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스튜디오
두번째작업실의 새로운 시작
2023년 9월 1일 저녁 8시. 평소 조용하고 한가한 파주시 금촌동 동산길에 사람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하나 같이 열린 마음과 밝은 얼굴로 두터운 나무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퇴근을 마치고 상기된 얼굴로 오는 분, 두 손 가득 컵라면, 과일 등 선물을 들고 오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 날은 두번째작업실의 오픈 스튜디오를 진행한 날입니다.
오픈 스튜디오라고 하니 뭔가 대단하고 있어 보이지만, 그런 대단한 행사는 아닙니다. 지난 7월까지 카페로서 손님들을 맞이하던 두번째작업실이 공유 작업실과 커뮤니티 라운지로 변경되면서, 새로운 모습과 앞으로의 계획들을 지역에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요란하지는 않더라도 작게나마 새로운 시작을 기존의 고객분들께 알려드리는 게 도리인 것 같아 조촐하게나마 행사를 마련하였습니다.
찾아와 주신 거의 대부분이 카페 두번째작업실의 고객이자 든든한 팔로워 분들입니다. 유독 저희 카페를 아껴주신 지지자 분들입니다. 앞으로의 행보에도 응원을 보내주시기 위해 금요일 저녁 시간이라는 귀한 시간 다시 한번 두번째작업실로 발걸음을 해주셨습니다.
저희가 카페를 그만하기로 결정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 저의 외주 작업량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카페 업무에서 벗어나게 되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기획과 디자인 업무를 할 시간을 더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일에 욕심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도 있습니다.
또 하나는 사장님의 번아웃입니다. 2022년 여름, 약 2개월 정도의 휴식을 가지고 지친 마음을 추스르고 새로운 형식으로 카페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카페를 운영해 보고자 노력했습니다.
정기 휴무일도 하루 더 늘려서 주 5일제로 카페를 운영하고 주류도 들여왔습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저희의 작업 공간도 마련해서 틈틈이 새로운 작업도 해보자고 결심하면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카페 일이 워낙 많다 보니 새롭게 계획했던 일들은 제대로 실행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의 번아웃은 더 빠르게 돌아왔습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카페라는 업에서 벗어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저희는 여전히 커피도 사랑하고 카페라는 공간도 애정합니다. 그럼에도 당장 이 일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큰 후회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결국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카페였던 두번째작업실을 어떻게 할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것도 생각을 했습니다. 인테리어도 잘 되어있고 지역 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공간이었기에 충분히 매력적으로 판매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자꾸 공간에 욕심이 생겼습니다. 저희가 하나부터 열까지 애정을 가지고 가꾼 공간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면서 사라지거나 바뀌는 모습을 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또한 많은 지역 주민들의 추억이 담긴 곳이기도 하다 보니 이 모습을 유지한 채로 다른 방식으로 이용해 보면 다시 한번 이 공간을 찾아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새로운 작업 공간을 찾아 나서느니 우리가 열심히 가꾼 이 공간을 보다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꾸미고, 직접 사용하자고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저희와 결이 맞는 사람들을 받아 함께 쓸 수 있는 공유 작업실을 하기로 했습니다. 30평이라는 작지 않은 공간이다 보니 저희 둘이서 사용하기엔 너무 크기도 했습니다. 또한 둘만 있는 것보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복작거리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으면 보다 좋은 작업 환경을 만들 수 있으리라 판단했습니다. 다행히 정말 빠르게 입주하시겠다는 분들을 찾아 함께 공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을 하는 저와 미술을 전공한 사장님 외에 핸드메이드로 가방과 액세서리 등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오뜨문의 박소은 대표님과 저희 공간을 직접 만들어주신 우드핏의 목공 팀장이신 김현호 실장님이 입주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커피 테이블과 의자로만 가득하던 공간에 자신들만의 색깔로 공간을 꾸며주셔서 완전히 새로운 느낌으로 공간이 탈바꿈되었습니다.
두번째작업실에서 가장 인기 있던 대형 테이블은 그대로 살려두고 이곳에서 지역 내 각종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큰 테이블에 여러 사람들이 둘러앉아서 독서모임도 하고, 때론 그림도 그리고, 함께 무언가를 나눠 먹기도 하면서 교류할 수 있도록 공간 구성을 새롭게 했습니다.
다른 글(독서모임 기획안)에서 소개해드렸듯 독서모임이 보다 다양해집니다. 화 / 수 / 목 각각 다른 테마의 책들을 선정하여 매일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과 활동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획하였습니다.
모카포트 클래스도 오픈할 예정입니다. 두번째작업실은 모카포트 전문 카페로 6년간 운영되었습니다. 근 20만 잔 이상 추출해 본 경험과 노하우를 가득 담아 모카포트 사용법과 역사, 기타 재미난 커피 이야기들로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합니다. 클래스를 마치고 집에서도 추출해서 드실 수 있도록 원두를 포함한 패키지로 구성합니다. (물론, 원두가 필요 없으신 분들을 위한 패키지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오뜨문에서 준비하고 있는 재미난 클래스들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1:1 미싱 사용법, 손바느질을 활용하여 각종 소품 만들기, 비즈 액세서리 제작하기, 테디베어 만들기 등 소은 대표님의 꼼꼼함과 노하우가 잔뜩 묻어있는 재미난 프로그램들이 곧 오픈됩니다.
그 외에도 저희 입주하신 분들께 개별로 업무를 의뢰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컨설팅이나 일러스트, 인테리어 시공 및 감리, 각종 패브릭 제품 주문 제작 등 필요한 것들을 편하게 의뢰할 수 있습니다. 문의하실 내용이 있으시다면 글 맨 하단에 각 입주자 분들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남겨둘 테니 DM을 통해서 문의 부탁드립니다.
많은 것들이 바뀐 두번째작업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이 안에서 일어날지 저도 개인적으로 기대됩니다. 틈틈이 작업실에서 일어날 많은 이야기들도 브런치를 통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긴 글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만드는장소 (일러스트) : https://www.instagram.com/nyanya1211/
오뜨문 (핸드메이드 소품) : https://www.instagram.com/haute_moon/
팀 우드핏 (인테리어 시공 및 감리, 목공) : https://www.instagram.com/wood_fit_hyunho09/
헤드쿼터 (디자인 컨설팅) : https://www.instagram.com/hdqt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