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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devoy Sep 07. 2018

현장, 땀 그리고 기다림

MBC < 아침발전소 >

첫인상


“앞으로는 올바른 정보를 전해드릴게요”


이른 아침 TV를 켰는데 임현주, 노홍철 두 MC가 사과를 하고 있었다. 프로그램 말미에, 지난주 방송에서 시청자에게 잘못된 내용을 전했다며, 이를 바로 잡는 ‘정정방송’이었다. 방송은 잘못된 내용에 대한 시청자의 따끔한 지적과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하며, 그렇게 다음 주를 기약했다.


도대체 무슨 방송을 했을까.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다. 어떤 방송을 했기에, 두 진행자가 사과를 하고, 시청자에게 양해를 구했는지 보고 싶어 졌다. 매주 금요일 오전 8시 30분. 어렵고 딱딱한 시사 방송 대신, 생동감 넘치는 현장과 이슈 속 감춰진 뒷이야기 들을 전달하고자 하는 MBC < 아침발전소 >의 첫인상이 그러했다.


지난 7월 20일. MBC < 아침발전소 >는 7월 13일 방송에서 잘못 전달된 내용을 바로 잡았다.


두 번째 인상 ‘현장’


찾아간다. MBC < 아침발전소 >는 현장을 좇는다. 점검 하루 만에 안전사고를 낸 ‘월미도 놀이동산’을 방문해, 사고 당시의 생생한 분위기와 순간을 자세히 전달해 주었다. 제작진은 사고 당시의 영상을 토대로,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사고 피해자와 목격자들을 만나며, 왜 이런 사고가 났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진단했다.


사람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소식을 전할 때도 그러했다. MBC < 아침발전소 >는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불법 ‘개 사육장’을 직접 찾아가 동물들이 학대당하고 있는 끔찍한 순간을 상세히 보여줬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 아침발전소 >는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현장’을 찾아가 직접 보고 들으며, 그 중요성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MBC < 아침발전소 >는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세 번째 인상 ‘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모두 다 알다시피 올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 무척 무더웠다. 손선풍기와 부채가 없으며 밖에 나가기가 힘든 순간들이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음에도 등줄기에 땀이 비처럼 흐르던 시기였다. 그렇게 올여름은 온도계 바늘이 40도를 넘나드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이 불볕더위에 MBC < 아침발전소 > PD는 서 있었다. 온도계 바늘이 38도를 가리키는 상황에서 PD는 햇볕이 가장 강력하게 내리쬐는 오후 2시에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왜 이 불볕더위에 그러고 있었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더위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방송 주제 때문이었다. 살인적인 더위가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직업적 소명의식과 사명감으로, 바깥에서 고생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전달하기 위해 서였다. PD는 '하는 척'하지 않았다. '흉내' 내지도 않았다. 똑같이 시민들처럼 세 겹 이상의 옷을 걸치고, 수염을 얼굴에 덧붙인 상태로 무더위 속에 서 있었다. MBC < 아침발전소 >와 PD는 '수문장'의 고충을 직접 체험하며, 우리 주변 이웃들의 모습을 ‘땀’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MBC < 아침발전소 > PD는 자신의 ‘땀’으로 우리 주변 이웃들의 모습을 직접 보여줬다.


뛴다. MBC < 아침발전소 > 또 다른 PD는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고 있었다. 도박으로 전 재산을 탕진하고, 노숙자로 전락한 사람인 ‘도숙자(도박과 노숙자의 합성어)’를 취재하기 위해 카지노를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인 도숙자를 취재하며, 수년간 카지노를 벗어나지 못한 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PD는 연예인의 고퀄리티의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여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는 ‘홈마(홈페이지와 마스터의 합성어)’를 취재할 때도 그러했다. 때로는 연예인 팬사인회로, 때로는 길거리로 나섰다. 어르신들의 낙원으로 알려진 종로 3가를 방문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노인들의 성(性), 빈곤, 건강 등의 문제를 보여주며, 우리 사회에서 고립된 노인들의 현주소를 과감하게 드러냈다. 우리 사회 고령층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MBC < 아침발전소 >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의 현주소를 보여주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네 번째 인상 ‘기다림’


기다린다. MBC < 아침발전소 > PD는 ‘뻗치기(언론계에서 흔히 쓰는 은어로, 취재 대상을 무작정 기다리는 전통적인 취재 기법)’를 했다. ‘강북과 강남의 균형발전’을 내세우며, 9평 남짓한 옥탑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말을 건네기 위해 기다렸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PD는 그동안 시장을 만나고 싶었으나, 만날 수 없었던 시민을 대신하여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지금 쇼하는 거 아니냐”는 세간의 비판과 지적을 빼먹지 않고 질문했다.


MBC < 아침발전소 > PD들은 기다리면서 동시에 버티고 있었다. 공항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불법 영업을 하는 운전사와 택시기사들의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숨죽이고 있었다. 외국인 출연자를 사전에 여러 명 섭외에, 그동안 말로만 돌아다니던 공항 택시 불법 영업의 순간을 포착했다.

외국인을 태운 채, 불법영업을 하며 공항에서 목적지까지 도착한 운전자를 관광 경찰대에 인계하며, PD는 질문했다. 왜 외국인을 대상으로 이런 일을 저지르는지를 꼬집었다. 불법영업을 한 운전자에게 “딸 같은 마음에 (불법을) 했다”는 구체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었던 건, MBC < 아침발전소 > 제작진이 어떻게 기다려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MBC < 아침발전소 > PD는 오늘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현장, 땀, 그리고 기다림. 어느 날 무심코 우연하게 본 방송이었지만, MBC < 아침발전소 >는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나아가 기자들에 대한 ‘기레기’ 논란과 PD들의 ‘갑질’이 문제가 되는 우리 언론 환경에서 무엇을 빼먹지 말아야 하는 지를 나타내고 있었다.


또한 MBC < 아침발전소 >는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챙겨가고 있었다. 노홍철, 유재환, 박슬기 세 사람이 중심이 되어, 어렵고 복잡한 시사 내용을 다루면서도 중간중간 재미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유익한 정보제공과 감동을 제공하는 방송. < 아침발전소 > 흠은 딱 한 가지였다. 시청자가 즐겨 볼 수 없는 금요일 오전 8시 30분에 편성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시청자와 자주 만날 수 없는 시간대가 유일한 옥에 티였다.


시청자의견


다시 ‘첫인상’으로 돌아가 보자. MBC < 아침발전소 >에서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의견을 반영해, 곧바로 다음 주에 ‘정정방송’을 한 점은 매우 높이 살만하다. 이 모습은 제작진이 방송 이후 시청자의 반응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지적을 찬찬히 살펴보니, 7월 13일 방송에서 있었던 실수는 큰 실수가 아니었다. 최근에 개정된 법률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생긴 문제였다. 물론 사소한 것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시사 정보 프로그램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다른 프로그램보다 더 높은 수준의 ‘사실 확인(fact check)'이 요구된다. 하지만 지난 방송의 실수는 진실을 왜곡하지 않는, 단순 실수였다. 악의도 없어 보였다.

MBC  < 아침발전소 > 시청자 게시판 내용 중 일부.


단순 실수였음에도 불구하고 MBC < 아침발전소 > 제작진은 신속하게 대응했다. 왜 이런 보도를 하게 됐고, 어떤 점에서 사실과 달랐으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드러냈다. 마치 저널리즘의 대표적인 교과서로 꼽히는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쓴 <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의 내용을 보는 거 같았다. 언론이 방송과 보도에 있어서 문제가 있을 경우,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하라는 그 원칙에 충실했다. MBC < 아침발전소 >는 사과와 정정보도에 있어서, 모범이 될 만한 방송을 했다.


쉽다. 누구나 다 그렇듯 말로는 잘못을 쉽게 인정하기는 쉽다. 하지만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지극히 어렵다. 그래서일까. 기대가 된다. 현장에서 진실을 좇고, 밤낮으로 땀을 흘리며, 시청자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제작진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시청자 의견을 반영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 해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MBC < 아침발전소 >가 해줬으면 한다. 현장, 땀, 그리고 기다림. 이 세 가지를 무기로 한 < 아침발전소> 의 동력은 오늘도 ‘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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