터를 해석해서 그 모습을 연기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 캐릭터로 빙의에 가깝게 몰입하다 보니 항상 극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감정이입 편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상에 몰입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다른 사람들은 감정이입을 통해 생각했었는지 여러 사례들을 보여줍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는 엔진의 기술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엔진이 된 느낌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엔진이 된 느낌을 아는 사람이 이해하는 엔진과 기술적 내용만을 아는 사람이 이해하는 엔진은 분명 큰 차이를 보일 겁니다.


저희는 감정이입 편을 읽으면서 어떤 방식으로 대상에 이입할 수 있을지, 그리고 감정이입과 단순 유추와의 차이에 대해 다양한 관점으로 이야기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모임 시간 동안 이야기한 멤버들의 의견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 만화책 유리가면이 생각났습니다. 주인공이 캐릭터에 단순 이입하는 게 아니라 거의 빙의하는데요, 그게 감정이입의 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엄청 들더군요.


- '흐르는 강물처럼' 이야기가 책에 나와서 이번 기회에 영화도 봤습니다. 브래드 피트가 캐릭터 연기를 위해 플라잉 낚시를 열심히 연습했다고 합니다. 이게 아무래도 브래드 피트의 신인시절 찍었던 영화라 초반에는 캐릭터 해석을 잘못했다고 해요. 하지만 감독의 디렉션을 통해 제대로 변경했다고 합니다.


- 감정이입이라 하면 아무래도 감성적인 측면이 강한 것 같습니다. p.257에 있는 감정은 과학을 억압하지 않는다 라는 말과 p.247에 나온 의학 상황극과 같은 사례를 보면서 이과에도 감성이 필요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이과에 있다 보면 감성이 쓸모없고 필요하지 않다고 보통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번 편을 읽으면서 그게 잘못된 생각이구나라고 느껴졌습니다.


-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어느 정도 배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주인공이 환자의 감정에 너무 몰입하면서 결국 그 환자를 살리는데 실패하는 편이 있어요. 아마도 환자의 감정에 이입하는 게 아니라, 환자의 병에 이입이 되어야 하는 건데 감정이입의 대상이 잘못 설정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 대리수술과 같은 의료 사고들에 대한 이야기가 간혹 뉴스 등을 통해 나오는데 대리수술 역시 감정이입이 제대로 안돼서 생긴 문제가 아닐까요?


- p.257에 있는 '인간의 관점에서, 인간이 아닌 것들의 행동을 의인화하여 해석하는 일은 과학계에서 명백한 금기행위다.'라는 부분을 읽으면서 최근에 어린이를 어른의 관점이나 입장에서만 생각해서 차별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뛰어 논다고 뭐라고 하거나, 노키즈 존 같은 경우가 그렇겠네요.


- 부모로서 아이 때문에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는 경우, 부모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이해되는 편입니다. 하지만 기본을 지키지 않는 경우에는 감정이입이 전혀 되지 않고 도리어 반대편에 서게 됩니다.


- 저는 노키즈 존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온전히 자기에게 집중하고 싶은 시간이 필요한 경우, 아이들로 인해 정신없는 공간보다는 조용한 공간을 선호해요.


- 노키즈 존이 문제라기보다는 노키즈 존이라고 적어놓지 않고 갑자기 노키즈 존이라며 쫓아내거나 하는 경우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책에서는 감정이입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감정이입이 잘되는 사람으로서 때로는 너무 힘듭니다. 예를 들어 강아지를 보면 능동적인 부분이나 자유가 없다고 느껴지면서 안쓰럽기만 합니다.


- 저도 뉴스를 못 보는 편인데, 이유가 마음을 힘들게 하는 뉴스들이 너무 많아서입니다.


-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감정이입이라는 건 누구나 태어나면서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해요. 성장하면서 잘 발달시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성장에 따라 사회화되면서 점차 감정이입이라는 부분을 인간 스스로 퇴화시켜 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일이 모든 것에 감정이입 하다 보면 생활이 어려울 테니까요. 어른이 된다는 것이 그래서 힘든 것 같습니다.


- 드라마 보는 것도 참 힘들어요. '나의 해방일지' 한 편 보는데 3일씩 걸렸습니다. 너무 이입하게 되다 보니까 캐릭터들에 느껴지는 답답함, 서슬픔 등이 막 섞이면서 너무 힘들어요.


- 최근 넷플릭스에서 엄청 인기를 끌고 있는 '더 글로리' 1화를 보면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1화에서 학교 폭력과 관련한 장면이 유독 많은데 감정적으로 보는 내내 너무 힘들더라고요.


- 뉴스 역시 보는 게 너무 힘든데요, 최근 이태원에서 일어난 사고로 인해 받은 충격으로 병원에도 다니게 되었습니다. 부정적인 이입으로 인해 세상이 사라져 가는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부정적인 감정이입은 자신을 잃고 망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절을 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저는 p.257에 적혀있던 동물에 의인화하여 해석하는 것이 과학계의 금기행위라는 이야기를 보면서 의인화와 감정이입의 두 가지 키워드를 나눠보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동물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감정이입이 아니라 의인화를 해온 것이 아닐까라고 조심스레 생각해 보았습니다.


- 작가들이 주인공에 이입되어 이야기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감정이입은 제가 생각할 때 그만큼 그 인물을 구축했다고 해석합니다. 그 사건과 세계관 속에서 행동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구축하였기 때문에 주인공에 이입하여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는 거죠.


- 동물에 대한 감정이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동물을 보면서 안쓰럽게 느낀다는 감정도 감정이입이라기보다는 의인화로 인해 안쓰럽게 느끼는 게 아닐까요? 인간이 가진 여러 감정들을 대입해서 보게 되면서 일종의 의인화를 시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동물에 대한 감정이입이란 완벽하게 내가 그 동물이 되어서 세상을 보는 거니까요.


- 그렇네요. 동물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은 감정이입이 아니라 유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만약 나였다면 이렇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드는 거니까요. 감정이입은 '나'를 배재하고 대입해 보는 게 아닐까요?


- 그렇다면 완벽한 감정이입이라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경험이 없는데 과연 이입이 가능한가요?


- 감정이입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연구와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드라마를 보면서 이입하기 쉬운 이유는 같은 '인간'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인간이 가진 보편적 감정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반면 동물에 이입한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완전히 다른 종이기 때문에 연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감정이입이라는 게 때로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가족 간에 불편한 일이 생겨서 한동안 심적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 입장에서라고 생각해 보면서 화가 진정되고 이해되었어요.


-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주제가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는 거죠.


- 책을 읽을 때는 쉬웠는데, 이야기를 해보면서 또 다른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한 번 더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 감정이입은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책에 있는 '가장 완벽한 이해는 '자신이 이해하고 싶은 것'이 될 때'라고 쓰인 이 부분이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 이별 노래를 들으면서 예전에는 그냥 좋은 노래구나 하면서 들었는데 이별을 해보고 들어보면 그 음악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죠.


- 영화 '놉'에서 주인공이 말을 키웁니다. 영화 초반부에 촬영장 사람들이 말에 대한 주의점을 전부 무시하는 바람에 현장이 엉망이 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에 괴생명체가 나오는데 주인공이 괴생명체에 이입을 하면서 그들이 말과 마찬가지로 눈을 보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것도 일종의 감정이입인 것 같습니다.


- 저는 책에서 '대나무를 그리려면 먼저 내 안에서 그것이 자라나게 하라'라는 부제목이 너무 좋았습니다.


- 배우들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 이번 편을 읽으면서도 대단히 서양인다운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정이입의 부분도 '행동'으로 접근하는 것을 보면서 만약 책의 저자가 동양인이었다면 어떻게 접근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야 할지 새롭게 배운 느낌입니다.


- 서로가 약간씩만 피곤해지면 세상은 좀 더 살기 좋아질 것 같습니다.


- 한창 유행했던 '과몰입 공부법'을 아시나요? 예를 들어 해리포터가 되어서 공부한다고 생각하면 해리포터와 관련한 물건들을 수집하고 말할 때도 해리포터처럼 이야기하는 거죠. 실제로 나는 카이스트에 갈 학생이야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하면서 공부해서 대입에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고 합니다.





다음 주 워크숍은 감정이입이라는 주제에 맞게 특정 대상에 이입해보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감정이입이라 하면 제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게 '연기'죠. 그래서 각자 특정한 캐릭터가 되어보기로 했습니다. 유명인이 될 수도 있고, 유튜버나 개그맨이 될 수도 있습니다. 평소 자신과는 정 반대의 캐릭터가 될 수도 있죠.


일주일 동안 각자 그 캐릭터를 연구하고 이입해서 다음 주 만날 때는 그 캐릭터가 되어, 함께 마피아 게임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생각만 해도 은근히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걱정되는 점은 후기를 도대체 어떻게 남겨야 할지가 제일 문제네요.


아무튼 저희는 다음 주 감정이입 편의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일단 후기에 대한 고민은 뒤로 하고, 저도 캐릭터 연습을 하러 가봐야겠습니다.


다음 주 후기로 뵙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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