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알고 있던 나와 새로운 내가 충돌하고 재정립되면서, 점점 더 스스로를 정확하게 바라보는 것은 참 중요하구나 깨닫는다. 나라는 사람을 인식해 나가는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애먼 짓(?)을 안 하게 될뿐더러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다면 성숙한 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쪽으로든 지나치지 않게. 비대하거나 위축된 자아는 스스로를 정확히 돌아보지 못하게 만들고, 정확히 돌아보지 못하면 더더욱 왜곡된 시선을 가질 수밖에 없으니까.
겸손도 좋지만, 스스로를 너무 낮추듯 이야기하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다.
일리 있는 말이다.
지나친 겸손은 그가 지닌 내공과 상관없이 약자처럼 보이도록 할 수 있다. 고생해서 이뤄낸 게 있다면 누군가의 칭찬과 인정에 잠시 잠깐 한 순간은 기세등등해도, 기뻐하며 수긍해도 된다.
겸손도 지나치면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사실, 겸양을 떠는 것 자체가 순도 높은 진심은 아닌 데다 속으로는 뿌듯해하면서도 괜스레 해보는 말들이지 않나. 보통은 간지럽고 쑥스러워서 한 두 마디가 덧붙게 되는데 그 말들이 지나친 겸손처럼 비춰지는 것이다. 겸손의 말이 과해지면 누군가는 자신감 없는 사람, 약한 사람이구나 섣불리 판단할 수도 있다. 비록 내가 그럴 의도가 없다 하더라도, 스스로를 깎아내려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며 나 자신에게 떳떳하다 하더라도.
어떤 것들은 뱉고 보니 진심일 때가 있지 않았나. 막상 말하고 보니 무의식을 반영하고 있을 때가 있다. 진심이라고 믿는 깊은 어딘가에서 흘러나온 말이 아니더라도, 정작 입 밖으로 나온 말이 무의식을 반영한 진짜일 수 있다. 알고 보면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낮추는데 익숙해져 있는 게 아닐까?
해서, 지나친 겸손의 표현은 말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내 무의식에, 내 입가 언저리 어딘가에 남아있던 오래된 습관은 힘이 세서 꾸준한 다짐과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칭찬이나 치켜세움이 간지러워서 잠시 쑥스러운 듯 부정의 말을 한두 번 하더라도 내 입으로 1절, 2절 덧붙이지는 말자. 누군가의 섣부른 편견에 먹잇감을 던져주지 말자.
불현듯 찾아온 칭찬에는 예의 수준의 겸손까지만, 그리고 곧바로 감사함을 표현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