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탄생 독서모임 : 책 읽기 주간
봄비가 내린 뒤, 한껏 따뜻해진 날씨가 이제는 정말 계절이 바뀌었구나를 실감하게 만듭니다. 봄이 되면서 조금은 센티한 기분이 드는 것은 저 혼자만의 착각이겠죠. 작년 가을 무렵 생각의 탄생 독서모임을 다시 시작했으니 계절이 벌써 두 번은 바뀌었네요.
어제는 여러 이야기들을 나눈 기록들을 다시 하나씩 살펴보았습니다. 독서모임 때 있던 이야기들을 정리한다고 적어둔 여러 문장들이 저의 생각을 처음보다 많이 자랄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주에는 생각도구 11번째 '놀이'에 대한 내용을 함께 읽었습니다. 놀이 Playing, 말 그대로 즐겁게 노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놀이를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기도 하고, 때론 가이드가 되기도 하며, 창조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내용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기에 멤버분들도 읽는 것 자체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들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내용은 쉬운 반면 양이 많아서 비교적 읽기에 오래 걸렸다고는 하네요.
15분의 함께 읽기 시간을 가진 뒤, 늘 그렇듯 자유롭게 놀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우선 '놀이'편을 쭉 읽으면서 들었던 첫 번째 생각은 우리가 독서모임을 하면서 2주에 한 번씩 진행하고 있는 워크숍도 일종의 놀이라는 것입니다. 책에서 놀이는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다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을 보다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놀이는 그 자체로 중요하며 놀이 이후 그 이상의 의미가 '발견'될 때 새로운 가치를 갖는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생각의 탄생은 두께도 엄청나고 쉽게 읽기에 부담감이 느껴지는 책입니다. 방대한 책의 내용에 압도되지 않기 위해서는 책을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책을 읽기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생각도구들을 워크숍이라는 이름의 '놀이'를 통해 의미를 찾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곧 다가올 생각의 탄생 독서모임이 마무리된 뒤 저와 우리 멤버들에게 워크숍을 통한 여러 가지 놀이는 과연 어떤 의미로 발견될 수 있을까요?
이번 모임에서도 다양한 멤버 간의 의견 교류가 있었습니다. 다음은 멤버들의 이야기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 책을 읽어보니 놀이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인의 관심사가 어느 정도 구축되어 있는 사람에게 놀이는 무언가 환기의 개념인 것 같습니다. 깔때기에 쏙 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어야 놀이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 부모로서 아이의 놀이를 지켜보아야 한다는 생각은 정말 수시로 합니다. 책 속 사례에 나온 분들은 결과적으로 대단한 분들입니다. 이 내용을 보면서 저도 아이가 놀이를 할 때 끝까지 기다려줘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아이가 놀이를 통해서 뭔가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기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놀이는 놀이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임에도 불고하고요.
- 이번 놀이편의 경우 내용이나 단어가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생소한 이름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여러 번 읽게 되면서 시간이 좀 걸린 것 같습니다.
- 쭉 읽어보니 마냥 놀라고 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놀이를 할 때에도 생각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직업을 놀이처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되면 놀이가 노는 게 아니게 되죠.
-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라는 영화에 김민희 배우가 일본인 연기를 합니다. 그때 했던 인터뷰에서 일본인 연기 할 때 어려움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때 김민희 배우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미 엄청난 연습을 통해 캐릭터로서 완벽한 준비상태에서 그저 '놀았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생각과 목적을 지니고 임하게 된다면 우리가 그동안 책에서 읽었던 여러 생각도구들이 함축적으로 녹아내리면서 놀이의 영역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 '넘버 3'라는 영화에서 한석규 배우가 백조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물 위에서 보는 백조는 우아하지만 물속에서는 끊임없이 다리를 휘저으며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백조 이야기가 약간 어른들이 노는 척하는 것 같은 느낌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저는 책을 읽으면서 놀이에는 '선생님'이 꼭 필요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요즘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보면 놀이 중심의 통합 교육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고 있지만 이 놀이를 통해서 무언가 계속해서 알아가는 과정을 겪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혼자 놀고 있으면 배우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리더와 같은 누군가가 '방향성'과 '목적'을 제대로 설정해 줘야 놀이를 통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놀이가 더 이상 놀이로 느껴지지 않게 되면 힘들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게임도 즐겁게 할 수 있는데 퀘스트가 많아지고 그게 쌓이게 되면 스트레스가 되면서 게임에서 멀어지는 경우도 많죠.
- EBS 교육 때 사례로 보여주는 영상이 있는데, 거기서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분류합니다. 한 그룹은 주제와 영역을 주고 놀이를 하라고 하고, 다른 한 그룹은 그냥 마음대로 자유롭게 놀이를 하라고 둡니다.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 다른 놀이를 해도 된다고 할 경우, 앞 그룹에서는 이탈자가 많은 반면, 뒤 그룹은 이탈자 없이 하고 있던 놀이를 계속합니다. 이 사례처럼 놀이에서의 자유도가 놀이를 놀이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 놀이는 더 이상 놀이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 일을 하지만 올바른 엉뚱함이라고 할까요? 놀이처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요소들이 적용된다면 일도 놀이처럼 바뀔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방향성이 필요하겠죠.
- 저는 카페나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일이 아니라 타이쿤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에서처럼 주어진 미션을 하나씩 클리어해나감으로써 더 이상 아르바이트로 느껴지지 않게 만듭니다. 돈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재미있는 미션이 되는 거죠.
- 맞아요. 익숙한 일이 재미없을 때, 놀이하는 느낌으로 생각을 전환하면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 방향성만 잃지 않는다면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P.346 '오늘날 많은 대학에서는~ 물건들을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법을 배운다.'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샤프가 고장 나면 직접 분해하고 재조립해 보면서 구조도 이해하고 원리도 익혔었습니다. 물론 제대로 조립하지 못해 완전히 망가지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요.
- 카페에서 사용하는 시럽 펌프도 세척을 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분해해야 합니다. 문제는 세척한 뒤 잘못 조립해서 펌프가 망가진 경우가 많았어요.
- 남자들은 어린 시절 프라모델을 가지고 논 경험이 대부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배우는 게 생각보다 많죠.
- 저도 움직이는 프라모델을 만든 적이 있는데요, 구동계 부분에 본드가 들어가서 안 움직이던 경험이 있어요.
- 요즘은 뭔가 고장 나면 고쳐보려는 노력을 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고장 나면 다시 사면되지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요즘 나오는 제품들이 워낙 복잡하고 어려워서 고칠 엄두도 나지 않는 게 사실이죠.
- 지난 시간에 이야기했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퇴화되고 있다는 게 다시 떠오르네요.
-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이 발전하면서 기술 자체보다는 기술 안에 있는 콘텐츠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제공해 준 놀이만 즐기게 되어서 문제가 아닐까요?
- 놀이터 디자인 공모전이 생각납니다. 여러 디자인의 놀이터들이 나왔는데, 가장 훌륭한 놀이터 디자인으로 선정된 것은 언덕과 나뭇가지들이 흐트러져 있고, 언덕 아래에 작은 구멍이 파여있는 특별한 디자인이 없는 놀이터였습니다. 너무 디자인된, 혹은 누군가에 의해 제공된 놀이기구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상상해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가장 많은 놀이터가 가장 훌륭한 놀이터라는 이야기였죠. 요즘 놀이터는 너무 다 제공되는 것 같긴 합니다. 놀이터에 배가 있고, 차도 있고....
-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블록입니다. 특히 유아들이 많은데요,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 우리가 어릴 때와는 다르게 놀이를 하면서 헤매는 과정 자체가 삭제된 것 같습니다. 놀이를 하면서 느낌이나 쾌락, 성취가 필요한데 중간 과정 중 하나가 빠지면서 그런 부분도 많이 축소된 것 같습니다.
- 외국어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일종의 놀이처럼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것을 좋아합니다. 글자가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남편은 이렇게 익히는 외국어를 일로 연결하기를 원해요. 그게 부담이 되면서 점점 숨기게 됩니다. 놀이가 아니게 된 거죠. 혼자 가족들 몰래 즐기게 된 것은 비밀이에요.
- 지금은 새로운 언어를 익히고 가지고 노는 방법을 체득했으니 일로 연결이 되더라도 잘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 언어를 배우는 것은 좋은데 막상 시험을 보고 하니까 흥미가 뚝 떨어졌어요.^^
-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인스타에 사진이나 동영상 찍어서 올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부모님에게는 목적이 필요한 것 같아요. 유튜브를 올려서 수익을 내보라는 둥, 그저 저는 이게 즐거워서 하는 건데요.
- 기본적인 뭔가 있어야 놀이에도 얻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 체육시간에 잘 못하더라도 나는 엄청 잘한다고 생각하면서 했습니다. 물론 잘 못하긴 했어요. 그런데 체육 선생님들이 엄청 게으른 편이라 제대로 알려주시질 않았습니다. 방향성을 제대로 제시해 줄 수 있는 선생님이 계셨더라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놀이란 궁극의 형태가 아닐까요? 연예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대에서 논다던가, 비트를 가지고 논다던가 놀이라는 단어가 궁극의 모습처럼 그려질 때가 많아요.
- 모의 수업을 준비했었습니다. 대본도 달달 외우고 준비를 엄청 철저하게 했어요. 그렇게 충분히 준비가 되니 맘 편히 모의 수업 자체를 즐길 수 있었어요.
- 꾸준히 자신의 영역을 해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놀이의 영역으로 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죠.
- 어린이의 놀이와 어른의 놀이는 의미가 다른 것 같습니다. 어린이의 놀이는 놀이 그 자체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또한 유연성이 있어서 어떻게든 다채롭게 변화할 수 있죠. 반면 어른에게 놀이는 본인 분야에서 전문성이 어느 정도 쌓인 상태에서 그 재료들을 가지고 얼마나 즐길 수 있느냐 같습니다.
- 어른이 되니 놀이에 점점 재력이 필요해지는 것 같아요. 놀이가 아니라 자랑으로 변질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놀러 나가서 제대로 놀다 오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인 것 같아요.
- 이번 놀이 편에서는 생각도구 '관찰' 부분이 유독 강조된 느낌입니다. 밀접한 관계처럼 느껴진달까요? 젓가락 행진곡 변주의 기본이 된 아이의 피아노 연주 예시라거나 애너그램 같은 예시에서 놀이를 어떻게 관찰하느냐가 창조의 원리로 작용되는 것 같습니다.
- 논어에 知之者는 不如好之者요, 好之者는 不如樂之者니라.라는 말이 있죠. 아는 자는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진정으로 즐기는 사람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 일상에서 사소한 즐기는 것뿐 아니라 나 스스로 진짜 즐길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 학예회나 장기자랑 때 누가 시켜서 나가야 하면 진짜 싫어하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평소 혼자서 춤추기 좋아하는 친구인데도 누군가의 강요로 하게 되면 잘 안 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온전히 나만을 위해 스스로 즐길 때 즐거운 것 같아요.
-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단계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진짜 잘 놀고 싶습니다."
- 놀이의 영역에 들어서게 되면 세계가 한 번 더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내가 잘하는 영역에서 일하다 보면 잘될 때도 있지만 잘 안될 때도 있죠. 그런 위기의 순간도 넘길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이 놀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 놀이를 통해서 초심을 지키고, 초심을 지켜서 놀이 즉 즐기는 영역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
- '사랑'도 놀이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짝사랑이 보통 힘들다고 하는데, 놀이처럼 즐길 수 있으면 힘들지 않을 것 같아요.
- p.328 심각한 연구와 장난스러운 놀이를 뒤섞는 파인먼의 태도는 일종의 전략이었다.라는 내용을 보면 우리가 일을 함에 있어 진지함도 필요하지만 발랄함, 유머러스함이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 놀이처럼 노래로 외웠던 수식이나 연표 같은 것들은 유독 잘 기억나는 것 같군요.
놀이가 주는 즐거움은 본능을 자극하고 보다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책에 언급된 위인들의 사례를 보면 결과의 과정에 '놀이'적 특성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성인이 된 우리에게 이번 놀이 편은 어떻게 하면 보다 즐겁게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을 던져주는 것 같았습니다. 돈을 벌고 생활하기 위해 우리는 일을 합니다. 하지만 이 일이라는 게 즐거움보다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더 많이 줍니다. 이런 일상에서 놀이 편에 나온 위인들처럼 놀이로 바꿀 수 있는 마음가짐과 창의적 상상력을 덮어본다면 보다 즐거운 일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저 역시 일을 일로만 다루게 되었는데, 20여 년 전 처음 디자인학부에 입학하고 학교에서 새로운 것들을 상상하고 만들면서 느꼈던 즐거움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계기의 시간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도 무엇이든 놀이의 영역에서 즐길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다음 주는 놀이편의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놀이를 위한 놀이를 구상하자니 아이러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놀이로서의 즐거움뿐 아니라 워크숍으로서의 깜짝 놀랄 결과물이 함께 나와야 하다 보니 내용을 결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워크숍 시간에는 이야기 만들기를 놀이로 해보려고 합니다. 멤버들이 모두 모여서 한 줄씩 문장을 릴레이로 적어가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볼 예정입니다. 누군가는 연애물을 생각하고 한 줄을 쓸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스릴러 이야기를 생각하며 한 줄을 적을 수도 있죠. 이야기가 어떻게 튀어나갈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합니다.
한 줄 릴레이 쓰기 놀이를 통해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지 저도 궁금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워크숍 결과물과 감상을 후기로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저희가 이야기한 여러 생각들이 담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