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구 10. 모형 만들기

생각의 탄생 독서모임 : 책 읽기 주간

by 돈원필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한 주간 잘 보내고 계셨나요? 저는 꾸준히 두번째작업실에서 커피 내리면서 종종 들어오는 외주 디자인 컨설팅 작업을 하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쉬는 월요일에는 한남동과 이태원에 가서 콧바람도 쐬고, 사려고 했던 책도 몇 권 사서 돌아왔습니다.


생각의 탄생 총 13개의 생각도구 중 어느덧 10번째 생각 도구인 모형 만들기 편에 접어들었습니다. 시작할 때는 언제 이 두꺼운 책을 다 읽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벌써 10번째 도구라니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과 함께 스스로에게 대견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 책을 멤버분들과 함께 읽으면서 저도 미처 캐치하지 못했던 행간의 다양한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스스로의 생각의 폭도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다 읽고 마무리할 때에는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해보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독서모임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번 모임은 오랜만에 전 인원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지난 워크숍 때 미처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도 오랜만에 얼굴 보면서 이야기하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이번주에는 생각도구 10. 모형 만들기 편을 함께 모여서 읽고 다양한 의견 공유를 하였습니다. 디자인 업을 하면서 모형 만들기라는 방법에 익숙한 저에게는 비교적 쉬운 챕터였습니다만 멤버분들은 이번 챕터가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의견을 많이 주셨습니다.


지난 책 읽기 주간 때와 마찬가지로 함께 15분간 책 읽기를 한 뒤 모형 만들기 편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심도 깊게 나눠보았습니다.







생각도구 10. 모형 만들기는 특정 대상의 문제 해결 혹은 이해를 위해 비슷한 형태의 모형을 만들어 보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한글 번역으로 '모형 만들기'라고 되어 있다 보니 말 그대로 무언가 공작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기 쉽습니다. 영어 원문으로는 'modeling'으로 되어 있습니다. 대상을 축소 혹은 확대하여 모형을 만들어 시뮬레이션해 보고 문제는 무엇인지, 혹은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 인지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생각 도구입니다.


실제로 저는 한 때 가구를 직접 디자인해서 제작한 적이 있습니다. 독특한 구조의 가구를 디자인하면서 실제로 이것이 제작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항상 간단하더라도 모형을 만들어봅니다. 3D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얼마든지 모델링을 할 수 있고, 충분히 제작할 수도 있지만 가상현실이 아닌 현실에서 제작해 보면 물리적 과정의 오류나 괴리를 찾아내 수정할 수 있습니다. 생각을 매우 구체화할 수 있는 도구이자 경제적인 생각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디자인 업을 약 15년 이상 해오면서 모형 만들기를 쭉 이용하면서 살아오다 보니 이번 챕터가 유독 쉽게 다가왔습니다. 다른 멤버분들에게도 이번 챕터가 쉽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만 모델링이라는 작업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 모두들 이번 챕터가 유독 어려운 챕터였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다음은 멤버들의 이야기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 이번 편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피그말리온'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은 어떤 한 조각가가 자기 이상형의 여인상을 만들고, 아프로디테에게 청하여 인간이 된 조각상입니다. 피그말리온이야말로 완벽한 모형 만들기가 아닐까요?


- 다양한 소설이나 영화 등을 보다 보면 평면적이다 혹은 입체적인 이야기다라고 구분하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입체적인 이야기라고 하는 것들은 구성요소들이 얼마나 잘 짜여 있나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바로 모델링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 박찬욱 감독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인터뷰 중, 타란티노 감독이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특정 작품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인물과 대사는 반드시 나에서 나와야 한다'


- 모델링이 표절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많이 헷갈립니다. 최근 Y2K 열풍이 불고 있지만 2000년대의 느낌과는 묘하게 달라요.


- 표절은 특정 부분이 타 작품과 똑같을 때 생기는 문제인데, 표절과 오마주의 차이는 사전에 내가 이 작품을 참고했다고 하는 고지 여부 같기도 합니다. 경계가 모호한 것 같아요.


- 팬심이 있으면 오마주고 없으면 표절인 것 같기도 해요^^


- 책을 읽으면서 약간 불편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동물 실험과 관련한 내용이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과연 생물을 모형으로 쓰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 영화 '아일랜드'에서 나의 장기를 생산하기 위해 나의 복제인간, 즉 모델을 만들어 내는데 이런 경우 괜찮은 것일까요?


- 화장품을 매일 사용하지만 이중적 잣대인 것 같습니다. 내가 이렇게 쓰면서 도움을 받고 있는 건데... 윤리적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 모델링과 관련하여 괴리감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학생 시절 지구과학 시간에 쓰나미 모델 만들기를 한 적이 있어요. 물을 채워 넣고 아랫부분을 흔들면 위쪽에 있는 물이 흔들리면서 지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는 것인데 1/40 스케일로 제작되다 보니 이게 얼마나 크게 지상에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 만약 모델링을 좀 더 현실감 있게 만들어서 실험했다면 쉽게 와닿았을 수도 있었겠군요.


- p.316 "오늘날 사람들이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는 교육만 받고 있을 뿐 진짜 금속을 만져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런 식의 태도는 미래에 재앙을 몰고 올 것이다"라는 내용을 보면서 매우 섬뜩하다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매일 이것만 들여다보고 있는데 정말 인간이 점차 퇴화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 지난 챕터에서 이어지는 내용인데, 2차원과 3차원을 계속 분리시키는 느낌입니다. 3차원이 더 우위에 있다고 이야기하는 느낌이랄까요. 모형 만들기라는 것이 3차원적 사고에서 출발하는 것이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 모형 만들기가 꼭 3차원의 영역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3차원에서 구현 가능한 모델과 불가능한 모델이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 모형 만들기는 매우 경제적인 생각 도구인 것 같습니다. 잘 이용한다면 시간과 재화 모두 절약할 수 있죠.


- 이번 챕터는 유독 공학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 요즘 어린이들에게 모형 만들기는 꽤나 익숙합니다. 특히 마인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통해 모형 만들기를 하는 것을 보면 때로는 놀랍기도 합니다. 모형 만들기를 통해 여러 간접 경험이 가능한 것 같아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염려되는 부분도 제법 있습니다. 가상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지만, 실제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것들도 분명 존재하는데 그런 구분이 없다 보니 잡지식은 늘었지만 실질적인 지식의 연결이나 이해도가 떨어집니다. 물성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죠. 실제로 직접 만들어봐야 지식이 연결되고 그것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텐데 교육 부분에서도 이런 것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심즈나 메트로 게임 같은 것들도 떠오르네요. 매우 재미있게 했습니다. 실제 세계를 시뮬레이션해보는 것 같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 모든 샘플은 진짜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연애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드라마나 다른 간접 연애 프로그램 등을 통해 경험하는데, 실제 연애는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죠. 손깍지 끼는 모습도 보기에는 예뻐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프기만 한데 말이죠^^


- p.313 '모형은 우리가 개념을 숙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파인먼도 누차 말하고 있다시피 모형과 개념을 혼동해서는 안된다.'라는 부분이 이해가 잘 안 됩니다.


- 모형은 모형일 뿐 실제와는 괴리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 지구과학 시간에 만든 쓰나미 모델처럼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지, 그 자체가 개념은 아니니까요.


- p.311에 나온 전염병 확산을 막은 공중위생 모형이라는 것이 우리가 지금 코로나 때 진행하는 것과 같은 역학조사 모델인 건가요?


- 방법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방역을 위한 역학조사 모델의 기본이 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 책 초반부에 전쟁 게임 이야기가 나오는데 해보지 않아서 이해가 어려웠습니다.


- LOL(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을 해봤는데, 이기기 위해서는 각 챔피언들의 특성도 잘 알아야 하고 전략도 충분히 숙지해야만 이길 수 있는 어려운 게임이었습니다.


- 축구 팬으로서 현실에서 이뤄지는 스포츠 게임들은 점차 인기가 식어가는 반면, LOL과 같은 게임들은 E-sports라는 개념으로 점차 더 인기가 많아지는데 현실보다 더 다양한 변칙과 전략이 필요해서가 아닐까 싶네요.


- 축구도 엄청난 모델링이 필요한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죠. 특히 게임을 해보면 그런 부분을 더 많이 느낍니다. FIFA나 풋볼매니저 등의 게임을 해보면 진짜 다양한 모델링의 개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제가 좋아하는 게임 중에 mini metro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지하철을 연결해서 노선을 늘려가는 게임인데 실제 지형과 동일하게 적용되다 보니 어느샌가 내 노선에 유리한 방향으로 지형을 고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 현대 게임들이 일종의 모델링의 영역인 것 같습니다.


- 게임도 직접 하는 것에서 관전하는 스포츠로 변화하는 과정도 흥미롭습니다. 나는 게임을 잘 못해도 잘하는 사람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대리 만족하는 것이죠.


- 모델링이라는 게 대체하고 대리하는 것 아닐까요? 경험이 점차 퇴화되는 것은 아닐는지요.


- 검색 툴 1위가 구글이고 2위가 유튜브라고 하는데 내가 무언가 검색해서 경험을 해보면 괜찮지만, 경험해보지 않는다면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 P.302 '피카소의 말대로 어떤 대상의 모형을 만드는 일은 그것을 소유하는 일이기도 하다.'라는 문장에서 피그말리온이 생각났습니다.


- 요즘 메타버스를 통해 명품을 판매하기도 하고, 전자책을 보기도 하면서 물리적인 것이 아닌 것에 대한 소유를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 저는 피카소의 말에서 대상의 모형을 소유한다는 의미는 그 대상의 개념을 소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대상을 완벽하게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죠.


- p.314에 나오는 클라인 병을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찾아봤습니다. 경계가 없고 방향도 없는 병이기 때문에 물을 부으면 그와 동시에 물이 흐른다고 했는데, 영상을 통해보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더라고요.


- 클라인 병은 3차원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형태입니다. 단지 참조하기 위한 모형을 만든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4차원에서 구현 가능한 형태로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하게 물이 흐를 수 있는 구조를 나타낸 것이라고 합니다.



모형 만들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번 주에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다만 모형 만들기에 대한 이해가 조금 모자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모형 만들기라는 생각도구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앞서 이야기했듯 특정 대상을 이해하기 위한, 혹은 문제 해결을 위한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즉, 목적이 있는 생각 도구라는 뜻이죠.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해결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무한도전 정신의학 관련 특집 때 나왔던 '역할 바꾸기' 같은 것도 일종의 모델링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되어 나를 관찰해 볼 수 있는 일종의 모형인 것이죠. 이를 통해 상대의 감정 상태나 생각 등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워크숍 역시 '모델링'에 초점을 두었으면 하였습니다. 단순히 무언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모델링(모형 만들기)이 되길 바랐습니다.


여러 의견들을 나눈 결과 다음 워크숍 때 '나의 인생 그래프 만들기'를 진행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그래프 형태의 모형으로 만들어보고 앞으로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지 만들 수 있는 좋은 모델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프는 총 3가지로 구분하여 행복(삶의 만족도) / 성취(직업적, 학업적, 기타) / 건강(신체적, 정신적)으로 나누어 0-60세까지의 인생그래프를 그려보고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다음 주에는 모형 만들기라는 워크숍을 통해 멤버들과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워크숍 이야기를 들고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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