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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날드곽 Jan 25. 2024

우리 강타자는 왜 홈런을 못 칠까?

우수 경력인재를 영입하기 전에 고함 

인재영입, 인사만사


성과가 부진하거나, 혁신이 요구될 때, 가장 쉽게 만지는 카드가 인적 쇄신 또는 외부 인재 영입이다. 사람을 바꾸는 일이다.


대표이사를 바꾸기도 하고, 요즘처럼 트렌드가 급변할 때 내부 역량이 부족한 신사업, 마케팅이나 IT기획, 영업 등의 핵심 부서에 임원급의 강타자를 영입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해당 분야에서 제법 이름난 강타자 영입 이후 기대와는 달리 이름값을 전혀 못하거나 구성원들과 불신만 쌓인 채 단기간에 불명예로 퇴장하는 사례 또한 흔하다.


우리를 구해줄 강타자를 영입하다 


2009년에 인도 StarTV와 함께 설립했던 글로벌 홈쇼핑 JV는 론칭 3년 만에 StarTV가 지분 전량을 미국계 PE사에 매각 후 Exit 하며, 계획에 없던 미국계 사모펀드사,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 합자사를 운영하게 되었다.


PE(사모펀드사)의 지향점은 매우 명확했다. 연 20~30%대 성장을 3년간 지속하고 자신들의 지분 가치를 극대화 후 Exit 하는 것. 타짜들의 판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나를 포함한 경영진들은 Initiative를 잡기가 어려웠다.


우선 그들은 사내의 팀장 이상 모든 리더들을 인터뷰하여, 함께 갈 수 있는 리더군과 전문성이 부족한 리더들을 구분하여, 핵심 인재 확보와 핵심 인재들의 KPI를 명확히 했다.


그들이 영입하고 싶어 하는 약 10명의 현지 리더들은 대부분 10~30만 불 이상의 고액 연봉의 현지 강타자들이었고, JV의 구조 상 고정비 상승 부담만을 이유로 그들의 의견을 무조건 무시하기 어려웠었다.


글로벌 써치펌인 Russel Reynolds와 Korn Ferry 두 군데로부터 직무별로 3명 정도의 후보자를 추천받아 Shortlisting 하고 면접을 통해 e커머스, IT, SCM, Merchandising, CFO 조직에 현지 리더들을 채용하고, 스카우트 방식으로 초 고액 연봉의 COO도 영입을 했었다. 사모펀드사 파트너의 입장은 명확했다, 강타자들을 영입하여 제대로 대우해 주고, 회사 키운다.


절반도 못 미치는 타율 


회사를 구해 줄 것을 기대하며 영입한 강타자들의 성과는 어땠을까? IT, SCM, CFO, e커머스 등의 조직을 맡았던 Amazon, ebay등에서 영입된 현지 강타자들은 실적은커녕 조직원들과 불협화음이 컸고, 무엇보다 조직문화를 악화시켰다.


다행히 COO와 MD조직을 맡았던 일부 리더들은 새로운 리더십과 인적 네트워크로 기존에 영입하지 못했던 브랜드사를 영입하거나 함께 일했던 고성과 직원들을 영입하며 의외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모두 내로라는 강타자 들이었을 텐데, 절반의 성공에 그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제와 생각해 보면 소수의 강타자들이라도 성과를 낸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지난한 면접과 레퍼런스 첵을 통과 후에 영입된 신임 CFO는 입사 첫날부터 퇴사 시점까지 SAP(회계시스템) 타령만 하다가 끝났다. 신사업이다 보니 재무 시스템이 부족했는데, 끝내 이 부분에 눈높이를 좁히지 못했다. IT Head와 e커머스 head는 Amazon이나 ebay 수준의 ERP(운영시스템)를 요구했다. 이들 또한 퇴사 시점까지 회사 욕만 하다가 끝이 났었다.


강타자들은 대부분 특정 시스템과 조직의 지원 하에서 성과를 내곤 한다. 강타자에게 그들의 현 직장 수준의 성과를 기대한다면 그들이 영입과 더불어 환경을 갖추어 주어야 한다. 과거 그가 몸담았던 산업의 성장기와 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이 부분을 간과한다. 높은 수준의 연봉을 주고 인재를 영입 후, '자 이제 홈런 쳐봐', '도대체 언제 홈런을 치는 거야' 식이다. 오히려 그동안 못 풀었던 숙제를 던져 주고 헤매는 그들을 모습을 보며 썩소 하는 경우도 많다. 영입인재들에 거품이 많다고 느끼는 부분에 이런 구조적인 속 사정이 있다.


영업이나 COO처럼 리더십, 영업 Network 등 회사와 별개로 본인들 스스로가 경쟁력 그 자체인 강타자들은 이직을 해서도 즉시 전력화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이들은 그간 기존 조직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영업력과 동기부여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임원인사를 마친 곳들도 있고, 내가 몸담았던 모 그룹사처럼 해를 넘겨 임원 인사인사를 미루며 설왕설래를 이어가고 있는 조직도 있다. 불경기에 글로벌 무역환경, IT기술환경이 급변하며 기존사업에 대한 혁신과 신사업에 대한 절박함이 그 어느 때보다 큰 한 해가 될듯하다. 혁신과 신사업을 맡을 기존 인재들의 면면을 보고 있자면, 강타자들의 영입에 대한 판타지에 쉽게 빠질 수 있다.


많은 수의 강타자 중엔 본인이 익숙한 운동장에서, 코칭 스텝… 마사지사 등의 지원을 전제로 타율을 낼 수 있는 타자들이 대부분이다. 조금 다른 관점에서 얘기해 보면, 강타자 영입 시엔 연봉 외에 시스템, Crew 등 풀스윙을 할 수 있는 환경도 함께 사전에 고민되어야 한다.


사람 하나 바꾸어 지구를 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예나 지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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