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다양한 모습 - 호감과 친밀함 사이
누군가의 안부를 묻거나 만나자고 연락을 할 때,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 누군가의 사사로운 이야기가 궁금해질 때. 문득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상대와의 친밀함 정도를 되짚어 보곤 한다.
그 사람에 대해 긍정적 감정을 가지고 있고 함께하는 시간이 좋지만, 그것이 친밀함과는 별개의 문제임을 이제는 안다. 관계라는 것이, 감정이라는 것이, 점점 복잡해지고 명확하게 분류하기 어려워진다는 생각을 한다. 기존에 공식처럼 믿던 어떤 원칙 같은 것들은 때때로 허물어지곤 한다. 새로운 원칙들이 세워지고 무너지기를 반복한다.
누군가에게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과 꼭 친밀하지는 않기도 하다. 그리고 관계가 그 상태 그대로 유지되기도 한다. 서로 호감이 있고 즐겁지만, 각자의 거리를 지키면서 밀접하지 않은 관계. 그러한 사실이 그렇게 불편하거나 서운하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가끔은 편하기도 하다. 물론, 관계가 깊어질수록 더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이 커지기는 한다.
지금보다는 순수하고 직설적인 관계를 맺던 시절을 떠올려 보았을 때, 이러한 관계와 마음은 참으로 복잡다양해졌다 할 수 있겠다. 당시에는 이 두 가지를 하나로 여기며, 친해질수록 좋고 좋으면 밀착되는 게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당연한 사실로 관계에 이름을 붙이거나 관계의 성격을 정의해 버렸다.
*나랑 가깝고 친한 사람 → 내가 좋아하는 사람 / 내가 좋아하는 사람 → 나와 '당연히' 친밀한 사람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더 다정하거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도 있지만, 좋아하기에 그 사람이 불편하게 느끼지 않았으면 하고 조심스럽다. 그래서 한 해 한 해,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특별해지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 같다. 역설적으로,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그 타이밍에 나타나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관계에 대한 감사함은 무럭무럭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