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탄생 독서모임 : 워크숍 주간
벌써 봄의 시작인 3월이 되었습니다. 아직 쌀쌀하긴 하지만 날씨도 한결 풀려가고 있고,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처조카도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입춘은 진작 지났지만 이제 정말 완연한 봄이 다가오려는 듯합니다. 그래서 3월을 새로운 시작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지난 한 주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지난 생각의 탄생 독서모임 이후 생각이 좀 많아진 한 주간을 보냈습니다. 모형 만들기(모델링) 챕터를 읽은 후, 지난 책 읽기 주간에 결정한 워크숍이 '나의 인생 그래프 만들기'였습니다. 그래서 한 주간 곰곰이 40여 년 살아온 인생을 한 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인생을 논하기에 오래 산 것도 아니고, 아직 철부지 그대로인데 이번 기회에 삶을 돌아보니 어느덧 40여 년이라는 시간을 살아왔더라고요.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그리고 이야기하다 보면 삶의 좋은 부분뿐 아니라 힘들었던 부분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 심적 부담이 매우 컸던 한 주간이었습니다.
아마 다른 멤버분들도 비슷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타인에게 부분이나마 공유한다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이번 워크숍의 목적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그래프를 통해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본다.
2.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계획을 그려본다.
3. 보다 긍정적인 삶의 방향을 제안해 본다.
지난 책 읽기 시간에 결정한 '나의 인생 그래프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하기 위해서 사전에 그래프를 그릴 수 있는 도구를 준비했습니다.
인생 그래프라고 하면 너무 추상적이라고 생각해서 사전에 인생의 어떤 부분을 그래프로 그릴지 사전에 결정하였습니다. X축과 Y축은 각각 나이와 점수로 설정하고, 그래프는 행복(삶의 만족도) / 성취(학업적, 업무적, 기타) / 건강(신체적, 정신적) 총 3가지의 카테고리를 그래프를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멤버들은 각각 세 가지의 카테고리를 색상으로 표시한 뒤 각자의 그래프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본인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많아서 오늘은 그래프만 공유하고 멤버들의 이야기를 제외한 저의 이야기만 간단히 남겨둘까 합니다.
저는 비교적 평탄하게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그래프로 살펴보니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마냥 즐겁고 행복하던 유년기를 거쳐, 본격적으로 학교에 들어가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중고등학교의 학창 시절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남중, 남고를 졸업하다 보니 칙칙해서 그런 건지... 하긴 집 바로 근처에 남녀공학 학교가 있었음에도 멀리 떨어진 남고에 배정받았을 때 기분은 정말 좋지 않았죠^^. 중고생 시절 비교적 공부 잘하는 학생 축에 속했던지라 기본적인 성취도 부분에서는 나쁘지 않았는데, 학업 스트레스가 비교적 컸었습니다. 그래도 미대라는 목표를 지니고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행복감이 많이 올라갔습니다. 문제는 이때부터 허리가 좋지 않아 져서 틈틈이 병원을 다니는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20대에 원하던 학교에 합격을 하고 누구보다 즐겁게 학교 생활을 했습니다.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었고 좋은 어른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도 잘하고, 한국과 일본의 젊은 예술계 학생들이 모여서 만든 '이때다'라는 그룹을 통해 시각도 보다 넓어질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도쿄 디자이너스 위크 행사에 참가하여 개인 디자이너로서 비교적 성공적인 시작도 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신체적, 정신적으로는 어마어마하게 무너져가고 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고교 시절 시작된 허리 통증은 20대에 보다 악화되었고, 수년에 걸쳐 치료를 하였습니다. 또한 개인적인 성취도는 어마어마하게 높아져 가고 있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히 피폐해져가고 있었습니다. 이 시기 즈음 시작된 우울증은 저 자신을 좀먹어가고 있었습니다.
30이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고 빠르게 안정감을 찾으면 정신적인 부분에서 많이 좋아지리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결혼은 연애때와는 다르게 하루하루가 현실이었고, 좋은 시작이었던 개인 커리어도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살도 갑작스럽게 찌기 시작하면서 결혼 1년 만에 15킬로 넘게 찌면서 신체적인 건강은 더 엉망이 되었고, 개인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겨우겨우 들어간 회사에서 갑작스레 잘리면서 자존감도 바닥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스스로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고, 건강에도 신경 쓰면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은 회복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30대 후반 와이프와 함께 카페 '두번째작업실'을 오픈하면서 행복 / 성취 / 건강 측면 골고루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두번째작업실이 저에게는 많은 위로와 회복이 된 것 같습니다.
40대에 접어들면서 코로나라는 위기도 겪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는 점차 더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도록 나를 좀 더 아껴가면서 살며, 50대와 60대에는 지금보다 더 좋은 삶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면서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저뿐 아니라 멤버들 각자 좋았던 때도 힘들었던 때도 있었는데, 그래도 다들 마지막은 희망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요즘처럼 미래가 불투명하던 때가 있던가요? 하루하루가 어떻게 될지 전혀 예상이 안 되는 요즘, 우리는 그래도 희망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오늘 하루도 잘 버텨내며 살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우여곡절이 많은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프를 그려보니 그때의 고민은 정말 별 것 아녔다고 느껴졌어요. 지금은 힘들지 몰라도 나중에 뒤돌아보면 별 것 아닌 그래프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멤버 한 분이 워크숍을 마무리하면서 해준 이야기입니다. 인생을 모델링해보면서 복잡하고 힘든 삶을 좀 더 의연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얻은 느낌이었습니다.
모형 만들기는 정말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생각 도구입니다. 저희는 워크숍을 통해서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다른 분야에서도 다른 여러 형태의 모델링들을 통해 더 많은 생각의 확장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다음 주에는 생각도구 11. 놀이 챕터의 책 읽기 주간입니다.
또 어떤 이야기들을 통해서 저와 멤버들의 생각의 문을 활짝 열어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다음 주에도 책 읽기와 의견 나눈 것들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