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탄생 독서모임 : 워크숍 주간
잘 지내셨나요? 지난 한 주 쉬고 2주 만에 다시 이렇게 글을 쓰려니 매우 오랜만인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지난 설 연휴기간 뭘 잘못 먹었는지, 연휴 끝물에 갑작스레 크게 탈이 나는 바람에 부득이하게도 독서모임을 한 주 쉬게 되었습니다. 건강관리 잘해서 앞으로는 이렇게 급하게 펑크 나는 일이 없도록 관리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본래는 지난주에 했어야 할 워크숍이 독서모임 주최자인 제가 불참하게 되면서 한 주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듣기로는 다들 엄청나게 연습하고 준비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본인이 몰입할 캐릭터에 맞춰 의상까지 완벽하게 준비하셨다는 이야기에 다시금 죄송스러워집니다. 여하튼 덕분에 스케줄이 꼬이면서 이번 주에는 불참하게 되신 참가자들이 많았습니다.
저희가 이번 주 준비하고 있던 워크숍은 각자 몰입할만한 캐릭터를 선정하고, 연기해 보며 마피아 게임을 즐기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자신의 모습을 내려놓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게임에 참가해 보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였죠.
시간이 미뤄지면서 참가할 수 있는 멤버들이 너무 적어져, 원래 계획했던 워크숍은 취소하고 대신 캐릭터를 몰입하기 위해 준비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비롯하여 감정이입과 관련한 다른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부캐' 혹은 '멀티페르소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평소의 나에서 벗어나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 보는 거죠. 이를 통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새로운 가능성, 기회를 찾게 되는 많은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멀티페르소나와 관련한 대표적인 직업이 바로 '배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배역에 따라 때때로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배우라는 직업은 참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겪어보지 못할 다양한 상황이나 감정을 온몸으로 느껴볼 수도 있고 때로는 인간이 아닌 동물이나 로봇과 같은 다른 개체가 되어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각자 다른 캐릭터를 선정하고 거기에 몰입해보고자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많은 분들의 추천으로 요즘 유튜브를 통해 한창 인기몰이 중인 '다나카' 캐릭터를 선정했습니다. 유튜브를 수시로 보면서 말투, 행동, 태도, 자세 등 엄청나게 관찰해 보고 와이프 몰래 따라 해보기도 했습니다.
캐릭터를 창조한 개그맨 김경욱 님의 디테일한 설정을 관찰하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디테일한 세계관이 짜여 있었으며 해당 세계관 안에서 다나카는 정말 살아있었습니다.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과 말투뿐 아니라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에도 '다나카스러운' 방식으로 상황을 받아들입니다. 한 명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관찰과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다나카에 몰입해 볼 수 없었습니다. 워크숍이 변경된 탓도 있지만 제일 큰 문제점은 저 스스로 저 자신을 놓지 못했습니다. 김경욱 님은 말 그대로 자신이 아니라 다나카가 되어서 살아봅니다. 물론 자신이 그동안 경험해 온 것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나카는 다나카로서 살아갑니다.
또한 다나카는 다른 사람이 구축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완벽한 몰입이란 불가능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다나카라는 캐릭터는 김경욱 님이 살면서 겪어온 관찰과 경험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졌습니다. 이미 김경욱이라는 사람이 구축해 놓은 세계관을 이해하더라도 그것은 몰입이 아니라 그저 흉내일 뿐, 우리가 책을 통해 하고자 한 감정이입의 단계까지는 이루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이번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나름의 의미는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감정이입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책에서도 여러 사례가 있었지만 꼭 생물만이 감정이입의 대상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무생물이나 혹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도 우리는 감정이입을 통해 대상을 경험하고 생각을 확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우울증이 있습니다. 현재는 많이 완화되어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때로 크게 우울증이 발현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와이프를 비롯한 주변의 많은 도움과 노력을 통해 조심스럽게 컨트롤하고 있습니다. 물론 심해지면 약물의 도움도 필요하긴 합니다만... 요지는 저는 우울증을 극복하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우울증에 감정이입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스스로 우울증이 되어서 나라는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해야 더 밑으로 끌어내릴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기회만 보이면 한 번에 잡아먹어버릴 수 있도록 형태는 유기적일 것 같습니다. 또한 어떻게 해도 마음에서 잘 떨어지지 않도록 엄청 끈적끈적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 속에는 온갖 부정적인 것들이 엉켜있을 것 같습니다. 우울증이 마치 아메바나 슬라임 같은 형태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입해보다 보니 서서히 스스로가 생각하는 우울증의 형상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은 미지의 것에 공포를 느끼고 무력감을 느낍니다. 우울증의 시각적인 형상화가 되다 보니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는 느낌입니다.
어릴 때 즐겨하던 드래곤퀘스트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그 게임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몬스터는 슬라임입니다. 어찌 보면 가장 만만한 몬스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이 슬라임 같은 느낌의 존재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것이라고도 생각됩니다.
비록 준비한 워크숍은 진행할 수 없었지만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 가지고 있던 하나의 벽을 깰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크리에이티브가 막힐 때 꺼내보는 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독서모임과 워크숍을 하면서 생각의 폭이 훨씬 넓어지는 것을 매 회차마다 느끼게 됩니다.
저뿐만 아니라 독서모임과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모든 분들도 책을 통해 생각이 성장하는 경험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다음 주에는 책 읽기 시간으로 돌아옵니다.
벌써 9번째 생각도구입니다. 제목부터 어려운 차원적 사고 편입니다.
책을 읽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또한 저의 사고의 폭은 또 얼마나 넓어질지 기대하면서 다음 시간을 기다립니다.
다음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