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구 9. 차원적 사고

생각의 탄생 독서모임 : 책 읽기 주간

by 돈원필

지난 한 주간은 잘 지내셨나요?

입춘이 지나면서 날이 한결 풀려가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밤에는 춥지만 낮에 햇살 아래에서 서 있으면 따뜻한 기운이 물씬 풍겨납니다.


저번 워크숍 때 인원 미달(?)로 인하여 제대로 워크숍을 못해서 다소 아쉬웠습니다. 물론 그에 못지않게 즐거운 대화시간을 가져 워크숍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지난주에 이어 멤버들의 참가가 줄어들까 봐 이번 주에는 과연 몇 분이나 못 오실지 내심 조마조마했습니다.


이번 주는 아쉽게도 개인 사정으로 인해서 앞으로 출석이 어려워진 멤버 한 분을 제외한 모든 멤버가 모처럼 두번째작업실의 대형 테이블을 꽉꽉 채워주셨습니다. 몇 주 만에 본 멤버들을 오랜만에 만나니 너무 반가웠습니다.


함께 모여서 생각도구 9. 차원적 사고를 함께 읽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앞선 두 개의 생각도구가 비교적 쉬웠던 반등이랄까요... 상대적으로 어려워진 내용에 이미 몇 차례 읽었던 저도 정신이 몽롱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저희 멤버들은 저와는 달리 내용 소화를 잘하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5분간의 책 읽기를 마치고 늘 그렇듯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생각도구 9. 차원적 사고는 제목 그대로 차원을 넘나드는 사고방식을 이야기합니다. 1차원의 영역에서 2차원으로, 2차원에서 3차원 혹은 4차원으로... 혹은 반대로 고차원에서 저차원으로 생각을 계속해서 옮겨가는 생각 방법을 제안합니다.


일단 우리가 차원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에 각 차원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점차 고차원의 영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각을 넓혀갈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예시가 나옵니다. 각각의 차원 축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스케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차원에 대한 접근을 보다 폭넓게 합니다.


내용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편이라 읽는데 개인적으로도 많이 고생했는데요,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역시 우리 독서모임 멤버들의 놀라운 책 습득 능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멤버들의 이야기들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 이번 편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떠올랐던 건 어린 시절에 풀었던 수학 문제였습니다. 도형이 여러 개 겹쳐져서 앞, 뒤, 옆면에서 본모습이 나오고 총 도형의 개수는 몇 개인지 맞추는 문제가 떠오르더군요.


- 원근법 이야기를 보면서 소실점이 생각났습니다. 점을 찍어서 공간의 거리감을 만드는 걸 하던 옛 미술시간이 생각났습니다.


- 원근법이 발명되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원래부터 존재하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2차원 평면에 3차원을 담기 위해 만들어진 게 놀라웠습니다. 굉장히 신기했어요.


- 학창 시절에 하던 책 만들기가 생각났습니다. 입체 카드를 만들듯 입체 팝업북을 만들어서 일종의 디오라마를 만드는 과제였습니다. 무대도 만들고, 이야기도 함축하고 이 장면에서 저 장면으로 넘어가도록 스토리텔링도 다시 하면서 만들었습니다. 종이라는 평면을 입체로 만들면서 형태감이 있는 사람이 이런 작업을 훨씬 잘 해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 스케일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요리가 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라면을 1개 끓일 때와 10개 끓일 때는 물 양부터 조리 시간까지 완전히 달라지는데 모형으로 실험할 때와 실제 사이즈로 실험할 때 스케일의 차이로 인해 수많은 오차가 생겨나는 것이 요리랑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 맞습니다. 취사병이던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항상 계량을 삽(?)으로 하다 보니 1-2인분으로 하는 요리는 절대 못한다고 했던 게 생각나네요.


- p.289에서 이야기하는 공간 안에 정서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최근 '크라임씬'을 다시 보기하고 있는데요, 거기서 장진 감독이 항상 사건 현장 안에 담겨 있는 정서적 무언가를 찾아서 추리합니다. 놀랍게도 그 추리가 대부분 맞아요.


- 모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게 예전에 쓰인 책이 아니라 최근에 쓰인 책이라면 모빌 대신 VR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것 같습니다. 모빌이 평면적이던 그림의 이미지를 3차원의 현실에 옮김으로써 다른 차원의 감각으로 변환시켰듯, VR이 등장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차원에서 다른 차원의 감각으로 변환시키니까요.


- 저는 책을 읽으면서 2차원은 세상을 압축한 것, 3차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세상, 4차원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일종의 메타버스 같은 게 아닐까 하는 뉘앙스적인 생각을 해봤습니다.


- 책에 나온 '초입방체'라는 게 이해가 잘 되지 않았었는데, 아마 거울이 사방으로 8개 있는 방안에 있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봤습니다. 그러니까 조금이나마 이해가 될 것 같았습니다. 거울이 사방으로 내 모습을 비추면서 머리도 보이고, 발도 보이고, 앞도 보이고, 뒤도 보이듯 다차원적 초입방체는 그런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 우리가 영화나 미디어 등을 통해서 보는 외계인은 3차원적 생명체인데, 실상은 4차원 이상의 생명체라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 다차원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영화 '인터스텔라'가 다시 보고 싶어 집니다.


- 영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영화 '앤트맨'이 무척 생각납니다. 차원적 사고의 내용에 스케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앤트맨 역시 주인공이 계속해서 크기가 변화하면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바뀌게 되고, 이로 인해 멀티버스 서사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죠.


- 제가 어릴 때 보았던 영화 중에 '우리 아이가 작아졌어요'라는 영화에서는 스케일에 따른 시공간의 개념이 전혀 변화 없었는데 상상력만 더해졌을 뿐, 과학적 근거는 없었던 영화였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 우리는 인간으로서 살고 있죠. 당연히 모든 시공간과 차원적 개념이 인간의 스케일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동시간대를 살아가고 있는 동물, 식물, 곤충 등 다른 스케일을 가진 생명체는 과연 같은 시간대를 살고 있는 게 맞을까요?


- 그러게요. 스케일에 따라 같은 공간에서도 다를 수 있겠네요. 아마도 인간과 동물의 수명과 관련 있지 않을까요?


- p.282에 있는 물리적인 시간, 생리적인 시간, 정신적인 시간은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라는 부분이 유독 좋게 느껴졌습니다. 시간은 매우 상대적인 개념인 것 같습니다. 빠르게 지날 때도 있고 엄청 느리게 지날 때도 있죠.


- 분명히 시간의 양은 같은데 어째서 뇌가 느끼기에 따라서 빠르거나 느리게 다르게 느낄까요?


- 학창 시절에는 진짜 시간이 엄청 길게 느껴졌었는데, 지금은 정말 눈 깜짝하니까 시간이 훅 지나갔더라고요. 나이를 먹으면 점점 더 시간이 빠르게 간다던데...


- p.276에 있는 다르시 톰슨의 물고기 왜상적 비교 이미지를 보면서 위로를 느꼈습니다. 내 얼굴도 예쁘게 생긴 연예인의 왜상적 변화가 아닐까? 닮은꼴인데... 슬프긴 하지만 일그러진 연예인, 혹은 뭔가 어설픈 연예인 이런 표현들이 딱히 틀린 표현은 아닌 것 같아요.


- 이번 편을 읽으면서 점점 더 과학적으로 귀결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생각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과학이 발전하는구나 싶었어요.


- 다차원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워낙 어려운 일이다 보니, 과학자들 특히 천체 물리학자들이 정신병을 앓는 것에 대해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 저는 책을 읽으면서 상대적으로 2차원이 폄하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차원일수록 과연 창의적인 것일까요?


-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지도를 제작하는 방법에 대한 예시에서 보듯, 3차원을 2차원으로 변경하는 작업 역시 엄청난 창의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중요한 것은 차원을 넘나들 수 있는 사고력을 지니도록 훈련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MRI 사진이 중간에 예시로 나오는데 징그럽다고 생각했습니다. 플랫랜드의 2차원에서 사는 사람들이 나를 본다면 저런 느낌일까요?


- 3D 프린터 등 3차원 기술이 점차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3차원적 사고가 일상화되었듯, 보다 고차원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이 등장하지 않을까요?


- '별의 커비'라는 게임 캐릭터가 있는데 모양이 동그랗게 생겼습니다. 닌텐도 DS에서는 2차원이라서 표현이 어렵지 않았는데, 3D로 만들면서 매우 어려웠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볼 때는 그냥 2차원처럼 느껴지다 보니 디자이너들이 3D 이미지로 바꿀 때 굉장히 애먹었다고 하네요.


- 앞으로는 2차원의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에도 3D를 염두해둬야 하는 것 같습니다.


- 책에 종이접기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이걸 보면서 지금이라도 나도 좀 해볼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순서대로 보면서 따라 해도 어렵더라고요. 눈으로 봐서는 알겠는데 막상 손으로 해보려면 아이보다 잘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 한때 엄마들 사이에서 종이접기를 아이들에게 시키는 게 유행 아닌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습니다. 오래 앉아서 종이접기를 하는 애들이 공부도 잘하고 집중력도 높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시켰다고 합니다.


- 종이접기를 유독 창의적으로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용을 접는 친구가 있었는데, 무언가 도안을 따라 접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서 창조한 것이었습니다. 3차원적인 사고력이 뛰어난 친구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 어린 시절 해봤던 IQ 테스트에서 이런 공간 지각 관련 테스트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 차원이라는 건 읽을수록 어려운 것 같습니다.


- 저는 책 초반부에 나온 당구 이야기도 한 번에 이해가 안돼서 두 번 읽었습니다. 2차원 당구가 아니라 다차원 당구라뇨.


- 3D 기술이 일상화되면서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팬들이 만드는 연예인 굿즈도 만들기 전에 3D 렌더링 이미지를 만들어서 보여주는 세상이에요.


- 과거에는 2차원에 의존하고, 현재는 3차원에 의존하고 있다면, 미래에는 4차원에 의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블록체인이라거나 메타버스 같은 개념이 점차 대중화되고 있는 걸 보니...


- VR도 좋지만 저는 AR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사고가 만들어낸 뛰어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포켓몬고 같은 게임을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의 세계에 또 다른 가상의 공간을 덧입혀 새로운 차원을 만들어냈죠.


- AR은 안경이나 신발 같은 분야에서 가상피팅도 많이 사용되는 분야죠.


- 아이돌도 2D에서 3D, 더 나아가서 버추얼 아이돌 같은 것도 나오고 있죠.



차원적 사고라는 주제에 맞게 굉장히 고차원적인(?) 대화의 장이었습니다. 차원적 사고에 대한 개념뿐 아니라 그에 따라 변화되는 다양한 철학이나 과학, 수학 같은 이야기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학창 시절 수업을 하면서 조명을 디자인할 때가 이런 차원적 사고에서 이야기하는 개념들을 많이 적용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조명의 모양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형태에 따라서 광원이 다르게 퍼져나가고 벽에 비친 모습 등을 통해 또 새로운 물성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개인 프로젝트로 만들었던 '꽃살'이라는 모듈 제품이 있었습니다. 반투명의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전통 꽃 창살 모양을 모티브로 한 모듈인데 어떻게 조립하냐에 따라 평면의 가벽처럼 사용할 수도, 입체적으로 만들면 조명이나 오브제 등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개인 프로젝트를 톺아보거나 앞으로의 디자인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도 좀 더 해볼 수 있어서 저에게도 참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워크숍을 결정하는 게 참 어려웠습니다.

저희는 다차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다가 다음의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하나의 사물을 이용하여 사진을 찍습니다.

단, 사물을 찍는 게 아니라 사물의 그림자를 찍어오고, 그림자를 다채롭게 왜곡해서 5-6개의 그림자 사진을 만들어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게 무엇을 찍은 사진인지 유추해서 맞춰보기로 했습니다.


3차원의 물체를 그림자라는 2차원으로 만듭니다. 그림자는 빛의 방향이나 벽, 사물 등을 통해 쉽게 왜곡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왜곡된 2차원의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재가공하여 3차원의 무엇인지 유추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두 개의 차원을 번갈아가면서 사고하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익혀보고자 합니다.


다음 주에 멤버들이 과연 어떤 결과물을 가져올지 궁금하네요.


다음 이 시간에는 생각도구 9. 차원적 사고의 워크숍 후기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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