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구 11. 놀이_워크숍

생각의 탄생 독서모임 : 워크숍 주간

by 돈원필

따사로운 봄이 다가온 줄 알았더니 지난 월요일부터 갑작스레 추위가 덮쳤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파주는 아직도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게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가 되었네요. 주변에도 감기 환자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으니 몸조리 잘하시면서 건강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놀이 편을 읽고 이번 주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유독 마음이 가벼운 한 주였습니다. 아무래도 '놀이'라는 단어가 주는 가벼운 느낌 탓일까요, 아니면 정말 편하게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걸까요. 글쓰기가 기반이 되는 워크숍임에도 부담이 적었습니다. 아마 내용을 쭉 읽어보시면 그 이유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워크숍의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편안한 마음으로 놀이에 임해 본다.
2. 의외성을 바탕으로 한 공동 작업물을 제작한다.
3. 개개인의 순발력을 이용하여 의외성을 만들어간다.
4. 빠른 문맥 파악 능력을 필요로 한다.








지난 시간 놀이 편 책 읽기 주간을 마치고 결정한 워크숍은 '릴레이 한 문장 쓰기'입니다. A4 용지 한 장에 멤버들이 한 문장씩 돌아가면서 적으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봅니다. 다른 멤버들이 앞에 적어둔 내용을 어떻게 파악하고 한 문장을 채워 넣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의외의 방향으로 튀어나갈 수 있습니다. 내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로 진행되었을지 흥미롭게 기다릴 수 있습니다.


순서에 맞춰 다시 돌아온 이야기는 처음의 내 의도와 어떤 식으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면서 다음 문장을 전개해 가는 과정 역시 큰 재미를 줍니다. 내 의도를 다시 되돌리기 위한 시도를 해볼 수도 있고, 다른 멤버들이 바꿔둔 전개에 맞춰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도 있죠. 장르나 내용에서 아무런 제약도 두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요.


무엇보다 누가 시작해서 누가 끝을 내느냐도 중요합니다.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전개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문장 역시 첫 문장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합니다. 최후의 한 문장이 이 이야기의 장르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놀이인 만큼, 저희는 가위 바위 보를 통해서 첫 문장을 시작할 멤버를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1시간 동안 계속해서 릴레이로 한 문장씩 이야기를 쌓기로 했습니다. 마지막 1시간이 되는 시점에 문장을 쓰는 멤버가 마무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쓴 이야기는 과연 어떻게 진행되었을까요? 놀이로 진행한 내용인 만큼 각 문장 간의 개연성은 떨어질 수 있으며 연결이 매끄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점 염두에 두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완성된 이야기를 먼저 보여드리고, 실제 워크숍을 통해 만든 글쓰기 한 사진을 하단에 첨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이야기 자체의 흐름을 한 번 본 뒤, 멤버들이 어떤 문장을 어떻게 만들고자 했는지도 살펴보시면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눈을 비비며 이른 새벽 아침을 맞이했다.
천장에 토끼 모양으로 갈라진 틈이 나에게 인사했다. "너도 좋은 아침."
환청이 들린 게 아닐까 싶어 눈을 비비며 천장을 다시 살펴보았다. 갈라진 틈은 사라졌고, 그저 천장뿐이었다. 헛것을 본 거라 생각하며 평소와 같이 하루를 시작했다. 그날 저녁 인영은 저녁 7시 45분에 집으로 돌아왔다.

도어락을 열며 현관으로 들어갔는데 눈앞에 뭔가가 스-윽 하고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이 집 싸게 나온 이유가 있었군."하고 대충 생각했던 그날을 후회한다. 보일러 온도계의 온도가 12°C로 떨어져 있었다. 항상 13°C로 유지를 했지만 난방비 폭등은 나에게 1°C를 낮출 것을 강요했다. 아니지, 잠깐. 오늘은 유난히 날이 스산함을 느껴 13°C로 맞추고 외출을 했었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인영은 불안한 눈빛으로 집안 곳곳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아까 스쳐 지나갔던 물체는 보이지 않아 피곤했나 보다 생각하고 침대에 다시 누웠는데 아침에 보았던 토끼모양의 갈라진 틈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번엔 진짜다. 도망이라도 칠까 봐 시선을 고정하고 서서히 일어났다. 갈라진 틈 사이로 새빨갛고 충혈된 듯한 선홍색의 눈동자가 인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틈이 문이 되고, 나는 눈동자가 있는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잠깐만... 방금..."

아까 보았던 새빨갛고 충혈된 눈은 새하얀 토끼였다. "인영아 안녕." 안부를 묻는 목소리는 언제나 들려왔던 그 목소리였다. 토끼는 그런데 엄청 엄청 컸다. 토끼가 앉아있는 곳에는 시 같은 무언가가 적혀있었다. [---- ----- --------] 하지만 알아볼 수 없는 처음 보는 문자라 이해할 수 없었다. 인영은 다시 토끼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읽으셨나요? 멤버들이 적어준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았습니다. 인칭 명사가 인영에서 나로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맥락과 상관없는 뜬금없는 내용이 중간중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자체는 흥미로웠습니다.


한 시간의 릴레이 쓰기를 마치고 내용을 바탕으로 멤버들과 대화를 나눠보았습니다. 글 초반부를 쓴 멤버들의 의도는 동화 같은 따뜻한 느낌의 이야기를 생각하고 문장을 적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내용은 스릴러와 판타지가 결합된 듯한 분위기로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갑작스럽게 등장인물의 이름이 '인영'으로 결정되기도 했습니다.


이야기 초중반부에 일상물의 형태로 돌려보고자 하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내용은 다시 한번 스릴러 풍의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초반부를 적어준 멤버가 이야기 후반부에 초반의 동화스러운 느낌을 다시 한번 되돌리고자 시도합니다. 이야기는 미스터리함만 남긴 채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문장만으로는 멤버들의 의도와 시도가 잘 읽히지 않을 것 같아 실제 워크숍에서 쓴 종이를 사진으로 남겨보았습니다. 멤버별로 필체가 다르기에 아마도 사진을 보시면 누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고자 했는지 의도를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IMG_6277.jpeg 워크숍을 통해 만든 이야기 원본입니다.


릴레이 글쓰기를 통해서 의외성이 주는 신선함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한 순발력도 필요했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를 제대로 전개하기 위한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도 필요했습니다. 또한 자연스럽게 내 의도를 드러내는 문장력도 필요했습니다. 무엇보다 쓰는 내내 저희는 재미있었습니다.


생각의 탄생 책에서 놀이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놀이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죠. 아마 저희 개개인이 이야기를 하나씩 썼다면 이런 내용은 만들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놀이 '의외성'과 '창의성'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작업실에서 이벤트의 일환으로 연애소설 릴레이 쓰기를 진행해 본 적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실패였습니다. 그때는 제대로 이야기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개개인마다 쓰고자 하는 내용도 다르고 분량도 다르다 보니 참여율도 많이 떨어졌고, 아무래도 긴 글을 쓴다는 행위자체가 즐겁게 한다기보다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 가장 컸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워크숍처럼 놀이의 개념으로 좀 더 가볍게 쓸 수 있도록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즐거움은 의외성과 창의력의 보고일 테니까요.


오늘의 워크숍 후기는 어떠셨나요?

이제 생각의 탄생 독서모임도 4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13개의 생각도구 중 11개의 생각도구를 마쳤습니다. 정말 끝이 가까워졌네요.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는 느낌입니다.


다음 주에는 생각도구 12. 변형 책 읽기 주간 후기를 들고 돌아오겠습니다.

마지막 생각도구 워크숍까지 끝까지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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