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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록소록 Nov 24. 2021

이럴 거면 비브라늄으로 만들어 주시지

'몸이 재산이다'의 진의

몸 어딘가가 고장 나 신체 능력치를 마음먹은 만큼 최대치로, 또는 자유자재로 쓸 수 없어 업무에 지장이 가는 것을 참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인내심 게이지가 하향세를 그리자 기분은 신경질과 체념 사이를 오간다.


어디서 어떻게 그랬는지 명확한 이유도 찾기 어렵게 어느샌가 슬그머니, 허리 근육이 단단히 삐지셨다. 원인도 시점도 정확히 꼽기 어려운 허리 통증과의 전쟁이 전과는 다르게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인이 뭐였을까.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탓인가. 아니면 최근에 무거운 걸 들었나. 스트레칭을 게을리 해 몸이 둔해진 탓인가. 물론 원래도 튼튼하지 않던 허리였고 이런 일이 연례행사로 한두 번씩이 있어왔지만 이번 건 좀 긴데.


허리 근육이 경직되니 당기고 아픈 것은 당연지사. 머리 감고 세수하는 기본적인 출근 준비부터 원활하지 않다. 앉았다 일어났다,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며 잰 동작으로 해내야 할 일들이 내 마음같이 되지 않을 때 밀려오는 짜증이란. 심지어 스스로의 상태를 자각하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섣불리 움직였다가 더 무리가 가기라도 하면 자신에 대한 책망 밀려오곤 한다. 앉았다 서면 허리를 천천히 부여잡으며 편 후에 움직인다. 그리고 발을 떼면 허리를 똑바로 펴지도 못한 채 걸음걸이는 덜그덕 덜그덕.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보면 금방 뻐근해지는 허리 때문에 자주 일어나 스트레칭을 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원래 제 속도로, 제 능률로 일이 진행이 안 되는 거다.




그래서 어른들이 몸이 재산이니 건강을 미리미리 챙기라 하셨던 걸까. 몸이 아프거나 신체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면 원하는 때에 마음껏 활용해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건강한 평상시를 유지해야 공부든 일이든 능률적으로 할 수 있으므로. 몸이 허락해야 경제활동도 가능한 것 아니겠나. 너무 당연해서, 너무 많이 들어서 관습적으로만 여기던 그 말의 진의를 새삼스레 곱씹게 됐다. 타고난 건강체였다면 좋았으련만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가 잦던 어린이는 유리 몸뚱이를 가진 어른이로 자랐다(물론 어릴 때에 비하면 잔병치레도 현저히 줄었고 늘 골골대지는 않지만 무리하면 곧잘 아플 때가 있다). 유리 몸을 가진 자의 비애다. 그래서 웬만해선 잘 무너지지 않는, 체력 좋고 튼튼한 사람들을 진심으로 부러워한다. 원하는 만큼 뒤 없이 체력을 불태울 수 있고 무리해도 괜찮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이다. 혹시 그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단히 관리 중인 것은 아닌지.


부러워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일이 안되고 생활이 안되니 어쩔 수 없이 알아서 몸을 챙기게 된다. 약간의 무리도 쉽지 않은 몸이라면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그래서 챙겨 먹기 귀찮다고 거들떠도 보지 않던 영양제를 챙겨 먹고, 피곤해도 몸을 일으켜 운동을 한다. 뒤 없이 늦게 자는 것이 아니라 내일 편안히 생활하고 일할 수 있게끔 조금 더 일찍 불을 끈다. 컨디션이 난조일 때는 만사 제쳐두고 쉬자 마음먹는다. 먹고 싶은 대로 식사하지 않고 적당히 조심도 하고 가려도 가며 건강한 식사를 하고자 나름대로 노력한다. 아픈 조짐이 보이면 바로 병원을 가서 처방과 치료를 받아 가능하면 빨리 낫도록 한다. 그래야 불시에 고장 날 확률이 줄어들고 모든 일(단순히 업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들을 원활히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럼에도, 원인 모르게 아프고 마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겠지마는.


새삼 인간이 신체라는 물리적 속성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생각한다. 내 일과 생활이 내 몸에, 내 건강에 얼마나 기대어 있는지를 깨닫는다. 그러니 잘 먹고 잘 자고 잘 생활할 수 있는, 그러니까 잘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지반이 튼튼하고 지반공사가 치밀해야 규모 있는 건물을 올려도 버텨내듯 건강한 신체가 밑바탕이 되도록 체력 강화에 정진할 필요를 절감한다. 비브라늄으로 태어나지 못했다면 강화유리라도 만들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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