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정답없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날드곽 Jan 01. 2024

나와 내 사이의 고민

새해를 맞이하며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2023년의 나와 우리 모두의 화두는 '나와 내 사이를 고민'하는 것이었다. 이전 부동의 1위 관심사였던, '나와 타인의 사이에 대한 고민'이 오히려 후순위로 밀렸다. 

'나와 내 사이를 고민'한다는 것. 나를 그동안 잘 모르고 살고 있다는 얘기일 수도 있고,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나를 살필 시대가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나와 내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나는 짧지 않은 직장생활 속에서 수많은 숨 참기를 해왔다. PD직무를 수련하던 조연출 시절엔, 선배 PD의 말이 곧 '길'이요 '진리'라는 믿음으로 맹목적으로 모든 상황을 견뎠다. 해외 사업에 몸 담았을 때는 사업 계획대로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해외 주재원 발령을 통해 가족들에게 글로벌한 경험을 주기 위해, 조직장 역할을 시작한 후론 쪽 팔린 조직이 되지 않기 위해 그저 쉼 없이 숨 참기를 이어왔다. 

나와 내 사이는 어떠했는가?



지난 1년 동안 '나와 내 사이에 대한 고민'은 이러했다 

나는 아무 걱정 없는 하루의 소중함을 잘 몰랐다. 그저 날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쟁하는 태풍의 눈 안에 있을 때만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으며 오히려 그 속이 편안했다. 

나는 참으로 오랫동안 좋은 잠을 자지 못했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을 자랑 아닌 자랑으로 여겨왔다.

나는 뇌에 지속 가능한 좋은 도파민, 행복 도파민을 주지 못했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푼다는 생각으로 늘 더 많은 자극을 요구하는 '나쁜 도파민'을 생성시키는 자극적인 콘텐츠들과 커뮤니티, 매체들을 습관적으로 노출되었었다. 

내 가족과 주변의 사람들의 행복과 평안에 큰 관심을 가져주지 못했다.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이 경쟁에서 뒤처질까 싶어 늘 각성에 도움이 되는 뉴스들을 보내주고, 공부에 지쳐 돌아오는 아이들이 해이해질까 싶어 '조금 더 무거운 엉덩이'를 강조했다. 맡은 조직의 구성원들에게는 마이클 왓킨스의 '90일 안에 장악하라'를 바이블로 90일 안에 장악하기 위한 파열음들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상처를 주고받았을 것이다. 

누가 시킨 것은 없었다. 



그저 아무도 모를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의 비장한(?) 마음으로 나 스스로 옥죄고, 그 틀 안에서 판단하고, 호흡을 멈추고 단번에 물살을 갈라 경기를 마치는 No breathing 영자처럼 달렸다. 

내가 만일 '나와 내 사이'에서 쉬어야 할 숨을 제대로 쉬며 지냈다면 나의 커리어 상 성취는 많이 달라졌을까? 알 수 없는 추론이겠지만,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지는 않다. 만났을 귀인은 만났을 것이고, 마땅히 겪을 고생은 했을 것이고, 누릴 운도 열리지 않았을까... 운동장을 조금 더 넓게 쓸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함께 했던 동료들에게 조금 더 큰 그늘이 되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

고성장 시대를 지나 저성장, 역성장의 시대와 마주하는 요즘. 올해는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나와 내 사이를 고민해 봐야겠다. 

신이 인간을 대했던 가장 유사한 방식으로 조금 더 관대하고, 이유 없이, 대가 없이도 넉넉히 사랑해 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끝까지 경청해 주고 싶다. 나에게도 내 주변의 누군가에게도. 

2024년의 첫날. 단상(짧은 생각)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은 결국 방까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